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에 ‘예외’는 없다
  • 처경식(국회의원 ·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
  • 승인 199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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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외국 정상과의 모임이 사흘이 멀다 할 정도로 이어져 왔다. 최근 일본 호소카와 총리와의 실무회담, 싱가포르 고촉동 총리와의 회담이 있었고, 곧 APEC 정상들의 모임에 이어 한 · 미, 한 · 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예정되어 있다.

 국가 정상 간의 만남이 개인 기업체 사장 간의 만남보다 더 잦아지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가 한 마을처럼 되어 간다는 얘기를 실감하게 되는 나날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나온 ‘신경제 국제화 전략’은 약간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혼미를 거듭해온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국제화를 통해 과감히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 없이 경쟁력이 생길 수 없듯이, 개방화 · 국제화 없이 국제 경쟁력이 생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써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에 두겠다는 정책 의지가 분명해졌고, 그동안 과거 문제에 얽매여 있던 시야를 국내에서 탈피해 ‘세계로, 미래로’ 향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다.

 국제화 전략은 결국 국제 경쟁력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가격과 대비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몇년 간의 급격한 노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땅값도 비싸고 돈 값도 비싼 데다가 물류 비용마저 선진국에 비해 두세배 더 높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품질이나 신제품으로 경쟁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더구나 외국인과 더불어 기업을 하는 것에도 익숙지 못하고 또 사회 분위기도 수입 자유화나 국내시장 개방 문제에 소극적 ·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애국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전국을 ‘외국인 투자 자유지역’으로 만들자
 그 결과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기보다는 이미 투자한 것도 철수하는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 상반기 성장률은 4%를 밑돌고, 설비 투자도 5.7%나 감소하는 침체상을 나타내고 있어,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의 국제화 전략은 이런 경제 현실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화 전략이 이런 당면 경제난에 대한 ‘일과성 대책’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이를테면 투자 공단이 외국인 전용이 되어 내국인은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또 외국인은 그 지역 안에서만 예외적으로 투자가 자유롭게 인정되는 것이어서는 진정한 국제화 전략이 될 수 없다. 경제가 나아지게 되면, 외국 기업에 주어진 우대 조치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암암리에 전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21세기를 지향하는 한국의 틀을 새로 짜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내외국 기업 간의 차이를 없애고, 국내외 차별이 없는 경제를 만들어 가는 그런 국제화여야 한다. 전국을 이웃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투자 자유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외국인의 구별이 없이,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또 편하게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국제화가 되어야 한다.

민족 의식보다 시민 의식으로
 당장 이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발상 자체는 이를 전제로 하여 추진해야 한다. 우선 특정도시나 시를 광역으로 묶어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한방편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화를 위해서는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 금융도 국내냐 국외냐에 구애받지 않고 기어이 가장 유리한 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기업 용지도 내외국인 간에 차별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하고, 노사 관계 법규나 관행도 국제 기준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외국투자가들의 눈에 한국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요인으로 비치게 될 때 한국의 국제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이제 기업의 국적보다는 그 기업이 고용 증대나 세금 납부 면에서 보아 그 지역 사회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하느냐 하는 속지주의적인 것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분이 되어야 한다. ‘민족 의식’보다는 ‘시민 의식’ 중심의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국제화 전략은 세계화나 지구화 차원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냉전이 끝난 후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고 하나의경제가 되어가는 구조적 변화에 항구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전략이 그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국제화는 21세기를 향한 나라의 틀을 만들어가는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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