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유리온실 ‘농업용’ 첫시도
  • 안병찬 편집주간 ()
  • 승인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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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건축법시행령 6월 발효…농민 9인, 국내 최대 4천5백평 ‘진동협동농장’ 설립



 6월1일을 기해 농업용 우리온실은 법령상 새로운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건축법에 의해 일반 건축물과 똑같은 규제를 받아오던 유리온실이 ‘농업용’이라는 독립적 지위를 갖게 되고 신고만으로 전보다 쉽게 건립할 수 있게 되었으니 뒤늦기는 했지만 농사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생산성이 높은 자동화 유리온실이 농민의 시선을 끌게 되고 그것을 채용하자는 생각이 농민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은 환경의 변화에 다른 당연한 추세이다.

 개정된 ‘건축법시행령’은 5월30일자 관보로 공포되고 6월1일부터 효력을 발하고 있는데, 제15조 가설건축물 규정에는 ‘농업용 고정식 온실’의 경우 허가없이 신고절차만으로 건립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즉 4항11호의 “존치기간을 정해서 착공 5일 전에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하여 건축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건립절차 간소화는 UR 대응책 일환

 이보다 앞서 농림수산부에 의해 개정된 ‘농지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시행령’(2월22일 공포)은 “유리온실 등 농작물 경작시설은 농지전용 신고나 허가신고 절차없이 자유로이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축법 개정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농정당국은 시설영농 방법의 전환에 대비하여 두법을 고친 것이다.

 그동안 유리온실은 농업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시험용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 고작이었다. 일반 농민은 본격적인 농업용 온실을 지은 일도 없지만 짓는다고 해도 건축법상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었다. 그 대문에 포항종합제철이 광양제철소(전남 동광양시 금호동 700번지)에 네덜란드형 자동화 유리온실 모형을 도입하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3천6백평짜리 유리온실을 지을 때 허가절차를 밟는 데만 1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거쳐야 할 관련법규의 관문이 22단계나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법의 개정으로 앞으로는 건축허가·건폐율·도로·비상급수설비·방화구획·조경·중간검사·채권매입 그리고 농지전용허가 등 9개 인허가 조항(구 건축법 2·5·22·30·30조, 구 건축법 시행령 11·15·63조, 구 농지보전법 2조, 구 종지보전법 7조 및 주택건설촉진법 17조)은 신고절차로 간소화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거쳐야 하는 현행법상 인허가 절차가 13단계나 있어 과학영농으로 전환하고자 유리온실을 지으려는 농민에겐 큰 부담이 된다.

 다음은 앞으로 고정식 농업용 온실을 짖자면 거쳐야 하는 관련법규와 그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한 것이다.

 ■주차장법시행령 6조 : 시설면적 3백㎡마다 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농업용 유리온실을 지을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시행령 4조 : 연면적이 1천6백㎡이상인 건물은 오수처리시설을 완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유리온실은 작업인원이 극소수이므로 오수정화시설 설치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소방법시행령 18조 : 연면적 3백㎡부터 소화기구를 갖추게되어 있으나, 우리온실을 해당면적과 무관하게 소화기구만 설치하도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28조 및 31조 : 에너지관리공단이 시행하는 보일러 설치검사는 신청서·구조검사증·기기조종자 채용보고서 등을 구비하게 되어 있으나, 농업용 온실의 경우 일정규모 이하는 일선 행정관청 신고로 갈음하도록 하고, 일정규모 이상은 일선 행정관청에서 업무를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 기기조종자(자격취득자)는 농민이 겸임토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방법 15조 및 18조 : 경유탱크를 사용할 때 위험물 취급주임(자격 취득자)을 선임하도록 되어 있으나, 농업용 온실의 경우 일선관청 신고로 갈음하고 취급주임을 농민이 겸임토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액화석유가스의안전 및 사업관리법·고압가스관리법·동력자원부령 : 세 가지 법령이 고압가스저장허가·액화석유가스설치허가·시설중간검사·시설완공검사·자체검사·기술검토신청·사용신고·관리자채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농업용 온실의 경우 허가관청을 최일선 기관으로 유도해야 한다. 안전관리자는 역시 사업주인 농민이 겸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전전기공급규정 92조 및 전기사업법 49조 : 농업용 온실의 경우 전기 인입 공사비는 수용자 부담에서 한전부담으로 바꾸고, 보안담당자는 한전 위탁의 운영관리로 대신케 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더욱 간소화하는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생산성을 극대화할 자동화 우리온실을 농촌에 파급시킬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 농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총 건평 4천5백평 규모의 대현 자동화 우리온실을 6월에 착공하기 위해 전남 광양군 진월면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9명의 농민이 ‘진동협동농장’(가칭)을 설립(92년 3월25일)한 것이다.

