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 자본, 北 노동력 합작 확실”
  • 편집국 ()
  • 승인 199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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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미 보낸 劉相烈 천지무역 사장/ “환상은 금물, 인적 교류는 어려울 듯”

● 지난달 27일 통일미 5천 톤을 북한에 보내면서 어떤 감회가 있었는가?
 선적현장을 지켜보면서 제발 이 배가 무사히 나진항까지 갈 수 있기를 빌었다. 배가 떠날 때 선장에게 편지를 써줬다. “여기서는 비 한 방울 맞히지 않았다. 배가 늦게 돌아와도 좋으니 하역 때 절대 비를 맞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 지난 4월 선적도중 중단되었던 일을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북간에 오해가 있었다. 북한은 “남한이 정치적 선전만 하지 실제로 쌀을 보내겠느냐” 하고, 남한은 “보도가 되어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북한이 쌀을 받겠느냐”고 미심쩍어 했다. 그 사이에서 조정이 힘들었다. 주로 朴鍾根 금강산국제무역 사장과 북경에서 만났다. 朴敬允  북경 홍콩 일본의 금강산국제무역 지사에서 만났다. 그런 과정을 거쳐 완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어떤 인연으로 만났는가?
 내가 기독교남북교류추진협의회 일을 맡고 있던 89년 11월 박종근씨와 연락을 갖게 됐다. 그러다가 작년 3월 ‘사랑의 쌀’운동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나에게 북한에 쌀을 보내자는 제의가 왔던 것이다. 박경윤씨에게 제안했더니 좋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이 됐다. 처음에 1만 가마(8백 톤)를 보냈다. 계약조건에 ‘절대보도불가’를 단서조항으로 넣었는데 6월29일 홍콩에서 인도식을 한 후 연말까지 보도가 안 됐다. 그러나 그 후 일본신문에 보도가 되어 내가 곤경에 빠졌다. 사랑의 쌀도 완전히 중단돼버렸다. 그 일에 이어서 추진한 것이 쌀 물물교환이다. 10만 톤을 금년 4월까지 보내기로 계약했다. 남포 · 인천항을 이용하려 했는데 양쪽 모두 너무 붐벼서 계획을 수정했다. 내가 목표를 제안하자 저쪽에서는 나진을 내놨다. 계약에서 쌀의 대가로 무연탄 시멘트 규사 아연 아연괴 등 7~8가지 가운데 뭐든지 보내라고 말했다.

● 박경윤 총사장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는가?
 박경윤씨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서 어려움이 많다. 그는 88년 북한에 금강산국제무역 금강산개발관광 고려상업은행을 연달아 세웠다. 북한에 민간자본이 없고 박씨가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창구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제2, 제3의 박경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 나머지 9만5천 톤 반출계획은 어떤가?
 8월12일 배가 군산에 도착하면 선장을 만나 결과를 듣고 정부에 보고한 뒤 구체적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더구나 8월에는 남북총리회담이 있어 가급적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가만히 있다가 9월에 다시 가동해볼 생각이다.

● 직접 거래해본 입장에서 요즘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 대북제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 북한은 무엇보다도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외국자본이 들어오지 않고 자체 능력만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얼마 안 있으면 합영 · 합작회사가 많이 생겨날 것이다. 두만강 지역 말고도 몇 군데 더 경제특구가 생겨날 것으로 본다. 북한은 일본 미국 한국의 자본도입을 원하고 있다. 가급적 우리 기업이 북한과 손을 잡아야 한다. 왜 외국과 손을 잡는가.

● 그밖에 북한이 경제특구로 개발할 곳은 어디인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남쪽에 두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미래를 위해, 경제특구를 만들려면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미 두만강구가 있으니 서해안쪽에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신의주 · 단동지역은 황금의 땅이다.

● 대북진출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너무 환상적으로 일을 벌이면 안 된다. 북한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는다. 말이 자꾸 바뀌면 불신의 소지가 된다. 앞으로 북한진출은 전문적인 단일종목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그쪽과 합작 · 합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과장하지 말고 현실에 맞춰야 하며 우리식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 남북이 합작할 수 있겠는가?
 물론 1차적으로는 남북간 물자왕래에서 시작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다. 남쪽의 자본 · 기술과 북쪽의 노동력의 합작은 확실히 이뤄진다. 지금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금강산개발이나 합작회사 · 물자교류도 다 잘될 것이다. 다만 인적 교류는 좀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유사장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
 충남 서산 태생이다. 5백년 토박이로 지금도 동생과 아들이 살고 있다.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많이 못했다. 북쪽엔 연고가 없어 오히려 일하기가 수월했다. 감리교 장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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