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가
  • 박권상 (편집고문)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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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안 지키고 의를 외면하고 당파적 이익에 탐닉함으로써 ‘????’의 가치를 짓밟은 사람들은 바로 정치가다.

 

 

 얼마전 《사사저널》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대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낮고, 가장 존경받지 않는 직업인”으로 정치인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나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두려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인에 대한 모멸감이 상상 이상으로 강한 것이다.

 이 조사통계에 따르면 정치인은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인”으로 (69.9%) 단연 1위였고, 두 번째가 종교인(29.7%), 세 번째가 공무원(22.7%), 네 번째가 법조인(16.5%), 다섯 번째가 언론인(14.1%)의 순서였다. 주목할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회에 가장 기여도가 낮은 직업인 역시 정치인이 최우선(43.3%)이었고 두 번WOrk 종교인(38.1%)이었으며, 세 번째가 예술인(3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이란 누구인가.

 대통령과 장·차관, 국회의원과 정당인들을 총괄하는 집합명사가 곧 ‘정치인’이 아닌가. 다시 말해 이 나라 국가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은 나라의 대표들이거늘 스스로의 손으로 뽑은 나라의 어른들에 대한 시선이 이렇듯 따갑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가 ?를 추구하면 ??? 도 권리를 주장한다.

 왜 이렇듯 이 땅의 정치인들이 국민적 멸시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EK지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한 마디로 정직하지 않고 법을 지키는 것이다. 민주주의 하면 곧 법치주의다. 다스리는 사람의 뜻에 따라 주요국사가 결정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이 정한 바에 따르는 것이요, 법의 조문과 정신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점 이른바 의회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자명하다.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헌법과 법을 유린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애국적 동기이고 결과가 좋다하더라도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 법이 다스리는 것이지 사람이 다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헌준법과 관련되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정직성 문제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옳고 그름을 판단의 기초로 삼지 않고 스스로의 이익추구와 자기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면, 국가는 정치의 불신, 사회적 혼란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가 ?를 추구하면 ???도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상과 하가 서로 다투어 이익을 취하게 될 텐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신뢰할 수 없고 그런 나라가 성할 까닭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 상황의 본질은 바로 윗사람들이 법은 안지키고 그것을 가볍게 다루는 데 있다. 그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아랫사람들 또한 법과 도덕을 무시한 채 스스로의 이익추구에 물불을 안가리는 데 있다.

 서울시내에서 자동차를 한시간만 몰아보면 대부분의 운전자가 얼마나 ?를 위해 ?를 버리고 있음을 안다. 한마디로 염치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 책임을 어느 한 사람에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나라 다스리는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법을 안 지키고 ?를 외면하고 당파적 이익을 탐닉함으로써 ‘????’의 가치를 짓밟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14대 국회의 공전은 지자제 법집행 거부 때문이다.

 모처럼 4년 만에 뽑힌 제14대 국회가 공정되고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당파적 이익 때문에 지자제 법집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당도 야당도 지금의 정치적 교착상태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본질적인 근원은 92년 6월 말 이전에 실시케 된 지자제 ‘장’선거를 별 설득력 없는 이유를 내세워 실시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돈이 들고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불법행위’의 표면상 이유이다.

 각급 선거에 후보자들이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뿌리고도 눈감아 준 측이 누구길래 돈 때문에 선거못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1년에 네 번씩이나 선거를 치룰 수 없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대통령선거 때 한꺼번에 치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지자제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대통령이 이의없이 서명 공포한 것이고 그밖에 여러 번 실시를 다짐하였는데, 전혀 준비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가 선거를 눈 앞에 두고 대통령 말 한마디로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는 당파적 이익 때문이라는 것, 대통령 선거에서 특별시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 각급 지방행정기구를 동원하여 이른바 여권의 프리미엄으로 써먹겠다는 저의라는 것을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심히 당파적 만용, 이러고서도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이 사회에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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