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미래사회의 생활혁명 일으킨다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199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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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사람노릇 척척”…美, 지구촌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는 ‘이리듐 계획’ 추진


 4층짜리 대형 중국음식점이 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은 1층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전자계산기만한 무선통신기에 주문내용을 입력한다. “3번 탁자에 짜장 둘, 6번 탁자에는 짬뽕 하나.” 이 정보는 곧바로 1층에 있는 계산대와 주방·재료창고로 전송된다. 경리 담당자와 주방장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주문상황을 파악한다. 주방에서는 주문내용을 수시로 파악해 계획에 따라 조리한다. 이렇게 하면 재료도 절약할 수 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예전처럼 주문표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주문내용을 잊거나 뒤바꾸는 사고도 안생긴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순간순간의 영업상황이 무선으로 컴퓨터에 입력돼 중국집 주인은 일일이 전표를 확인하지 않고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그날의 매상은 물론 연·월간 수입과 지출 결산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은행의 잔고와 나갈 돈을 헤아려 자금계획도 세운다. 무선통신 기술이 진일보한, 멀지 않은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을 한 음식점을 무대로 그려본 것이다.

 무선통신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통신기술이 앞선 나라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회사의 세일즈맨은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고객의 주문을 앉은자리에서 본사에 접수시킨다. 회사에서는 그 주문대로 가까운 지점을 통해 물품을 고객에게 보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릴 날이 멀지 않았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각 가정의 가스 계량기에 사용량을 무선으로 송신하는 장치가 달려 있다. 가스회사측은 이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차로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어느 집에서 가스를 얼마나 썼는지 파악한다. 일일이 대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계량기를 읽을 수 있으니 시간 인력 경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각종 정보 결합하면 교통난도 쉽게 해결

 이같은 시스템은 아파트 단지에서 더욱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수도 전기 가스등의 사용량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 주부는 가정에서 컴퓨터로 은행구좌에 있는 돈을 자동이체하면 그만이다.

 미국의 일부 화물운송 회사에서는 통신위성을 이용해 물자유통(물류)을 합리화하고 있다. 본사는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을 시간별로 지역별로 분류한 뒤 전국을 누비고 있는 트럭에 새로운 일거리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알려준다. 운전자는 운전대 옆에 붙어 있는 단말기 프린터를 이용해 발송장을 바로 받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을 향해 물건을 싣고 떠난 트럭은 로스앤젤레스로 되돌아올 때도 짐을 가득 싣고 올 수 있다. 우리도 이처럼 무선통신을 이용한다면 물류비용을 절약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무선통신에 각종 정보를 결합하면 교통난도 해결할 수 있다. 운전석 옆에 부착된 컴퓨터에 전국의 교통지도를 기억시켜 놓는다. 운전자는 자기가 갈 곳을 미리 입력한다. 운전자가 가장 안 막히는 길로 안내하라고 명령하면 컴퓨터 화면에 “5백m 더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21번 국도를 타시오” 하는 등의 지시가 나타난다. 처음 가는 곳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찾아갈 곳을 지정하면 기계가 알아서 안내자 노릇을 해준다.

 현재 가정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무선전화기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대문 밖만 벗어나도 먹통이 되어버리는 무선 전화기가 이동전화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는 편리한 전화기로 탈바꿈할 날이 올지 모른다. 63빌딩과 같이 거대한 건물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자기 자리를 잠시 비운 새 긴급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불편에서 해방된다. 이 무선전화는 셀룰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동전화와 통신위성과도 연결된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모토롤라사는 96년 초 서비스를 개설한다는 목표 아래 ‘이리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이름은 이리듐의 원소기호가 77번이라는 데서 붙여졌다. 77개의 통신 위성을 띄워 이를 이동전화와 연결해 지구 구석구석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는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사는 ‘귀고리 전화’를 개발하고 있다. 귀고리 안에 송·수화기를 내장해 턱뼈의 진동으로 음성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무선 통신의 앞날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통신과 각종 정보 시스템이 결합될 때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산업의 경영도 합리화 될 것이다. 그 대신 인간은 전화번호라는 또 다른 굴레에 얽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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