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전환에 큰 기대”
  • 제네바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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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 사무국 직원들 점심시간도 없이 업무에 몰두

가트 사무국은 레만 호의 고요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제네바의 빌라바르통 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제네바가 자랑하는 산책로와 식물원 사이에 있어 사무국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관광객도 간혹 보인다. 그러나 가트가 어떤 기관인지를 관광객들이 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가트 직원들은 말한다. 한 공보국 직원은 “우루과이 라운드 덕분에 많이 대중화했지만 가트는 여전히 일반인에게 낯설고 어려운 기구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트 직원들의 진짜 불만은 낮은 대중적 인지도만큼이나 그 위상과 지위가 낮다는 데 있다. 누스라트 나지어 가트 대변인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에 비해 직원들의 급여나 지위가 형편 없이 낮다”라고 말한다.

 가트 사무국은 협정의 보조 기구라는 특수한 국제법상 성격 때문에 예산이나 인원에서 ‘억울함’을 겪어왔다. 지난 48년 가트 협정이 발효되면서 국제무역기구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이 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해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가트 사무국은 겉으로 보아 협정을 관리하는 보조 기구로 머물게 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전문 인력만도 3천명이 넘는다. 예산은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친다는 비판까지 있다. 반면 가트 직원은 임시계약직까지 다 합쳐도 고작 4백명 선이다. 그나마도 전문인력은 1백50여 명에 불과하다.

 한 전문위원은 자신을 포함해 5명의 전문위원이 타자원 2명만을 데리고 엄청난 업무량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 방대한 우루과이 라운드 서비스 협상을 담당한 전문 인력도 3명뿐이었다.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어 사무국 1층에 있는 휴게실(아래 사진)에는 하루 종일 직원들이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보인다.

봉급 적지만 큰 보람 느껴
 그러나 ‘가트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만큼은 모두들 대단하다. 나지어 대변인은 “한번 가트에 들어오면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최고 인력들이 모인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보람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국 직원들은 가트가 명실상부한 국제 기구인 세계무역기구로 탈바꿈하는 것을 누구보다 기뻐한다.

 기구 전환 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준비위원회만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과 같이 비대한 기구가 될 전망도 없다. 특히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 경제 기구의 비만증에 질린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구의 최소화를 원하고 있다.

 작년 가트 사무국의 1년 예산은 6천8백72만달러였다. 가트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세계무역기구의 예산이 조금이라도 증가한다면 그 증가분에서 자기네의 급여 인상분은 얼마나 될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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