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사냥, 몰이꾼이 잘해야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06.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과세’몰아치기, ‘소유제한’퇴로차단 등 겹겹 포위 필요…문제는 잡겠다는 의지

9만9천2백22㎢(약3백억평), 우리의 국토면전(남한 기준)이다. 인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좁은 땅덩어리다. 이중에서도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1.8%에 불과하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 가장 효율적으로 땅을 이용해도 부족한 마당에 엄청나게 많은 면적이 투기꾼에 의해 장악돼 땅은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분노의 땅’으로 각인되고 있다. 주거와 생산을 위해 쓰여야 할 땅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잡을 방도는 없는가? 대답은 물론 ‘있다’이다. 부동산투기가 가능하도록 뚫려 있는 제도적 허점을 정부가 틀어막으면 되는 것이다.

 땅투기의 고질병을 뿌리 뽑으려면 개별적 ‘강력처방’이 아닌 ‘복합처방’이 요구된다. 우선 토지관련세제를 강화하는 길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정부가 땅을 몰수할 수는 물론 없다. 역시 세금으로 다스리는 방법이 가장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이다.

 숭실대 李鎭?교수(경제학)는 “땅의 매매 과정에서 생긴 엄청난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이므로 마땅히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이 자본이득의 80% 정도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중과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땅값은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을 팔고 살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법인의 경우는 특별부가세)와 보유하고 있을 때 물게 되는 종합토지세(토지보유세)등 토지관련 세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세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 중과로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면 수요가 줄어들어 꼭 필요한 주거나 생산부문으로 땅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도차는 있지만 반대의견도 없지는 않다. 이들은 생산위축을 감수하고 사회주의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조치가 실시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양도소득세를 지나치게 강화하게 되면 토지소유자들이 팔기를 주저하게 되며, 거래동결 상태까지 갈 것이다. 한편 보유세를 중과할 경우 웬만한 큰손이 아닌 한 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 일시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한 쪽은 터놔야지 둘다 꼭꼭 틀어막게 되면 부동산시장은 가격메커니즘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게 되고, 그럴 경우 정부가 사들여야 할텐데 이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라는 논거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李根植교수(경제학)는 “양도소득세와 종합토지세 중과로 오는 거래동결과 매물양산의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 주름살을 주지 않고 완벽하게 투기를 잡는 길은 이 두가지를 병행해야만 가능하다. 오히려 물가가 걱정이다. 보유세 중과로 땅주인들이 땅값이나 임대료에 이를 전가시켜 비용면에서 물가압박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급등 현상이 일어난다 해도 일회성이라고 본다. 좀더 긴 안목으로 보면 세금강화는 땅값과 집값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이는 물가안정을 가져와 경제가 선순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가지 카드만을 쓸 때 투기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세금중과는 토지소유자나 투기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려 부동산의 ‘지배적인 투자자산으로서의 위치 상실’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발동할 가치가 커진다는 말이다.

과표 현실화돼야 ‘세제개혁’도 가능

 또 성균관대 金泰東교수(경제학)는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과세표준이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제 과표는 정부발표로는 시가의 33.7%, 경실련 주장은 12%에 불과하다. 정부발표를 그대로 믿는다 해도 실제거래가격인 시가에는 크게 못미친다. 지금의 토지관련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큰 요인도 낮은 과표에 있다.

 결국 세제개혁의 첫 번째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 과표현실화인데 국회는 지난해 9월 종이 호랑이가 된 토지공개념 관련 3개법안을 추진한다는 구실로 이를 보류시켜버렸다. 정부는 92년까지 과표를 공시지가의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자체도 문제가 많다. 공시지가는 잘돼봐야 시가의 70% 수준이므로 이렇게 된다 해도 과표의 현실반영도 42%에 그친다.