 

“자동화 유리온실 1년 순이익 1억9천만원”

 설립 취지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성장작목시설의 현대화사업 자금으로 협동농장을 세우는 데 있다”고 했다. 설립 목적은 “시설의 대형화·현대화·협동화에 두고 운영비를 절감하여 효율을 높이는 한편 품질과 소득의 성장상을 꾀하여 농업발전의 산 표본으로 선도적 역할을 다한다”고 했다. 이 협동농장 사람들은 운영에 관한 전문 48조의 정관을 마련하고 기술자문역인 김인태씨(40)를 중심으로 경영분석을 하여 1년 생산비를 계산해봤다. 그에 따르면 광양제철소의 자동화 유리온실이 채택한 록울(석면)배지를 쓸 경우 첫 1년 순익은 1억6천7백여만원이 된다. 혼합배지를 쓰면 순이익은 3천여만원이 늘어 1억9천4백만원이 된다는 분홍빛 계산이다.

 협동농장은 김수성씨(47)가 내놓은 진월면 월길리의 농토 4천5백평 위에 단일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자동화 유리온실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농수산부는 작년 11월 우르과이 라운드에 대응하기 위해 시범 육성사업 계획을 세우고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의 하나로 성장작목 종합시범단지를 조성키로 결정했다. 그 업무는 농어촌진흥공사 시설영농처가 총괄하게 전국 각 군에 육성자금 예산을 배당하고 있다. 고소득작물을 생산하게 될 구조 개선사업의 시행주는 각 군이 되어 농촌파급을 촉진하자는 정책이다.

 광양군 사업과 농어촌개발계장은 성장작목 시설지원 육성자금으로 올해 50억원이 배당되었다고 말한다. 그 내역은 국비 21억원·도비 4억5천만원·군비 4억5천만원·융자금(3년거치 17년상환 연리 5%) 20억원인데 진흥협동농장 유리온실 건립에 25억4천8백만원을 지원키로 확정했다고 밝힌다. 지원금은 평당가격 56만5천원으로 산정했다.

 진흥협동농장이 선택한 우리온실 표본은 네덜란드형 자동화 유리온실이다. 기술 자문을 맡은 김인태씨는 매일 광양 제철소 자동화 우리온실에 나가서 이충일 박사로부터 여러 가지 지석을 습득하는 한편 네덜란드 시설의 단점이 나타나면 이를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김인태씨는 “전남대학 원예학과 정순주 교수나 순천대학 원예학과 양원모 교수 등에게 자문을 구하며, 설사 광양재철 유리온실이 실패한다 해도 우리는 차질없이 살아남도록 일을 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6월에 온실 기초공사에 들어가 12월에 완공하기를 바란다면서 기존의 생산량보다 10배 이상 높은 품종을 재배하여 모든 농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제철이 정관까지 바꾸어가면서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자임하고 나선 것은 이채롭다. 강철제품 매출액이 하루 1백69억원인 광양제철소와 완전자동화 유리온실의 토마토 농사는 너무 대조적이다.

 광야제철소 본관 서북쪽에 세운 3천6백평 우리온실의 공사비는 땅값을 빼고 18억8천만원이 들었다. 평당 52만2천원. 포항종합제철은 이것이 광양제철소의 하루 매출액의 11%에 해당하는 돈이므로 대수롭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 최신시설을 갖추기 위해 설비자재를 모두 네덜란드 데이스온실 건설회사에서 수입했다.

 70평 남짓한 부속건물에는 유리온실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컴퓨터조정실·저온저장창고(냉장실)·대형보일러·양액저장탱크·자동약제살포기, 그리고 온실내부의 자동화설비를 조정하는 제어박스 등이 있다.

