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도 좋다, 승리만 하라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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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파울 기술’ 천태만상 / 침 뱉기에서 꼬집기까지



 한겨울 농구 코트가 열기로 후끈거린다. 관중 눈에는 잘 안 띄지만 코트에서는 또 하나의 게임이 진행된다. ‘반칙 게임’이다. 농구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앞질러 반칙 기술은 나날이 지능화하고 있다.

 반칙의 ‘고수’가 되려면 머리 회전이 빨라야 한다. 노련한 수비 선수는 심판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심판의 눈길이 안 미치는 사각 지점이 되면 상대편 스타 플레이어를 무력하게 하는 물귀신 작전을 편다.

 반칙에는 주로 손을 많이 사용한다. 상대가 슛할 때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거나, 슈터의 팔꿈치를 둘째 손가락으로 집중 공략한다. 또 점프하려는 선수의 팬츠를 계속 잡아당겨 ‘혹시 펜츠가 벗겨지면 어떡하나’하는 공포감으로 상대 선수가 위축되게 만들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슈터의 배꼽을 찌르거나 급하면 꼬집는다. 급소를 가격하는 경우도 있다. 말로 한몫 보는 선수도 있다. ‘너도 농구 선수냐’  ‘어디서 농구 배웠냐’ 같은 말로 상대방을 약 올린다: 물론 원색적인 욕을 해대기도 한다. 선배가 ‘새까만’ 후배에게 욕이 섞인 반말을 들으면 자칫 경기 감각을 잃게 된다.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침을 뱉는 선수도 있다. 60년대말 당대의 명슈터 신동파가 필리핀에 원정 갔을 때, 필리핀 대표팀 수비수 오캄보가 이 사이로 침을 계속 쏟아대 곤욕을 치른 적 이 있다.

 다리를 이용하는 반칙 수법도 다양하다. 드리블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에 다리를 집어넣는 수법은 심판의 눈을 피하기 어려워 다급한 경우에만 쓴다. 그보다는 주로 점프 슛을 하고 나서 내려오는 상대 선수의 착지 지점에 미리 발을 갖다놓거나, 갖다놓는 척하다가 빼버려 균형을 잃게 만든다.

 반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센터다. 몸싸움을 하다가 팔꿈치에 목이나 옆구리를 찍히기도 하는데, 센터를 골 밑에 놔두면 바로 득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반칙을 한다. 신장 2백7m로 국내최장신 센터인 서장훈(연세대)은 “지능적인반칙을 많이 당하면 기분이 별로 안 좋지만, 상대방이 나를 좋은 선수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꾹 참는다”고 실토한다.

 포드는 드라이브 인을 하다 상대 센터에게 당하지만, 볼 배급이나 중거리 슛을 주로 쓰는 가드는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몸싸움이 덜할 뿐 반칙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스타 플레이어들은 반칙을 피하기위해 나름대로 비법을 터득하고 있다. 이충희 선수는 정면의 수비수를 피해 뒤로 뛰며 쏘는 ‘페이드 어웨이 점프 숫’을 자주 써먹었다. 김현준(삼성전자)은 무리하게 돌파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슈팅을 날려 별다른부상 없이 ‘전자 슈터’라는 명성을 얻었다. 연세대 골게터 문경은과 기아자동차의 허재는 ‘막히면 쏘고 열리면 돌파한다’는 교과서적인 농구를 한다.

 여자 선수의 경우도 남자 못지 않게 과격하다. 꼬집기를 주로 하나, 때로는 상대 선수의 따귀를 때리기도 하고 ‘죽이겠다’ 같은 심한 욕을 해대 상대를 윽박지르는 일도 있다.
 선수들이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책임은 벤치에도 있다. 일부 감독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선수들에게 반칙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어떤 팀에서는 교묘한 반칙 기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태평양화학 여자 농구팀 박찬숙 코치는 “농구에서 파울이 없을 수는 없으나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치사한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 감독들은 질 높은 수비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姜龍錫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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