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개발에 혼선만 빚는 민 · 관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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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의주의에 기업간 갈등 · · · 투자 위험 커

 지난 7월1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모 스크바에서 만나, 러시아의 유전개

발과 한반도를 통과하는 가스관 공사 등을 는의했다. 김회장은 귀국회견에서 옐친 대통 령으로부터 긴급히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6 월29일 출국했다고 밝혔다 (대우그룹의 한 대변인은 "연락을 받고 떠난 것이 아니고, 그 냥 만나러 갔다"고만 확인했다) . 어떤 연유로 김회장이 모스크바에 갔든, 그가 옐친 대통령 을 만난 시기와 방식은 정부와 기업,그리고 기업과 기업이 협의 공조하지 못하고 혼선만 빚는 대 북방투자의 일면을 보여준다. 

 김회장이 모스크바에 갔을 때 이상옥 외무 부장관은 6월26일부터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고 있었다(김회장이 옐친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인 30일 저녁 이 장관은 옐친을 예방 했다) 또 김회장과 옐친의 '야쿠트 가스관 합의' 보도가 나온 며칠 후인 7월6일 한준호 동자부 자원개발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자원개발조사단이 김회장과 옐친 대통령이 논의했다는 야쿠트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조사단에는 대우 · 현대 삼성 · 럭키금성 등 민간기업과 석유개발공사 가스공사 같은· 정부투자기관이 참가했다. 

 이런 정황을 생각해 보면 김우중 회장의 갑작스런 옐친 면담의 속사정이 무엇이든, 정 부 주도하에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대응한다 는 정부의 대러시아 투자진출은 원칙없이 표 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우의 대변인은 김우중 회장과 옐친 대통 령의 만남에 대해서는 "정부와도 사전 협의 는 없었다"고 말했다. 동력자원부의 조기봉 자원개발과장은 "북방 지역에 대한 투자는 사전에 정부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고 강조 하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 가 없었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실무 관료로 서의 입장을 밝혔다. 한 민간기업 경제연구소 의 북방정책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한다고 하면서 기업에 끌려다닌다. 정부가 최소한 기업 간의 갈등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부의 대북방 무원칙을 비판했다.

 진념 동자부장관은 지난 5월말 러시아 방문 이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러시아 자원 개발은 '정부 주도로 민간기업이 공동대응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북방투자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최근 뚜렷한 방향 없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적당히 노선을 변경시키는 편의주의로 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와 학계에서 끊이지를 않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투자는 개별 기업에게는 위험이 너무 크다.

 러시아의 자원개발은 정부 차원의 종합전략이 있어 야 한다"며 정부의 마스터 플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 투자진출과 같은 거대한 투자사업에는 어느 나라나 정부와 기업 간에 긴밀한 협조와 조율이 요구된다고 러시아 투자 전문가들은 강조 한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자국의 석유회사가 유전 개발권을 따낼 때까지는 러시 아와 어떠한'교류협력에도 서명할 수 없다는 식의 압력을 넣어 프랑스 석유 회사가 유전 개발권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 러시아 투자사 업은 엄청난 재정 규모 때문에라도 어차피 국내 기업들은 공동기업단을 형성해 외국의 공동기업단과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조는커녕 국내 기업 간에 발생하고 있는 불 필요한 반목과 경쟁을 정부가 도리어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업계에서조차 높은 실정 이다.

 최근 러시아에서의 외국인 투자 여건에 대 해 정책보고서를 낸 바 있는 대외경제정책연 구원의 박제훈 책임연구원은 경제실익을 추 구하는 방향으로 "북방정책이 전환해야 되는 시점에 왔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방향을 세우 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옛 소련 지역에서 쉬쉬하며 할 사업은 다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난리만 치고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꼬집는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고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 연구 원은 김회장의 옐친 면담과 같은. 북방투자를 두고 억측을 일으킬 만한 일은 없어야 한다 는 생각이다.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통제방식에서 선진국과 같은 세련된 조정방식으로 우리 정부 의 대 민간기업 접근방법이 북방투자 정책 에서부터 변해야 한다. 일본경제를 전공한 김창남 동아대학 교수는 "일본에서는 우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없다. 누구는 (북한 둥지에) 보내주고 누구 는 안보내주고 하니까 기업도 반발한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는 정부가 먼저 형평 원칙에 따라 일을 하는 데서 우러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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