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富野貧 '부채질 우려되는 개정 정치자금법
  • 김재태 기자 ()
  • 승인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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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30일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올 4월3일 관련 시행령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그동안 금지되어왔던 개인에 대한 후원금 모금활동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다.

 “새 정치를 위해 여러분의 후원금을 기다립니다."  '선거구민들께서 보내주시는 자금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국회의원 ○○○' 이러한 문구를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 개인후원회제도 신설은 지난해 여야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사항으로, 사실상 이번 개정의 주요 골격을 이루는 부분이다. 당초 평민?민주 양당은 현실적으로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후원회제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했으나 회원의 복수가입을 허용한 다른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그동안 중앙당에만 둘 수 있도록 했던 후원회를 시·도지부와 국회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 지구당까지도 결성이 가능토록 하고,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 입후보자도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혁신정당 등 신당의 정치자금확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후원회 회원의 규모는 중앙당의 경우 1천명, 시·도지부는 3백명, 지구당과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입후보자는 1백명을 넘을 수 없도록 제안했다. 후원회의 모금활동도 허가사항에서 신고사항으로 대폭 완화하고 집회 및 광고에 의한 모금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연간 중앙당은 50억원, 시·도지부는 10억원, 지구당과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 입후보자는 1억원까지를 후원회로부터 모금하거나 기부받을 수 있으며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와 같은 공직선거가 있는 해에는 이 액수의 2배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개인 및 법인·단체의 후원회 복수가입 허용으로 선거권을 가진 20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2개 이상의 후원회에 가입, 연간 1만원에서 6천만원까지를 납부하거나 기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동단체, 언론단체, 종교단체, 학교법인 등과 3년이상 결손을 내고 있는 부실기업체는 후원회 가입이 제한된다. 회원의 연간 후원금 납부·기부액은 중앙당 및 시·도지부에 개인 5천만원 법인 1억원, 지구당과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개인 1천만원, 법인 3천만원까지 가능하다.

 이밖에 새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시행령에서는 기존 정당 외에 신당도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대통령후보자를 추천할 경우 후원회를 통해 중앙당은 1백억원, 시·도지부는 20억원까지 모금이 가능토록 하여 ‘제도권' 밖의 정당에도 합법적인 선거자금 마련의 길을 열어놓았다.

 개정 정치자금법 가운데 또하나 특기할 만한 사항은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의 변경이다.

 새 법안은 국고보조금의 규모를 종전 25억원에서 유권자 2천5백만명에 1인당 4백원씩 계상한 1백억원으로 늘려 책정했다. 이의 지급방식은 국회의석이 다수인 순으로 4정당까지 10%(종전5%)씩 배분하고, 그 잔여분 중 절반은 지급당시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에 의석수 비율에 따라, 그 나머지는 최근 실시한 총선 득표율에 따라 나누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3당합당이 있기 전에 4당이 법안개정 협상을 통해 기존 4당체제를 기정사실화 한다는 입장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사실상 양당체제로 바꾸니 현 상황과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번 총선에서 1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당사자의 평민당 입당으로 현재 국회의석을 갖지 못한 한겨레민주당이 0.54%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계속 받게 되는 데 반해 앞으로 나올 신당의 경우에는 국고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개정된 법은 정치자금 양성화란 측면에서 정치풍토 개선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정기탁제 허용으로 자금의 여당집중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이같은 경향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87년 이후 3년 동안 중앙선관위에 지정기탁된 정치자금 중 98%가 당시 여당인 민정당에 편중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개정협상과정에서 존패여부를 놓고 여야간에 큰 의견차를 보였던 지정기탁제가 현행법에 존속된 데 대해 법 개정작업에 깊이 관여했던 야당의 ㅂ의원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도덕성과 정치의식으로 보아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밖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치 못한 정당의 후원회결성을 금지함으로써 소수정당의 자금확보난이 여전히 해결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가칭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특히 큰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4당체제란 기본틀 속에서 개정된 이 법안이 3당합당에 따른 여대야소의 양당체계에서 시행됨으로써 빚어지게 될 '與富野貧'현상의 심화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여당이 거인이 되고 야당은 왜소해진 상황에서 누가 내놓고 야당을 후원하겠느냐'고 말하며 비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하던 때보다 자금확보가 더 어렵게 될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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