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시대에 소각장 웬말”
  • 김상현 기자 ()
  • 승인 199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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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책에 주민 · 환경단체 반발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99년까지 쓰레기 소각장 11개를 건설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현재 1백50t 규모의 목동 소각장을 4백t 규모로 한창 증설중이며, 상계동 소각장 기공식도 이미 마쳤다. 쓰레기 소각 규모가 하루 6백~2천8백t에 이르는 이 ‘자원회수 시설’들은 앞으로 마포구 강남구 강동구 도봉구에서도 거대한 굴뚝을 내보일 것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설들이 첨단 환경 과학 기술을 적용한 최신 공해방지 장치로서 기존 소각장과는 구별되는 ‘자원회수 시설’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93년도 쓰레기 관련 예산 내역은 ‘자원 회수’라는 말의 실상을 훤히 보여준다. 전체 예산의 98.2%를 차지하는 소각장 예산 3백5억원에 비해 재활용 예산은 5억5천만원(1.8%)에 불과하고, 쓰레기 감량예산은 아예 잡혀 있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도 서울시가 대외적으로 밝히는 쓰레기 정책은 첫째 감량화, 둘째 재활용, 셋째 매립니다. 목동 소각장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회장 임영자씨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쓰레기를 소각할 계획이면서도 말로는 재활용이니 자원 회수니 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쓰레기 소각 정책에 쏟아지는 여러 비판 가운데 하나는 소각 시설의 계획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 청소 사업본부의 ‘자원회수 시설 건설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하루 1만6천3백50t을 태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2001년 기분). 그러나 서울시가 펴낸 ‘일반 폐기물 기본 계획’은 2001년의 쓰레기 발생량 1만4천t 가운데 태워야 할 쓰레기를 8천5백t으로 잡고 있다. 수원대 장영기 교수(환경과공해연구회 부회장)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나 줄어드는 등 재활용 운동에 힘입어 쓰레기가 계속 줄고 있다. 정부가 예측한 쓰레기 발생량은 과장되었다”라고 말했다. 장교수는 또 “정부는 G-7 프로젝트 환경부문 과제로 저공해 소각기술 개발계획을 세우고 4백억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외국 기술까지 도입해 쓰레기 발생량 보다도 용량이 더 큰 소각장을 서둘러 건설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소각장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이 극력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각장에서 배출될지도 모르는 유해 물질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 지난 4일 한국을 찾았던 국제적 환경운동 단체 그린피스의 소각장 전문가 로버트 카트멜씨도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지은 소각장이라도 유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경고했다.(39쪽 상자 기사 참조)

“암 유발 다이옥신 배출 위험성 크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발표한 소각 방식이 연탄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쓰레기를 섞어 태우는 것이어서, 수은 납 카드뮴 아연 같은 중금속 대기오염 물질을 매출할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야 ‘최첨단 자원회수시설’이라고 강조하지만, 노원 소각장과 목동 소각장 건설 공사가 덤핑 낙찰된 바람에 주민의 불신감은 더욱 깊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이 노원 소각장 건설 공사에 응찰한 금액은 공사 예정가 1천5백억원의 37%의 5백50억원이었고, 목동 소각장 시공자로 선정된 선경건설이 제시한 금액은 예정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 2백60억원이었다.

 유해성 여부를 놓고 특히 논란을 빚는 물질은 월남전에서 악명을 떨친 다이옥신이다. 서울시는 많은 의학자나 생리학자들의 실험결과, 사람은 실험쥐와는 달리 미량의 다이옥신에 피해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민이나 환경 단체들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 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시가 소각장 건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 특히 일본의 소각장 건설업체들이 로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그럴듯하게 떠돈다. 장영기 교수는 11월12일 소각장 관련 민주당 정책토론회에서 일본 로비설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산하기관인 일본국제협력기구가 85년 10월 제출한 ‘서울 도시 고형폐기물 관리 체계에 관한 마스터플랜과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하루 6백t 규모의 쓰레기 소각시설 13개를 서울 시내에 지으라고 제안했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가동중이거나 시공중인 9개 소각장의 기술 제휴업체 가운데 6개가 일본업체이다. 장교수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연구 지원과 소각시설 시찰 지원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일본 소각장 건설 업체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건설업체 로비설도 나와
 중계동·하계동·목동 등 소각장 부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은 ‘태우기보다는 재활용에 힘쓰자’는 것이다. 소각장 건설 반대 대책위 주민 대표인 최성각씨는 “소각장 건설을 2~3년 전면 유로하고 감량화 · 재활용 운동을 벌여 정확한 쓰레기 발생량을 알아본 뒤에 소각장을 짓더라도 늦지 않다”라고 말한다.
 쓰레기 재활용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여러 연구 결과들은 쓰레기의 90% 이상이 재활용 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주민의 절대적 호응이 전제돼야 한다.

 경기도 시흥시는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하루 매립할 쓰레기를 2백14t에서 67t으로,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을 2.3kg에서 1.03kg으로 줄였다. 그 결과 연간 매립에 필요한 비용 2억4천만원과 운반 비용 1억8백만원 등 3억5천만원을 절감했고, 재활용으로 조성한 1억8천9백만원 가운데 1억6천3백만원은 주민 몫으로, 2천6백만원은 환경미화원 복지기금으로 적립할 수 있었다. 시흥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한다면 매립할 쓰레기를 3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과다 책정된 소각장 건설 계획은 엄청난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바람직한 쓰레기 처리의 전반적 과정을 왜곡할 위험마저 있다. 현재 계획중인 쓰레기 소각 처리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 환경과공해연구회 연구원인 홍상표시의 이러한 주장은 소각장 건설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金相顯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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