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지휘권 싣고 7함대 '북상중'
  • 김당 기자 ()
  • 승인 199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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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측 해구사 사령관 곧 미군 장성으로 교체



 한.미 연합사령부(CFC.사령관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 예하인 해군구성군사령부 사령관이 한국군 장성에서 미국 장성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한.미 연합 사령부(연합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11월3.4일 서울에서 열린 제 15차 한.미군사위원회(MCM)및 제 2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양국이 미 태평양 사령부 예하 7함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연합사에 귀속시키기로 합의한데 따른 '당연한 편제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군구성군사령부(해구사)지휘권 교체가 한.미 군사위원회(군사위)에서의 합의 사항인지 검토 사항인지는 밝힐수 없으나, 국방 정책 변화라는 측면에서 7함대 사령관(로버트 J 켈리 제독)을 해구사 사령관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하는 미국측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해군력 강화로 활용해랴
 그러나 정작 해군본부 쪽에서는 뒤늦게 교체 요구 사실을 전해 듣고 이를 연합사측에 확인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 미국측은 이미 7함대 전시 작통권의 연합사 귀속조처와 함께 연합사 예하 해구사의 편제 개편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미 연례안보회의 이후 국방부 발표를 토대로한 '한반도 전쟁 발발시 7함대는 한국군이 사령관으로 되어 있는 해구사로 귀속된다' 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국방부는 당시 7함대의 연합사 귀속에 대해 '전시 개입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는 의미만 강조했지 7함대의 연합사 귀속에 따라 예상되는 해구사 지휘권의 변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해군측에서는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연합사는 지상군구성군. 해군구성군.공군구성군.해병대구성군 등 4개 구성군으로 되어 있는데. 공군구성군 사령관을 제외하고 지상군.해군.해병대구성군 사령관은 한국측이 맡고 있다. 특히 해군의 경우 지난 78년 연합사 창설 이후 가장 오랫동안 한국측이 구성군 사령관(현 안병태 중장)이 맡고 있다. 이같은 편제는 지난해 12월1일 짜여진 것이다.
 해군측은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군 장성 출신인 한 국회의원은 "현재 해군 내부의 교체 불가 입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방부 및 연합사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군사 측면에서 볼 때 한반도 방위 전략상 미 해군력을 가능한 한 가까이 둠으로써 자동개입을 보장토록 하기 위해서는 미군 사령관이 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럴 경우 전략 개념 및 무기 도입 측면의 독자적인 작전 계획 수립이나 전력 배치 등에서 간섭을 받을 여지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독자적인 해군력 강화 기반을 최대한 다져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군측이 7함대 사령관에게 해구사 지휘권을 달라고 요구한 배경은, 우선 지난해 군사위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처음 채택한 미국의 새로운 세계 경영전략인 이른바 신속 전개억제전력(FDO)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식 설명은 '두나라가 한반도 방어를 위해 힘과 의지가 뒷밤침된 억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한반도 위기고조 때 미국은 해.공군 전력 위주의 신속전개억제전력을 즉각 전개해 억제를 달성하고, 전시 미 증원 전력의 전개 계획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 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FDO 전략은 결국 동맹국(한국군)에 대해 지상군 중심의 체제 개편과 대량의 전투장비 비축을 요구하는 것으로, 후자는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경제 부담을 예고하는 것이고, 특히 전자는 육해공군과 균형 있는 발전을 원하는 한국군의 목표와 상충하는 것이다. 이것을 또 한국 국방의 한국화라는 장기적인 국방 계획과 관련해 경계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반쪽 방위군' 이지만 한국군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자주 국방의 실현이고, 그럴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해군력 증강과 작전 수행 능력 향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 미해군의 규모(실전 부대는 없고 진해 기지 등에서 수백명이 7함대 사령부 연락 지원 및 보급 담당)에 비추어 그동안 체면상으로도 미군이 지휘권을 요구할 수 없었지만 7함대가 배속될 경우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한.미 양국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라고 말했다. 미국이 '막강 7함대'의 지휘권을 한국 장성에게 말길 리 없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병력이 30여만으로 미군의 모든 통합사령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태평양에서 해군이 갖는 지위를 감안하여 태평양 최고사령관은 전통 적으로 해군 제독이 차지해 왔다.
 어쨌건 연합사에 7함대를 배속하고 지휘권을 요구한 데서 나타난 지휘권의 변화(지상군구성군 사령관은 한국, 해.공군구성군 사령관은 미국)는 미국의 신소전개억제전력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해구사 지휘권을 요구한 배경을 핵전력 운용에서 찾는 이도 있다. 주한 미군의 지상 핵무기는 철수했다고 하나 여전히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점에 비추어 이는 곧 제 7함대의 핵전력 운용의 지휘를 한국측에 맡길 수는 없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미.다른 나라에 자국군 맡긴 적 없어
 7함대는 최신에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9만5천t급)와 재래식 항공모함 인디팬던스호(8만t를)비롯해 이지스 순양함, 공격용 핵잠수함, 구축함, 호위함,  보급함 등 수심척의 함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지스 순양함은 2천 5백 km 떨어진 지상 목표를 공격 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84년부터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 의 요새와 비행장을 공격할 것을 염두해 둔것이다. 그 밖에도 7함대 항공모함에는 언제라도 핵폭탄을 싣고 발진할 태세가 되어 있는 FA-18전폭기 등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보다 강한 화력을 가진 각종 탑재기들로 무장돼 있다.

  사실 미 해군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이처럼 7함대가 핵무기를 대량으로 적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영해 안에 있건 밖에 있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해 왔다. 7함대는 한반도 위기상황 때 미국 '포함 외교'의 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미국 핵 전문가 피터 헤이즈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68년 미국의 첩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과 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등 위기상황에서 항공모함을 출동시킨 가운데 평양에 핵을 투하할 계획을 세우기 까지 했다. 미국이 이번에 7함대라는 핵 억제력을 전시 자동개입하게 한 것을,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담은 경고 메시지로 여기는 시각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그같은 막강 7함대 핵무기 운용체계의 지휘를 한국측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와 한 . 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한국에 그럴듯한 선물꾸러미를 풀었다. 그 보따리의 애용은 지금까지 연합사 사령관이 행사해온 한반도 내의 이른바 평시 작전통제권을 94년 12월1일부로 한국 합참의장에게 이양키로 한 것과, 미 태평양사령부 예하 7함대의 전시 작통권을 연합사 사령관에게 귀속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이 선물에 담긴 뜻은 한국 언론에 ‘자주권 회복’과 전시 미 해군의 ‘자동 개입’으로 비쳤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과 때맞춰 공개된 전쟁 시나리오가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의 선물보따리는 한국민에게 든든한 '백'으로 간주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선물의 대가는 여전히 언급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에 합의된 '평시 작통권94년 12월1일 이양' 만해도 나병선 의원(민주)의 지적대로 1년전 제 24차 한 . 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합의한 '94년말 이양'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일 뿐이다. 군사 평론가 지만원 박사는 해구사 지휘권 교체 요구에 담긴 의미해 대해, 교체 요구를 전제로 "미국은 생리적으로 아무리 적은 병력이더라도 자국군의 운명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을 용납한 적이 절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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