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늘리고 영향력도 키우고
  • 신상진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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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 · 중 정상회담에 큰 기대…‘미국 견제’ 역점 둘 듯

 중국이 김영삼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것은 중국의 전반적인 대외정책 기조에서 취해진 결정으로 판단된다. 2000년까지 중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은 주변국과의 선린 관계를 강화하는 데 외교의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롭고 안정된 주변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 이후 시대에 새로운 지역 강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한국과도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대외정책 기조는 지난 3월10일 개막한 8기 전인대 2차 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보고문에서 이붕 총리는 ‘북한 · 일본 · 한국 등 주변국과의 호혜 협력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 94년도 중국 외교 정책의 중점’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최고 실권자인 등소평이 고령(89세)임을 감안할 때, 권력 승계 문제가 멀지 않아 중국의 정치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아직 최고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갖추지 못한 강택민이 대외 문제에서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대내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중국이 김영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요청한 것도 중국 내부의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서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가능한 한 더 많이 얻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중국의 6대 교역국(93년말 양국간 교역액은 1백10억달러)으로 떠올랐으며, 중국에 투자한 한국의 자본 규모도 92년 이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의 경제 발전에 미치는 한국 경제 협력 학대를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다.

남북 정상 회동 주선할 뜻 밝힐지도
 둘째, 중국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한국과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논의할 것이다. 중국은 냉전체제가 무너진 뒤로 동북아 질서가 미국의 패권 정책, 일본의 역할 증대, 한반도 분단 문제 미해결, 영토 문제 및 북한 핵문제들로 인하여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그 중에서도 자국에 대한 미국의 내정 간섭(특히 인권과 무기 수출)을 최대 위협요소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국은 일본(3월19일 호소카와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음)과 한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통하여 안보 협력 관계 증진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외교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셋째,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도 이번 한 · 중 정상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중국은 현재 역내 질서 안정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북한 핵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 남북한 관계가 진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이전부터 한반도의 비핵화를 역설하여 왔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동참하여 막후에서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고 설득해 왔다.

 이번 한 · 중 정상 회담을 통해서도 중국은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북한이 개방 정책을 채택하고 미 · 일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경제난을 극복하고 국제 고립을 타개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하고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남북한 정상이 회동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주선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중국은 이번 한 · 중 정상 회담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 학대와 역내 영향력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申相振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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