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병원’ 꿈 현실된다
  • 정리.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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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나리오는 단순히 꿈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PX 2000》에 소개된 ‘거실 병원’(HOSPITAL IN LIVING ROOM)은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대니얼 슈넥 박사, 듀크 대학의 에디 박사,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카플란 박사, 미국의학협회지(JAMA) 편집장 룬드버그 박사와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고 있다. 가정에서 병원 처방을 시행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 소개되는 ‘현명한 화장실(smart toilet)’의 첫 세대 모형은 이미 일본의 변기 제조회사 토토에서 개발했다.<편집자>

1 “건강 선택 메뉴를 제시해 주세요”
 벤은 음성시계 소리에 단꿈을 깨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지금 시각은 6시45분, 오늘은 1998년 4월27일, 밖의 온도는 57F, 13.9C, 대기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일기는 부분적으로 구름이 끼고 바람이 잠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의 최고 온도는 72F, 22.2C입니다. 모든 통근 열차는 정상 운행할 예정입니다. 드라이브를 원하신다면 외곽 순환도로는 피하십시오.”
 오늘은 광고 회사의 아트 디렉터로 승진하여 근무하는 첫날. 좀 흥분된 상태로 잠이 깬 벤은 욕실에 가서 소변을 본 후 물을 내렸다. 물이 채워지기 전에 변기에 있는 소변채취기가 전자 센서를 이용해 분석에 들어간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혈압 측정기에 팔을 집어 넣는다. 검은 모니터에 빨간 불빛으로 혈압 110/70mmHg, 맥박 54회/분이 표기되어 만족스런 상태임을 알려준다.

 그는 의자에 앉아 몸무게와 체내 지방을 측정한다. ‘71.2kg, 14% 지방률, 양호’. 이쯤에 소변 분석 결과가 화면에 나온다.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세균 약간, 아마 어제처럼 피부 감염된 듯함. 피부를 청결히 한 수 재검 바람. 백혈구 없음, 적혈구 약간’.
 물 두 잔을 마시고 다시 소변 검사를 한다. 이번에는 세균이 나오지 않았으나 적혈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스럽다.
 출근한 뒤에도 소변의 적혈구 양성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욕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다. 전자 센서가 분석하는 3분이 길게만 느껴졌다. 화면에 결과가 나타났다.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백혈구 없음, 적혈구 약간’. 맙소사.
 그는 음성작동 컴퓨터에 가서 마이크로폰에 대고 말한다. “건강 선택 메뉴를 제시해 주세요.” 화면에 메뉴가 나온다.

 1. 주치의에게 정보를 예약하기를 원하십니까? 예/아니오.
 벤은 ‘예’에 대답하고 다음날로 예약한다.
 2. 데이터를 입력하기를 원합니까? (소변/혈액/신체모수(data)/기타)
 그는 원한다고 답한다.
 3. 증상과 증후의 분석을 원하십니까?
 역시 ‘예’
 컴퓨터 : “증상과 증후를 제시하시오.”
 벤 : “소변내 적혈구.”
 컴퓨터 : “세균이나 백혈구도 나옵니까?”
 벤 : “약간.”
 컴퓨터 : “아프거나 열이 납니까?”
 벤 : “아니오.”
 선택 사항이 15초간 나오고 가능성 있는 진단명이 화면에 나타난다.
 1. 전신성 홍반성 낭창
 2. 신장, 방광, 요도암
 3. 양성 혈뇨

 그는 3번을 고른다. 몇초후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몇몇 사람은 별다른 이유 없이 소변에 혈액이 섞여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을 양성 혈뇨라고 하는데, 유전적 요인이나 심한 신체 활동 후에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혈뇨 경험자가 있습니까? 아니면 최근에 적절한 수분 섭취를 하지 않은 채 심한 신체 활동을 하였습니까?’ 그는 ‘예’라고 대답하고 안도감을 느낀다. 어제 3종경기를 하느라 친구들과 함께 25.6km를 달렸던 것이다. 훈련 도중에 전해질 수액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았으며, 달린 후 한참 동안 비정상적인 갈증을 느꼈었다. 컴퓨터는 탈수가 방광의 벽을 손상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통증 없는 소변내 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24시간 안에 사라집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주치의와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벤이 소변 검사를 다시 하자 적혈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

