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페레스트로이카 뿐”
  • (모스크바· AP특약) ()
  • 승인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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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말하는 ‘소련이 정책’-“미 · 소 경제관계 정상화 진전 기대”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최근 AP통신 모스크바지국 마이클 퍼첼 지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 · 소관계의 현황과 방향, 그리고 소련의 대내외정책에 관해 비교적 성실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었다. 귀하는 현재의 미 · 소관계와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초강대국들의 노력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 1년간의 양국관계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본다. 양측은 이미 대결의식을 버리고 상호 이해를 얻은 이상 이제는 그같은 합의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미 · 소관계의 모든 국면에 적용될 필요가 있다. 지역분쟁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그렇다. 아직 어려움은 있지만 우리는 지금 확실한 발전을 하고 있다. 서남아프리카 문제 해결과 나미비아 독립은 작년에 미 ?소 접촉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마치 터널끝에 빛이 보이는 것과 같다. 아프가니스탄문제의 정치적 해결도 시작되었다. 군사력에 의한 해결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中美지역의 평화여정도 길고 험한 경로를 밟아왔다. 우리는 최근 미국이 그 지역에 군대를 투입한 것과 국제법을 무시한 것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표명했다. 워싱턴당국이 현실적인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中美지역 국가들의 정당한 이익과 자유로운 선택권이 존중되기를 희망한다.

●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소련과 보다 밀접한 협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베이커 장관은 국제통화문제 등의 분야에서의 기술적 조언까지도 협력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의했다. 미 행정부는 무역장벽을 없애고자 한다. 귀하는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장 필요하고 또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그리고 교역을 증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은 무엇인가.

 경제협력에서는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 두 가지가 상호간에 있다고 본다. 우리의 경제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형편은 아니다. 우리는 광대한 자원이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목적은 그 자원을 가동시키자는 것이다. 지금 페레스트로이카는 경제운용형태와 정치구조를 변모시키는 가장 어려운 시점에 있다. 평화적 혁명, 즉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힘든 혁명이다.

 페레스트로이카 경제계획의 한 요소는 우리나라를 세계경제체제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여기서 중요할 것이다. 불행히도 최혜국대우가 없다는 것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COCOM 규정(하이테크 상품 수출의 억제)등 큰 장애요소가 있다. 우리는 몰타회담에서 미국정부가 선언한 대로 무역과 경제관계 정상화가 실제 행동에 옮겨지기를 희망한다.

● 미국과 소련은 오는 6월까지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여 금년에 협정에 서명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련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을 제한하지 않는 전략무기감축협상을 수락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SDI(전략방위계획)를 제한하려 할 것인가.

 몰타회담의 가장 큰 수확 중의 하나는 1990년에 START협정을 체결하자는 양측의 정치적 합의였다. 대체적으로 올해는 ‘군축의 해’가 될 것이다. 유럽 재래식 무기 감축이나 화학무기 제거 등에서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일이다. 지난번 와이오밍회담에서 크루즈 미사일에 관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우리는 그 조약에 정한 것 이상으로 군축을 할 용의가 있다.

 우리는 양국이 1972년에 조인한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협약을 계속 준수한다면 우주문제에 관한 협상 없이도 START협정을 조인할 것이며 실행에 옮길 것이다. 우리의 제안에 대해 베이커 장관이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미국이 발트해 3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분리주의를 부추겼다고 보는가. 또한 연방으로부터의 탈퇴를 막으려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노력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발트해 3국의 소련합병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입장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

 특정 공화국들의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는 국민들에게 군사 ?정치 ?경제적 부담을 가져다줄 뿐더러 기존 국제구조의 안정을 깨뜨릴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이익이 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수민족간의 문제는 너무나 미묘하고 예민하여 어떤 외부의 간섭도 배제돼야 한다.

 최근 미행정부는 소련과의 외교관계 수립 이후 미국이 인정해온 우리의 영토를 재확인 했다. 미국이 서명한 헬싱키조약에 명기된 원칙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 미국 잡지 ≪데덜러스≫에 ‘Z'라는 필명으로 게재된 논문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시도는 무익하며 서방은 그것을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Z'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문에서 그 논문을 읽어 알고 있다. 사회주의 소멸과 관련해 상투적인 문구로 가득찬 그 논문이 화제를 모았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같은 얘기는 지난 70년 동안 여러차례 있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예언은 항상 역사의 쓰레기더미속으로 파묻혀버렸다.

 그 논문의 필자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사람 같은데 페레스트로이카의 개념과 소련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완전히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고, 대다수 미국인의 지지속에 소련과 가까워지려는 미행정부의 정책방향을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는 것이 우리가 받은 인상이다.

 우리의 여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페레스트로이카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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