 

국내학자 유리온실 개발 고무해야

 네덜란드 프리바사가 시설원에 전용으로 개발한 컴퓨터는 온실에 설치돼 있는 감응장치를 통해 기상상태는 물론 식물의 성장상태까지 자세히 관찰하고 이것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준다. 토마토가 자양분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요구가 컴퓨터에 의해 판단되면 즉시 양액 저장탱크로 컴퓨터의 지시가 전달되어 파이프라인을 타고 식물의 뿌리까지 양액이 직접 공급된다.

 토마토 포기마다 가느다란 고무대롱이 연결되어 뿌리에 직접 양액을 공급하므로 흡사 병상에서 환자들이 링게르를 맞고 있는 듯하다. 흙대신 암면 즉 록울(Rock Wool) 배지를 써서 식물의 뿌리를 뻗게 하는 수경재배방식이다.

 이 자동화 우리온실은 포항종합제철부설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이충일 박사팀이 한국에 적합한 재배방식을 연구하는 장소다. 지난 3월13일에 파종한 토마토는 11m까지 자라므로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는 ‘인디터미네이션’ 품종이다. 80여일이 경과한 6월 초 토마토는 6단까지 열매가 달리고 8단째에 꽃이 맺혀 있다. 앞으로 열매는 30단까지 계속해서 열린다.

 이충일 박사는 토마토 한 그루의 세계평균 생산량은 12.5~13kg이므로 전체 1만8천그루에서 2백80톤을 거둘 것으로 내다본다.

 카네이션도 7월 중순부터 수확하여 모두 1백만 송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카네이션은 일본 꽃수입상인인 明和주식회사의 주문을 받아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이충일 박사는 수경재배의 큰 약점은 병해가 양액을 타고 온실 전체에 퍼지는 위험과 양액의 조성비 실수로 일어나는 실물의 상피장애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광양제철소에 자동화 우리온실이 세워진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거대한 제철소가 최신식 유럽설비를 들여와서 농산물을 대량생산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황폐해가는 농촌을 죽이려 한다”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었다. 네덜란드형 자동화유리 온실이 한국토양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는 농업전문가들도 있다(《시사저널》134호 독자편지 ‘포철 한국형농업시설 개발·보급에 힘써야’ 참조).

 포항종합제철은 자동화 우리온실 건립계획을 추진하기 앞서 회사 정관까지 바꾸어 ‘과학영농사업과 그 기술의 보급’(92년3월7일)을 못박았다.

 그 사업의 첫단계에서 포항제철은 농업선진국의 최신 과학영농 설비와 기술을 도입하여 두 번째 단계에서 설비와 자재의 국산화에 착수하여 3단계 국산화율 100%를 달성함으로써 농업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시사저널》133호 독자편지 ‘포철 유리온실 사업은 농업선진화가 목적’ 참조).

 포철은 유리온실의 한국형 모형을 개발하고 설비자재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작업에 자회사를 참여시킨다고 한다. 그리하여 포철은 장차 농가에 시설 일체를 건설해주고 농사이익금으로 시설비를 갚아나가도록 하는 보급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농업진흥청 농업경영관실 정홍우 농업연구관은 유리온실은 평당 50만원에서 60만원까지의 많은 투자비가 들어 정부가 저리자금을 대폭 지원하지 않는 한 농가 스스로 이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정부가 설치비용의 40%에서 60%까지 융자지원을 한다 해도 작목선택을 잘못하면 타산성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농천진흥공사 영농시설부는 온실의 국산화를 유도하기 위해 온실모형을 설계하고 있다면서 “현재 광양군의 4천5백평 유리온실을 비롯하여 6곳에서 건립신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용 자동화 우리온실을 꾸준히 개발해온 학자들이 있다. 경상대학교 농과대학이 ‘현대화 하우스 모델’을 연구하여 농촌진흥청에 낸 제1차연도 보고서의 ‘집중환경제어장치’가 그 예이다.

 농촌진흥청은 농가보급형 자동화 하우스 표준설계도면 개정판을 4월에 냈다고 했다. 광양제철소의 자동화 유리온실 도입이 한국농촌의 체질개선에 이바지할 목적에서 였다고 하더라도 우리실정에 맞는 현대식 유리온실을 개발해온 국내 연구자들의 의욕을 손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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