2 환자 정보, 컴퓨터 통해 자동 전달
 2005년의 일이다. 브레트는 컴퓨터로 일상 계획을 확인하던 중 가족이 주말 진단을 할 시기임을 알게 된다. 그는 욕실에 가서 혈액채취 기구를 열고 왼쪽 귀에 귀고리를 꽂는다. 남편 콘래드와 아들에게도 똑같이 귀고리를 꽂도록 한다. 10대인 딸은 그 날의 패션에 따라 코에서 혈액을 뽑는 기구를 쓰기도한다. 이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클립을 떼어내어 한꺼번에 어댑터에 연결한 뒤 컴퓨터에 부착한다. 이것은 모뎀을 통해 주치의 컴퓨터로 전송되고, 주치의가 실시한 혈액 검사 결과 역시 모뎀을 통해 전송된다. 놀랍게도 이 모든 절차는 한방울의 피도 떨어뜨리지 않고 진행된다.
 그들이 걸었던 귀고리는 ‘기능적 보석’이다. 귀와 코의 표피에는 모세혈관이 분포돼 있어 검사하기에 적절한 부위이다. 피부와 밀착되는 귀고리의 안쪽은 모세혈관에 흐르는 모든 물질의 분자구조를 알아내는 레이저로 되어 있다. 이 자가 사용 컴퓨터 클립에는 나트륨?칼륨?콜레스테롤?지단백 분석치, 혈당?항체 농도에 사용되는 제제의 수준, 암유전자의 초기 변이까지 입력되어 있다.

 주치의는 환자의 각종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므로 진단이 매우 정확하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물질은 날짜에 따라, 또 같은 날이라도 시간에 따라 농도가 달라진다. 기존 임상병리 검사는 ‘스냅 사진처럼’ 우리에게 한 시점의 상황만을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브레트 가족이 사용한 기능적 보석은 ‘영화처럼’ 계속되는 상황을 진단한다. 한 시점의 검사를 근거로 할 경우 환자의 콜레스테롤치가 다른 사람에 비해 높다고 하여 불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지만, 레이저 클립은 이같은 잘못을 저지를 위험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의 수치가 지난 주에 견주어 걱정할 만큼 변한 것이면 컴퓨터가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환기시킨다. 다음날이면 ‘가정 음성 우편 체계’를 통해 주치의의 처방 내용이 전달된다.

 “브레트씨와 아이들의 검사 결과는 모두 지난주 결과의 2% 정도만 변화하여 최적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콘래드씨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변화가 심합니다. 고비중 지단백 콜레스테롤과 저비중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아포 지단백 B는 둘 다 지난주보다 8%나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비타민 E는 6%나 줄었습니다. 콘래드씨는 자신의 세포생화학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의사와 면담을 예약하기 바랍니다. 예약 시간은 저희 사무실과 연결된 당신의 컴퓨터로 짤 수 있습니다. 만약 방문이 어려우면 15분짜리 비디오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콘래드는 2주간 출장을 떠날 예정이어서 로스앤젤레스에 비디오 예약을 한다. 전화의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주치의의 비디오 영상이 벽면 텔레비전에 비친다. 동시에 콘래드의 영상도 주치의에게 전달된다. 벽면 텔레비전은 21세기 이후 대부분의 가정과 호텔에 보급된 영상 매체이다. 이것은 의학 용도와는 별도로 보급되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추가로 의료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

 주치의는 콘래드의 수치가 최적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약 한달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전의 최적 상태와 아주 동떨어진 것이 아니므로 투약이 필요하지는 않고, 그 대신 영양제를 섭취하도록 제안받았다. 이 영양제는 질병과 싸울 수 있는 성질을 담고 있는 음식이다.

 콘래드는 브레트에게 전화하여 슈퍼마켓에 가서 영양제를 사다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브레트는 자기 컴퓨터로 모든 슈퍼마켓의 상품 사항을 알아보고 영양제를 구입한다.

 2005년의 슈퍼마켓은 건강을 위해 특별하게 고안된 식이를 제공해 주는 미래의 건강센터가 된다. 영양 섭취는 점차로 첨단 치료방법이 되어 영양제와 음식의 차이는 희미해졌다. 매장에 있는 컴퓨터는 통로마다 쌓여 있는 영양제와 음식에 대해 재빠르게 영양분석을 하므로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상품에 대한 상대적 이점을 비교할 수 있다.

