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河옆에서 목타는 주민들 "낙동강 살릴 대안부터 내놓아라"
  • 부산'김상현 기자 ()
  • 승인 199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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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환경 안보'에 국민은 '실천'에 주력해야

정부는 이렇게 말했다. '△전국 상수원에 수질 자동측정기 설치 △부산시 상수원 주변을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고아해 업소의 입지 강력 제한 △하수처리 시설과 정수장 시설 확충'현대화 △오염 물지 총량규제 제도 도입 △공해 배출 업체 강력 단속…'.

이번 낙동강 식수원 오염 사건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 9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때 나온 방안이다. 그러나 2년 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영남 지역 주민들은 알지 못한다.
지난 14일 밤 9시40분께, 부산 동아대 약수터에서 40여개의 물통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었다. 병아리 눈물만큼 찔금찔금 나오는 물을 받던 최돌석씨(53'부산시 엄궁동)는 4시쯤 물통을 갖다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체념한 표정으로 "이번 일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정부라고 별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단법인 낙동강보존회 박청길 사무국장(부산 수산대교수)에 따르면, 낙동강은 그 지리적 특성 때문에 늘 오염될 위험에 있다. 무엇보다도 낙동강 물을 더럽히는 주범은 중'상류 지역에 자리 잡은 대규모 공장들, 대구'구미'김천의 대규모 공단을 1천만 영남 주민의 상수원 지역에 조성한 것이 이번과 같은 사건을 초래하게 한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지역 공장들 가운데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젠과 톨루엔을 배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공장만 어림잡아 30여 곳에 이른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낙동강 중'상류에는 대규모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도시에서 흘러나와 금호강으로 유입되는 생활 하수는 끊임없이 낙동강 수질을 위협해 왔다. "물금 지역의 경우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4ppm대이다. 이미 고도 처리를 요구하는 3급수로 떨어졌다"라고 박청길 교수는 경고했다.

대구시 달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매일  처리하는 하'폐수는 생활 하수 13만t, 공장폐수는 12만t 해서 모두 25만t이다. 그러나 대구 지역에서 나오는 하'폐수는 하루 38만t에 이른다. 그렇다면 나머지 13만t은? "오는 6월 15만t 규모의 처리장이 완공될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는 양진호 소장의 대답이다.

"생수업체 관리라도 잘해야 한다"
이번 물 사태를 맞아 쾌재를 부르는 곳은 생수업체와 정수기 판매업체이다. 천안에 본사를 둔 ㅅ음료 부산대리점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하루 4백~5백여 통씩 나갔는데 요즘은 주문이 들어와도 없어서 못판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약수터에서 만난 김민호씨(학원강사'부산시 하단동)는 "생수나 정수기도 믿을 수 없지만 수돗물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정부가 당장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할 수 없다면 민간 생수업체에 대한 관리만이라도 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수질관리 개선대책에 대한 영남 지역 주민의 시큰둥한 반응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을 잘 드러내 준다. 박청길 교수는 "예전의 대책을 재탕 삼탕한 정부 발표는'앞으로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만 못하다"라고 안타까워 한다. 총리가 낙동강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 주었더라면, 국민의 신뢰는 물론 재원 확보 등 관련 부처와의 힘 관계에서도 유리했으리라는 것이다. "낙동강 오염 사건만 터지면 취수원을 합천댐으로 바꾼다는 얘기만 할 뿐, 낙동강을 어떻게 살리겠다는 대안은 내놓지 못한다"고 부산환경운동연합 옥성애씨는 꼬집는다.

한강 상수원이 되는 팔당호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 넓어지면서 여러 공해 업소가 구미공단으로 이주중이다. 한편 경상북도는 지난해 초 달성군 위첨면에 대단위 염색공단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천면을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지난 15일 오전 10~12시 부산시 산하 공무원과 경찰 시민 등 2만여 명이 청소차 35대, 배 1배5척 등을 동원해 낙동강 대청소 작업을 벌였다. 같은 시각 부산 1백 75개의 약수터에는 평소의 3~4배에 이르는 사람이 북적거렸다.

장 원 교수는 "뒷짐 지고 있다가 호되게 당한 우루과이 라운드를 교훈 삼아 '환경 안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또 부산 대신공원 약수터에서 만난 제아무개씨(41)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무신경한 환경 대책도 문제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국민도 문제다."결국 이 두사람의 말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부산'金相顯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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