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가 '변동 환율'수명 재촉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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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란 각국 통화 사이의 교환 비율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세계는 금을 기준으로 해 환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본위제난 금환본위제는 금 생산량에 따라 각국 통화 가치와 안정이 좌우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국제적으로 금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금본위제가 자연스레 무너지고 그 후 이와 유사한 금환본위제가 한동안 활용되었으나, 실질적으로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통일된 국제 통화제도는 없었다. 이 공백 기간에 각국은 자국 이익에 유리한 외환.금융 제도를 실시했고, 그 결과 국제 무역은 급속히 축소되었다. 경제의 블록화 현상이 심화하고, 국가 간에 경제 갈등이 증폭되면서, 2차대전이 발발했다. 전쟁을 겪으면서 선진국들은 국제 통화제도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지난 4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설립을 주도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설립을 통해 만들어진 국제 통화질서를 브레튼우즈 체제라고 부른다. 미국 뉴햄프셔에 있는 브레튼우즈에서 연합국 44개국 대표가 국제통화기금 설립안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금과 연결된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가 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다시 고정되는 일종의 고정환율제였다. 그러나 미국이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빠지면서 달러와 금의 교환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닉슨 행정부는 71년 8월 15일 금과 달러의 교환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그 후 금태환성이 없는 달러를 기준으로 삼는 스미스소니언 체제가 수년간 활용되다가, 지난 74년 지금의 변동환율제로 완전히 이행했다.

현행 변동환율제도 고정환율제 못지않게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 폭이 너무 크고, 투기성 높은 환시장에 의해 환율이 주도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력이 약화하면서, 선진국들은 새로운 통화제도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을 수년 전부터 보여 왔다.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하는 목표 환율제나 느슨한 형태의 고정환율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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