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일본 핵’ 주의보
  • 김민석 (국방연구원 전략무기연구실)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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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제조 기술 확보 … 2004년 핵탄두 2천여개 보유 가능


 최근에 일어난 시대적 변환 과정에서 일본과 독일은 패전국의 굴레를 벗고 방대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세계정치의 전면에 나서기 위한 청산작업에 들어갔다. 일본은 지난 6월16일 유엔평화 유지활동(PKO)법안을 통과시키고 캄보디아에 자위대를 파병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국제위상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핵심은 군사대국화에 있다. 그리고 군사대국화의 최종 단계는 핵능력 확보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핵 잠재력은 중요하다.

 일본은 1991년 말 현재 42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세계 제3위의 원전국이다. 총 발전량은 3천3백40만4천KW로 한국의 발전량 7백61만6천KW의 4배에 이르며 건설중인 11기와 계획중인 2기가 완공되면 총 55기에 4천6백35만KW의 발전량을 가지게 된다.

 원전은 일본 전체 발전량의 26.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도의 발전 목표는 5천3백50만KW이다. 일본 통산성은 2030년까지 1조달러를 투자하여 원전 용량을 5백까지 늘리기 위해 매년 3~4기씩 원전을 추가건설하여 총1백20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1990년대 중반까지 개량형 정수로를, 2000년대까지 차세대 경수로를, 2010년과 2030년 사이에는 고속 증식으로로 생산되는 플루토늄을 경수로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2030년까지 1조달러 투자

 1954년 일본의 최초 원자력 예산은 2억3천5백만엔이었다. 1956년에는 9억6천만엔의 예산과 1백91명의 인력을 가졌는데 35년이 지난 1991년에는 4천90억엔(4백26배)과 8천5백명(45배)으로 증가하였다. 과기청 예산의 60%이상이 원자력 예산인 것을 보면 일본이 원자력을 얼마나 중시하는가 알 수 있다.

 일본은 핵외교를 지원하기 위해 1991년 과기청과 외무성 예산에 1백74억엔과 51억엔을 각각 책정했다. 과기청 예산의 2.2%가 실질적인 핵외교 예산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기청과 외무성의 예산을 합치면 1991년도에 2백25억엔이 핵외교에 할당되었는데 이외의 예산에도 많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일본 원자력 예산 규모(한화 2조2천억원, 91년 한국 정부예산의 약 8%)의 방대함이나 많은 돈을 원자력 외교에 쓰고 있는 사실은 강대국의 눈치에만 매달려 있는 한국의 원자력 정책 결정자들에게 교훈이 된다.

 일본은 1959년 동해발전소를 외국에 의뢰하여 건설한 이래 총 42기의 원자로 중에서 30기를 순수한 일본 기술로 건설하였다. 일본은 80년대 초반에 국산화 완성단계를 거쳐 현재는 혁신 준비단계에 있으며, 경수로 분야에서 한국(국산화율 83%)보다 약 15년, 그외 신형로 분야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 기존 경수로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료체게(MOX), 신형 원자로의 상용화를 목표를 원자력 에너지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개발중인 차세대 원자로는 후겐 신형전환로(전기출력 16.5만KWe, 2000년가동), 조요 고속증식로(열출력 17.5만KWt, 1977년 가동), 몬주 고속증식로(28만KWe, 1992년 가동), JT-60 핵융합 장치(1985년 가동) 등이 포함된다. 신형 원자로와 고속증식로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추출한 플루토늄을 천연 우라늄과 혼합하여 만든 MOX 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로이며, 획기적으로 자원을 재활용하고 절약할 수 있다.

 고속증식로에서는 처음보다 가동 후에 플루토늄이 더 많이 생성되므로 자원을 70배정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일본은 MOX 연료를 다량 경수로에 사용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험하기 위해 이미 경수로 2기에 적용하였으며, 92년까지 7기에 추가적으로 MOX연료를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농축우라늄을 구입해서 경수로에 사용하는 것에 비해 6백 정도 비싸므로 경제성은 없다.

 실험단계에서 이토록 많은 돈을 쓰면서 MOX 연료를 활용하려는 일본의 속셈은 무엇인가. 플루토늄의 대량비축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생기낟.