 물론 세금강화 방안은 투기꾼들외에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사항을 필요로 한다. 주거와 생산에 쓰이는 땅의 세부담은 가볍게, 투기목적의 땅은 무겁게 세금을 물려야 하는 것이다. 일정규모 이하의 1가구1주택이나 엄격한 기준에 의해 판정된 업무용부동산은 비과세하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세금을 강화했을 때 그에 따른 ‘고통’으로부터 국민의 대다수(95%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를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생산위축도 막을 수 있다. 또 토지세는 무겁게 하는 대신 건물세는 낮추어 줄 필요가 있다. 토지소유는 억제하지만 건물의 건설을 촉진,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시는 세제개혁 단행으로 건설과 생산활동이 촉진돼 쇠퇴했던 도시가 급속히 되살아난 사례를 보여주었다. 세금은 토지투기를 잡는 중요한 무기로 작용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특히 조세행정이 문란한 우리의 경우는 소유제한제도를 병행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용·비업무용 판정기준 강화돼야

 경실련은 용도와 지역에 따라 한 개인이나 기업의 일정한도 이상 토지소유를 금지하는 토지소유상한제도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세금보다 회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설사 조세제도가 완비된다 하더라도 세금이란 금전적 부담만 지면 그뿐이므로 소유편중을 더욱 심화시킬 소지가 없지 않다고 한다.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의 ‘부자’들임을 감안할 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작년 9월 입법된 토지공개념 3개법도 손질할 구석이 많다. 특히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경우 참새는 뚫고 지나가고 파리와 모기만 잡는 ‘거미줄 세법’으로 땅의 소유편중을 더욱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땅투기를 뿌리뽑는 선결요건으로 금융실명제 실시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한국외국어대 崔洸교수(조세학)는 “토지투기 억제책의 전제조건은 금융실명제 실시이다. 실명제가 안돼 있으니까 안할 투기도 한다. 수천억대가 이동하는 거래자금이 추적되면 누가 섣불리 움직이겠는가. 세금강화 이전에 이것부터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사회에 기본적으로 투기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허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규제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건국대 曺宙鉉교수(부동산학)는 “정부는 심판기능의 공정성을 기할 수도 없으면서 규제 일변도 정책을 써왔다. 그 결과 재량권을 이용한 공무원들의 비리만 판쳤다. 정책의 불신감을 자초하기도 했다. 감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서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러다 유야무야되겠지’ 하는 심리가 팽배하게 했으며, 설사 훌륭한 대책이 나와도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정부역할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비판한다.

 이밖에 부동산거래량의 90%이상(추정)이 기업에 의한 토지취득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원대 대학원 金義遠원장(전 국토개발연구원장)은 업무용과 비업무용 부동산의 판정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금융 관행도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공유지 많아야 주택난 해결도 수월

 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조세와 소유제한만으로는 아직 불충분하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합리적으로 개발하고, 개발된 땅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정부가 엄정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국공유지 확대는 선결요건이 된다. 국공유지가 많아야 영구임대주택을 지어 절대빈곤층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서구 대부분의 나라는 국공유지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대만과 싱가포르는 각각 69%, 85%나 된다. 땅값의 ‘광란’으로 고민하는 일본도 전국토의 30%, 미국은 33%가 국공유지이다. 우리의 경우는 19.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85년부터 89년까지 8백만평, 6천억원대의 국공유지를 처분해왔다. 늘려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계속 팔아치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벌에 헐값으로 불하,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도 샀다. 앞으로 토지정책의 기조는 국공유지 확대로 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땅의 70%는 토지거래허가지역·토지거래신고지역·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정부의 허가나 신고를 받고 거래해야 하는 지역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적 내용인 사유재산권의 집행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땅투기는 극심하다. 부동산투기대책은 70년대부터 한두가지 나온 것이 아니다. 초강경 대책이 발동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땅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는 정부가 과연 땅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졌는가 여부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발표때만 서슬푸른 칼날을 휘둘렀지 시행과정에선 무디어지기 일쑤였다. 재벌 등 가진자의 이해에 영합해온 인상마저 짙다.

 정부는 땅투기를 막을 단계적 계획을 세워 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국민적 지지 속에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투기자들에게도 땅투기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한편 준비기간을 주어 혼란을 극소화하는 보완책도 아울러 써야 할 것이다. 땅은 소수의 사유물일 수 없다. 우리가 살고 또 소수의 사유물일 수 없다. 우리가 살고 또 내리내리 살아내야 할 터전이며 우리의 육신이 묻히는 곳도 땅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