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존행동지침
  •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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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릴 수 있는50가지 방법》

지구문제연구그룹 지음 어스웍스출판사 펴냄

  환경문제는 우리사회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도시의 눈은 더 이상 겨울의 정취가 아니다. 산성비처럼 산성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유럽의 울창한 산림을 황폐화시킨 산성비와 산성눈은 서울의 전철에 동력을 전달하는 전선을 부식시켜 교통마비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공단주변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일상생활의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작년 여름 한강물의 중금속 오염이 알려지자 식수파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었다. 경제성장의 신화를 '한강의 기적'이라 했는데, 대가없는 성취가 없음을 증명하려는 듯 한강의 기적은 바로 '한강의 오염'이었음이 드러났다.

  선진국의 배부른 타령이라던 환경오염이 우리의 현실로 나타난 지금, 그렇다면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먼저 경제성장을 하고, 그 다음에 분배를 실현해야 하며, 그리고 난 뒤 환경문제를 다뤄나가는 게 나라발전의 순서라 한다면 우리는 아직도 분배실현을 뒤로 미뤄둔 채 여전히 경제성장에 매달려 있다. 따라서 경제적 희생을 수반하는 환경보존 문제는 더더욱 먼 훗날의 과제로 남겨져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경제성장-분배실현-환경보존으로 진행하는 국가발전단계설만을 믿고 환경보존을 미래의 과제로만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상태이다. 우려만하고 있다면 무책임한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선진국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는다면, 지금이라도 문제완화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선진국의 경험이란 정부가 조직적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환경문제는 의식있는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없이는 현저한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사회 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참여한다면 정부의 노력을 상당 정도 덜 수 있고 그 결과, 최근의 베스트셀러 《새로운 현실》의 저자 드락커의 말처럼 시민의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환경관계 시민운동단체가 작년말 펴낸 이 책은 환경보호에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전제한 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지침서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금방 화제가 되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책을 사고자 해도 공급이 달려 한동안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엔 유별난 이유가 있었다. 책을 꾸민 주체가 내건 출판조건이 책을 찍는 종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반드시 재생지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재생지 공급이 달려 주문대로 책을 찍지 못해서였다.

  이 책의 서론은 이 시대가 당면한 환경문제의 실상에 대한 간단한 서술이다. 우리 귀에 도 이미 익숙한 온실효과와 함께 대기오염, 오존층파괴, 유해폐기물. 산성비, 야생동식물의 소멸, 지하수오염 각종 쓰레기에 대해 적고 있다.

  본론은 제목 그대로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고, 또 하여야 할 50가지 환경관련 행동지침의 제시다. 이를테면 '나무를 심자'라는 지침아래서는 나무와 온실효과와의 관계 등 배경적 지식을 적고, 뒤이어 나무의 환경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미국의 각종 사례와 그 구체적 자료를 제시한다.

  그 다음으로 행동지침을 적고 있다. 나무를 많이, 그것도 외래종 대신 물을 덜 소비하는 토박이 나무를 심도록 권고한다. 권고처럼 행동했을 경우, 어떤 유익한 결과가 올것인지를 개관한 뒤, 끝으로 나무 심기에 관련된 사회단체의 주소를 나열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거기서 구체적 정보를 얻도록 권유하고 있다.

  여기 나타난 지침들은 우리도 바로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해야 마땅한 과제들이다. 경제력에서는 선진국의 문턱에 있지만 환경문제에서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간명직재한 설명력이 자랑인 이 책이 우리사회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싶고, 가능하다면 한국자료를 넣어 우리말로도 나왔으면 싶은, 드물게 설득력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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