 일본은 1969년에 원리분리법으로 우라늄의 분리에 성공한 이래 실험단계를 거쳐 1984년에는 아오모리에 연간 처리능력 1백t톤규모의 상용 농축공장을 가동시켰다. 이 공장은 2천년경에 3천t 규모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일본의 농축우라늄을 대부분 조달하게 된다.

 재처리 역시 완전 자급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 1959년 플루토늄 분리에 성공하고 75년 연간 처리능력 2백10t 규모의 동해재처리공장을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선 78년부터 90년까지 일본 원전에서 배출한 사용후 핵연료 중 5백27여t을 재처리하였다. 건설 중인 연간 처리능력 8백t의 아오모리 상용 재처리공장을 1999년에 가동하면 일본은 세계 제3위의 상용 재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이 공장은 일본에서 배출되는 사용후 핵연료를 절반 이상 재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증식로에서 배출된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데 일본은 그 재처리실험실(1년에 1kg)을 82년부터 운용하여 84년에는 ‘조요고속증식로’에 재순환토록 했으며, 92년부터는 연간 처리능력 60t 규모의 세계최대 파일럿급 고속로용 재처리공장을 완공하였다.

 일본이 영국과 프랑스에 위탁한 사용후 핵연료를 감안할 때, 일본이 확보할 수 있는 플루토늄은 2004년까지 71.26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에서 약 56.28t(경수로, 고속증식로, 신형전환로 등에 사용)을 소모하고 나면, 1978~1990년 기간에 1.63t의 플루토늄을 비축했고 1992년까지 2.17t, 2004년까지 14.98t을 더 비축한다.

 이처럼 일본은 재처리시설 및 플루토늄, 그리고 비밀가동이 가능한 레이저 농축시설까지 확보함으로써 핵연료사이클을 완비했다. 따라서 멀지않은 장래에 세계 최초의 플루토늄 핵연료주기 완성국가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핵물질 생산능력에 전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고속증식로, 신형전환로, 그리고 핵융합장치를 자체기술로 개발한 점으로 미루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비핵국의 문턱을 오래전에 넘어선 것이다. 일본은 1986년 6월 미국이 포괄사전동의방식에 동의해준 순간부터 정식으로 준핵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원자력잠수함 건조는 시간문제

 플루토늄 7~13kg이면 20kt급 핵탄두 1개를 제조할 수 있는데, 일본이 국제감시를 거부하고 본격적으로 핵보유를 시도할 때 2004년까지 플루토늄 14.98t으로 1천1백52개에서 2천1백4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 된다. 국제감시하에서도 레이저분리법과 플루토늄의 전용을 통하여 소규모의 핵탄두를 제조할 능력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1990년 현재 1백35대의 F-15,자체개발한 50여기의 단거리 SSM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17척의 전술용 잠수함과 1968년에 건조한 원자력선을 개량한 것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조선국 일본의 원자력잠수함 건조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이 확보한 최첨단 핵기술 및 핵물질이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전기·전자산업, 영국 등에 필적하는 항공산업, 눈부시게 성장하는 우주산업 등과 결합될 때의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 쉽게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음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핵강국으로 탈바꿈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은 처음부터 평화적 명분아래 원자력개발에 치중해 왔다. 일본의 속셈을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일본의 핵능력이 한반도에 커다란 위협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플루토늄 수요보다 더 크게 일본이 플루토늄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 한국이 대응하도록 부추기고 일본 핵무장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이 핵무장의 빌미로 북한을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인도가 핵개발의 빌미로 파키스탄을 이용한 사례와 같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동북아 세력구조를 구한말과 유사한 형태로 고착시킬 것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한국만이 비핵국으로 남게 되고 외국의 간섭과 침탈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본의 핵정책을 경계의 눈초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이 평화용이란 명분 아래 실질적인 준핵국으로 발돋음하는 동안 한국은 핵연료주기의 자립화는 고사하고 원자력발전소의 국산화도 금세기를 넘겨야 한다. 더구나 평화적인 원자력에너지 개발 문제도 남북문제와 미국의 핵금정책에 묶여 있다. 지금까지 한국 핵정책은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립되어 왔는가. 전면 재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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