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내 터'알아야 내일 열린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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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 吳成贊 지음, 《釜山의 腸》 崔海君 지음

 두 아마추어향토지연구가에게 ‘작은 古山子'라는 표현이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작가 吳成贊씨가 최근 펴낸 《제주의 마을》(전10권, 반석 펴냄)과 부산에서 살고 잇는 작가 崔海君씨가 역시 최근에 내놓은 《釜山의 腸》(상하권, 지평 펴냄)은 굳이 지방문화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상투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값진 성과이다.

 이번에 나온 두 향토인문지리지는 저자가 아마추어라는 점과 더불어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실을 담은 본격적인 단행본 출판물이란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물론 향토문화·인문지리지는 예로부터 있어왔다. 邑誌나 郡誌가 바로 그것인데 이같은 향토지는 소속감과 애향심을 촉발했거니와, 지금도 전국 각지에 정기간행물·무크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나름의 기능을 담당해 오고 있다. 전남·광주지역을 예로 들면, 강진군에는 《내고장의 전통》《우리의 문화재》등 6종이 있으며 나주시에는 《나주군지》《나주군 인물지》등 13종의 관련 간행물이 있다.

 《제주의 마을》은 지난 85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물이다. 매년 2권꼴로 발간돼오다가 이번에 ‘한림리??편이 나오면서 10권 한질로 묶여나온 것이다. 오성찬씨는 ??마을은 타인과 타인이 모여사는 최소의 단위이지만, 그 작은 마을 안에 사회적 의미의 모든 요소와 행위가 축약되어 있다'며 제주의 마을에 대한 연구가 한지역에 국한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고고학적인 향토,촌락사 접근'과 '왕조사가 지배하는 우리의 역사관'을 아타까워한다.

 80년까지 〈제주신문〉에서 언론생활을 하던 오씨는 제주의 자연사박물관에서 4년 남짓 민속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제주의 문화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주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거기서 그는 발견했던 것이다. 서귀포가 고향인 그는 85년부터 제주도를 샅샅이 누비기 시작했다. 귀양으로 혹은 정치적 망명으로 마을에 정착했던 옛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제주도를 “걸어서 한 쉰바퀴는 돌았다며 촌락사 연구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개인적인 조사?연구작업이 그렇듯, 여러번 간첩으로 오인되기도 했으며 어느 마을이나 ??제주 4?3??과 관련돼 있어 말문을 잘 열지 않는 것이 하나의 벽이었다(여기에 권당 3백만원이 소요되는 제작비도 큰 어려움이었다. 뜻있는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그는 말한다.

 섬의 머릿마을인 ‘도두리'를 첫권으로 펴낸 이 시리즈는 마을의 자연환경과 사회적 배경, 마을의 형성과 변천사, 고유명사의 뜻과 내력, 전설과 일화,민요,신앙 등의 전방위적이고 통시적인 조사와 사진자료에 그 마을 출신 인사들의 고향이야기를 곁들여 책을 엮고 있다. 비록 권당 1백30여페이지 분량에 변형 4?6판 크기지만 위와 같은 꼼꼼한 접금을 소화해내기 위해 작가 한림화씨, 민속학자 문무병씨, 사진작가 고길흥씨 등 제주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

 오성찬씨와 제주사람들이 일구어낸 이 성과에 대해 서울대    교수는 “그 어떤 전문학자도 해낼 수 없는 심층의 역사와 진실을 발굴했으며 이 작업이 향토문화의 창조'라고 높이 평가한다. 시인 高 銀씨는 '역사란 살아나는 일 아닌가'라며 책《제주의 마을》이 또하나의 '거룩한 마을'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역사를 그려낸 장편소설《부산포》(전3권)를 85년부터 87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1권씩 펴낸 바 잇는 최해군씨의 《釜山의 腸》은 소설의 무대에 대한 재확인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산포》가 발표되고 난 뒤 여러 매체에서 부산의 역사에 대한 글을 부탁해 거기에 응하다보니??책 1권 분량이 되었고, 여기에 보충 취재과정을 거쳐 모두 2권으로 펴낸 것이다.

 지은이는 넓이 5백25km, 인구 3백70여만명에 달하는 부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권에서는 부산의 기원, 섬, 산, 고개, 포구를 비롯 봉수대, 일제강점기의 매축지를 상술하는 한편 임진왜란과 부산, 개항과 外人거리, 신교육역사 그리고 현존 시설물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다. 하권은 관부연락선의 이면사와 3·1운동에서부터 부마사태에 이르기까지의 부산 현대사와 부산의 종교·민속·철새·문학작품 등을 담고 있다.

 6·25와 함께 외지인들이 유입된 부산의 현재는 80%가 외지인어어서 부산 특유의 정신은 희박하지만 “이곳에 정착하면서 해양적인 폭넓은 기질은 띤다'고 지은이는 말하면서 먼 곳, 먼 시간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면서도 정작 '내 터 내 자리에 관한 내력을 등한시하는 현실'을 안타가워한다. 역사의 동일성과 삶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釜山의 腸》이나 《제주의 마을》은 그 지역의 오늘과 내일에 당연히 연결된다. 이 두권의 향토지는 지방자치제를 앞두고 활발하게 전개될 지방문화의 활성화에 한 길잡이가 된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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