3 생후 석달 돼야 처음으로 병원 나들이
 2012년 한 가정에서 아이의 네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아이는 4년 동안 단 한번 병원에 갔다. 아이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2008년에 태어났다. 1990년대까지는 모든 분만이 산부인과나 조산원에서 이루어졌으나, 2005년에 와서는 자식의 분만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아버지가 늘어났으며, 2008년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하면 남편은 전극을 산모의 배에 대고 산모와 아이의 심장박동, 호흡, 혈압, 자궁 수축력의 변화 등을 살펴본다. 전극의 끝은 전화의 모뎀과 연결하여 주치의에게 정보를 보낸다. 의사는 화면으로 활력상태와 전체 분만절차를 본다. 남편은 음성전화를 통해서 의사와 의견을 교환한다. 미래시대의 아버지들은 부모건강 교실에서 응급처치 방법을 훈련받는다. 그러나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는 가정분만 5천건당 1건도 안된다. 분만 후에는 레이저 칩을 아이의 머리에 붙이고 정기적으로 혈액을 검사한다. 이 검사는 아이의 유전 질환이나 페닐키톤뇨증 유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이 검사 결과도 모뎀을 통해 의사에게 전송된다.

 생후 첫 주 동안 아이는 유대감 강화를 위해 부모와 함께 잠자며, 둘째 주에는 침대에서 잔다. 이후부터 소아 급사가 흔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약간의 근심이 생긴다. 그러나 200년부터는 아이의 침대에다 이전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감시 장치를 설치하여 이에 대한 근심도 줄어들었다. 매트리스에 끼여 있는 감지기가 아이의 호흡, 맥박, 혈압, 혈액내 산소량, 다리근육에서 나타나는 경련 같은 움직임을 세밀히 감지한다. 만일 어떤 징후가 보이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작동하여 아이의 호흡을 향상시키고 대기 내에 산소량을 늘린다. 동시에 부모의 방에 경보를 울려 위급 상황을 알린다. 2005년에 처음 소개된 이 감시 장치는 처음에는 의료 기구로 간주되어 값이 비싼(5천달러 이상) 선택적인 기구였다. 그러나 몇년이 못되어 많은 사업주가 대량생산하여 처음 가격의 3분의 1도 안되는 값으로 살 수 있게 되어 이제는 ‘플라스틱 시계처럼’ 보편적인 기구가 되었다.
 이것은 심장박동?혈압?뇌파?호흡을 계속 주시하면서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이탈하면 즉시 의사의 전자수첩에 알린다.

 생후 석달이 되면 아이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의사를 방문한다. 아이에 관한 모든 정보가 정기적으로 주치의에게 보내졌기 때문에 이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신체검사를 마친다. 그리고 나서 의사는 부모에게 캡슐을 8개 주고 7개월 동안 젖 먹이기 전에 먹이도록 지시한다. 이 캡슐에는 유전적 백신이 들어 있어 모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준다.

4 샤워하면서 전신 세포 단층촬영
 2020년을 상상해 보자. 36세의 건강한 부인이 전신을 검사하기 위해 샤워를 한다. 작은 화면이 달린 컴퓨터 스캐너가 샤워 꼭지 안에 장착되어 있다. 그가 샤워를 하는 동안 컴퓨터 스캐너는 전신의 세포를 단층촬영한다. 샤워가 끝나면 컴퓨터가 분석한다. 잠시후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왼쪽 유방의 바깥쪽 위에 비정상적인 대사를 보이는 미세 부위가 3개 보입니다. 이것은 악성 세포는 아닙니다. 그러나 즉시 이 세포덩어리를 제거하십시오. 담당 약제사의 코드는 36-A입니다.”

 그는 자기 몸안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즉시 약제사에게 전화하여 한시간 내에 필요한 약제를 배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달된 약제는 비타민제와 비슷하게 생긴 분홍빛 작은 캡슐이었다. 이것이 실제로 유방의 비정상적인 세포를 치료할 수 있을까. 그는 약을 복용한 3일 후에 다시 검사했고, 다음과 같은 산뜻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전에 보였던 비정상적인 세포는 제거되었습니다. 정규적인 계획에 따라 다음달에 다시 검사하십시오.”

 그가 복용한 약제는 유전적인 단일 클론(mononclone) 항체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특수한 세포독성 물질로, 종양을 유발하는 비정상 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종양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파괴한다. 이 비정상 세포는 과거에 방사선 촬영으로도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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