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남겨준 最古 단백질
  • 아이작 아시모프(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199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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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 스펄이 이끌고 있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실험소팀(미국 뉴멕시코주)은 금년 4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들의 작업은 짐승뼈의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뼈는 생명 없는 무기물이 결코 아니다. 뼈에는 생명체가 죽은 뒤에도 정밀한 단백질 구조가 남아 있다. 물론 이 단백질은 점차 부패하게 되지만 일정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완전히 부패하지는 않는다.

 세계 最古의 단백질을 우리에게 가져다준 뼈는 그 자체가 전대미문의 것이다. 왜냐하면 이 뼈는 이제껏 발견된 공룡 중에서 가장 길이가 길고 커다란 것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공룡의 이름의 앞부분이 ‘지진’을 뜻하는 ‘사이즈모사우루스’(Seismosaurus)로, 이렇게 이름을 붙인 이유는 걸어다닐 때마다 이 짐승이 지축을 뒤흔들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뉴멕시코 중앙에서 발굴된 사이즈모사우루스는 그 길이가 약 48m에 이른다. 사이즈모사우루스의 거대한 뼈 깊숙한 곳에는 단백질이 외부세계로부터 보호된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스펄 연구팀은 이 공룡의 거대한 척추의 중심부를 뚫고 용제를 사용하여 화석을 형성하고 있는 암석물질을 녹였다. 연구팀은 단백질로 보이는 2~3종류의 물질이 뼈 속에 있음을 발견했다. 사이즈모사우루스의 척추에 단백질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1억5천만년 된 것이리라.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해왔던 단백질을 기껏해야 1백만~2백만년 짜리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별똥별에서도 아미노산 발견
 불행히도 연구팀은 그들이 발견한 물질이 단백질임을 밝혀줄만큼 충분한 양을 얻어내지 못했다. 뼈에 있는 가장 일반적인 단백질은 콜라겐(결체조직성분)인데 사이즈모사우루스에서 얻은 것은 콜라겐이 아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좀더 많은 뼈를 갈아서 단백질과 유사한 물질을 더욱 많이 추출해낼 것이다. 그들은 충분한 양의 물질을 얻어 그것을 분해한 뒤 단백질 분자를 이루는 아미노산을 뽑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작업에는 언제나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면 1960년에 떨어진 한 별똥별을 분석해본 결과 거기에서도 아미노산이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를 두고 별똥별에도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미노산은 L형과 D형의 두가지 종류가 있다. L아미노산은 생물에 의해 형성되지만 D아미노산은 생물에 의해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별똥별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된 별똥별에서 L아미노산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별똥별이 생명체와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토양 속에 L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L아미노산은 지하수에도 있으며 유기체가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다. 결국 별똥별이 오염됐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사이즈모사우루스의 뼈에서 얻은 단백질 물질이 바로 오염의 결과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스펄은 사이즈모사우루스의 뼈가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으며 이것은 오염되지 않은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억5천만년은 매우 긴 세월이다. 아무리 보존상태가 좋았다 하더라도 물이 스며들어 오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스펄은 그러한 오염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새 ‘생물계통도’ 만들 수도
 공룡뼈에서 단백질 성분의 물질을 분석하는 데 공헌했던 버지니아대학의 지질화학자 스티븐 A 마코는 아미노산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단백질 분자의 일부가 아니라 다른 물질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그 물질이 단백질인지,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것인지의 여부는 고생물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단백질이 확실하다면 아미노산의 생성과정을 밝혀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는 다른 공룡이나 현존하는 여타 파충류, 조류의 경우와 아미노산 생성과정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코는 만약 그것이 가능해지면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이한 동물群 사이의 제반관계를 규명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그리고 태초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새로운 ‘생물계통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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