“검은 돈 안받고, 고급타 안 탄다“
  • 편집국 ()
  • 승인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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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초선의원 12명 ‘새 정치 선언’…“국민 이해·협조 있어야”


 민주당 초선의원 12명의 ‘새 정치 선언’은 든 적게 쓰는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집권 여당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정치 선언’이기도 하다. 諸廷坵 의원을 비롯해 김원웅 문희상 박계동 신계륜 원혜영 유인태 이규택 이길재 이부영 이석현 장영달 의원 등 초선의원 12명이 진단한 낡은 정치와 세 정치의 차이점은 돈 씀씀이의 차이다. “과다하고 낭비적인 정치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정치를 하기 어려웠던 그간의 현실이 우리의 정치 구조를 왜곡시켜온 주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 정치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돈을 적게 쓰기 위한 4가지 사항을 실천하기로 했다. ‘냄새나는’ 돈은 일절 받지 않겠으며 의원 개인이 쓴 정치 비용은 공개할 것이고 각종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지 않겠다, 청렴을 유지하며 고급 승용차를 타지 않겠다, 국회 회기중에 결혼식 주례를 삼가는 것은 물론 불요불급한 일로 회의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소한 일 같긴 하지만 일부 기성 정치인의 약점을 꼬집은 것들이다.

 이러한 다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의정활동을 충실히 수행하고 정치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개혁추진 세력의 모임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빈민운동의 대부로 평가받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제정구 의원이다. “개혁세력은 뭔가 다르다는 점을 작은 것에서부터 보여주고 실천하자”는 취지였다. 제의원은 민주연합이라는 계파에 소속되어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현재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있다. 깨끗한 정치를 호소하는 개혁파 12인 대부분은 재야 출신이다.

 총선 이후 평민연 인주연합 등 민주당 내 개혁세력은 당내 민주화와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과 시각차, 현실적인 정치력 부족 때문에 세를 결집해 ‘블록화’시키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선언에는 각 계파에서 다 참여했다. 개혁세력의 일부 블록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개혁세력은 공동보좌관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환경·통일·노동 등 전문분야에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관련 연구소를 건립할 것도 구상하고 있다. 기성 정치세력에 비해 자금이나 세력에서 열세라는 점을 감안해 집단 대응함으로써 정치력을 발휘하자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대통령선거 이후 빠르게 전개될 야권 개편에 대처할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정치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13대 국회의 특징 중 하나는 재야 출신 의원들의 활동상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14대에도 재야 출신이 많이 진출했다. 그러나 인적 구성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재야출신 13대 의원들이 변호사 출신 등 명망가나 개인적 입지를 발판으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이었다면, 14대 재야출신 당선자들은 대부분 70년~80년대에 운동권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특정 개인의 두드러진 활약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팀 운영에 강하다. 정치개혁의 첫실험을 단체활동을 통해 실천에 옮겨보고자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12인의 ‘작은 개혁’ 실천 의지는 어느 순간 현실의 벽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이들도 예견하고 있다. 이들은 돈 적게 드는 정치는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선배 의원들에게는 ”우리의 충정을 이해해달라“면서 격려를 기대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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