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론도 “갈 필요 있나”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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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泰愚대통령의 일본방문에 대한 국내여론이 개운치 못하다. 과거 일제의 한국강점에 대한 日王의 사과수준과 訪日 시기 등에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특히 이번 盧대통령의 방일은 국내적으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고 정상외교를 벌일만한 중차대한 현안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회의론과 함께 방일 배경에 대한 일반의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당초 노대통령은 방일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국내적으로 ‘총체적 난국’임을 감안하여 일본만 방문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정부측은 그 이유로서 두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양국간의 외교적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일본측에서는 다케시타 노보루(竹下 登) 당시 총리가 지난 88년 2월 노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데 이어 동년 9월에도 올림픽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두차례나 방한한 반면 우리측이 아직 답방을 하지 않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노대통령이 지난 88년 11월엔 히로히토(裕仁) 日王의 병세 악화로, 89년 5월엔 리크루트 스캔들로 인한 일본 국내사정으로 두차례나 방일을 연기한 바 있었다. 이번 경우 재일동포의 법적지위문제를 대통령의 방일과 연계시켜 일단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은 상황에서 또다시 연기하면 자칫 양국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더이상 한·일관계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솔직히 말해 우리측이 과거에만 집착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日王의 사과가 상징적 조치로 선 의미가 크나 한·일간에는 여타 협력분야가 산적해 있다”고 말해 ‘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日王의 사과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짓고 첨단과학기술 협력과 대일무역 역조 해소 등 과학·경제분야의 협력과 다가올 亞·太시대의 협력방안 모색 등 ‘미래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측은 노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은밀히 거론되던 일본 고속전철(新幹線)의 對韓수출문제와 영화를 비롯한 일본 대중문화상품의 한국상륙 허용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제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으나 21세기 아시아·태평양시대의 동북아 안보와 관련, 한·일 양국의 군사협력 가능성도 타진되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노대통령의 방일은 지난 84년 9월 全斗煥 전대통령에 이어 국가원수의 공식방문으로는 두 번째다. 정부수립후 李承晩 초대대통령이 3차례, 朴正熙 전대통령이 한차례 비공식 방문을 한 일이 있을 뿐이다.

 아무튼 한·일 양국간 ‘미래사’의 중요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과거청산’ 없이 새로운 관계의 설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게 국민적 여론이므로 노대통령의 방일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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