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파’가 기분 나니 펄펄 나네
  • 도쿄 · 양정석 (데일리 스포츠 객원기자) ()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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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 SK 일본인 선수 시오타니, 팀·감독이 믿어주자 맹타 터뜨려
 
한국 프로 야구에서 활짝 날개를 펴고 있는 시오타니 가즈히코(32·SK)는 일본 프로 야구에서는 제대로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1995년 포수로 한신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1군 찬스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2001년까지 한신에 머무르는 동안 주로 2군에서 뛰었던 시오타니는 2002년 오릭스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자신의 야구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오타니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3할타 이상을 친 시즌은 오릭스 시절인 2003년 딱 한 차례였다.


당시 오릭스는 이시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개막을 맞았지만 연패를 거듭하면서 타격 코치였던 외국인 레온 리가 사령탑에 오르는 내환을 겪었다. 레온 리는 극동 담당 스카우트 시절 최희섭을 스카우트한 인물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시오타니로서는 레온 리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레온 리는 시오타니의 배팅 기술을 높게 평가해 주전으로 적극 기용했고, 결국 시오타니는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1백23경기에서 타율 3할7리.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멤버로도 뽑혔다.


둘의 만남을 되돌아 보면 시오타니가 어떤 선수인가 조금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시오타니는 한마디로 말하면 ‘기분파’다. 팀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사령탑이 자신에게 믿음을 주면 어떤 공이라도 칠 듯 달려든다. 반대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곧잘 슬럼프에 빠진다.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보통 선수들보다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집중력 높고 승부 기질 강한 공격형 선수

시오타니는 비록 일본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건너갔지만 타격 재능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호평을 들었다. 특히 배트 컨트롤이 좋아 좌우 가리지 않고 타구를 날리는 ‘광각 타법’에 능하다.
일본에서 시오타니는 2번 타자로서 제격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번트 등 벤치의 사인대로 움직이는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온 리 감독 밑에서는 발이 빠르지 않은데도 톱타자로 기용되기도 했다. 또 시오타니는 찬스에 강하다. 그만큼 타석에서 집중력이 높고 승부 기질이 강하다는 얘기다.
 

시오타니는 한신에 포수로 입단한 뒤 투수를 빼놓고 거치지 않은 자리가 없다. 만능선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느 포지션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타격에 비해 수비는 뛰어나지 않지만, 내야 수비에서 원바운드볼을 처리하는 데에 호평을 들었다. 1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3루보다는 1루 자리가 더 제격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시오타니는 그동안 크게 부상을 당한 적이 없고, 일정이 빠듯한 일본에서도 풀타임 리거로 뛰는 데 체력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오타니는 지난해 오릭스에서 방출된 뒤 국내외 4개 구단으로부터 구애를 받았고, 결국 가장 조건이 좋은 SK를 택했다. 사실 시오타니는 오릭스 시절 자신의 고향팀과 다름없는 한신으로 가고 싶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한국행을 결심했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가 이국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믿어주는 팀,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 밑에서 그동안 일본에서 쏟지 못했던 열정을 불태우고 싶은 시오타니다. 32세의 시오타니. 그에게는 아직 야구에 대한 꿈과 열정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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