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도 열어라"에 일본열도가 시끌
  • 도쿄 · 업명지 통신원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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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民黨, 소비자 · 미국 압력에 농민 눈치보며 전전긍긍

 "한 톨의 쌀도 수입하지 않겠다는 논리는 세계에 통용될 수 없다." "쌀문제는 일본의 聖域이며 식량안전보장론에 입각, 1백% 완전자급체제를 끝까지 사수해야 된다." 오는 연말로 교섭시한이 다가오는 우루과이 라운드를 앞두고 일본이 쌀수입개방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중의원총선거를 앞둔 지난 1월중순, 당시의 마츠나가 통산성장관은 기자회견에서 1백% 완전자급론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이 발언이 튀어나오자 당황한 가이후 총리는 그에게 엄중한 주의와 함께 발언철회를 요구, 그는 강압에 의해 발언을 취소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마츠나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쌀수입자유화문제는 지난 2월의 중의원총선거에서 뜨거운 선거이슈로 등장하게 되고 농민표의 반란을 염려한 자민당은 식량안전보장론을 근거로 쌀수입자유화 반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뒤질세라 사회당을 비롯한 각야당들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곡물자급률(30%)의 제고를 내걸고 자유화 반대를 공약했다. 여야가 쌀시장개방문제에 관한 한 한결같이 "안된다"라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지난 88년 9월, 미국의 줄기찬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으로 쇠고기 · 오렌지수입자유화를받아들였던 자민당정권. 이를 기화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자민당 불신 · 농정불신으로반석같은 지지기반이었던 농민표가 대거 이탈, 자민당은 작년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 대패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자민당은 지난 총선거 1년전부터 여러가지 농민회유책을 펴왔다. 87년과 88년 2년 연속 인하되었던 생산자 쌀값을 89년에는 동결하는 한편, 쌀생산조정을 위해 71년부터 실시해온 쌀감산정책을 3년간 유보하는 등 각종 선심공세를 편 결과, 농민표 이탈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었고 이것이 지난 총선거에서 안정다수확보라는 낙승의 한 요인이 되었다.


우리에게도'강건너 불'일 수 없어

  그러나 쌀수입자유화반대 등 임시변통식 농민회유책으로 낙승을 거둔 자민당정권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국제정세를 외면한 1백% 완전자급체제 유지라는 선거공약과 쌀시장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압력 사이에는 너무 큰 거리가 있으며, 자민당의 입지를 고려, 압력의 고삐를 늦추고 있었던 미국이 총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개방압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야이터 농무장관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쌀시장개방문제가 오는 연말까지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통상법 301조를 발동,2국간 교섭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86년과 88년 두차례에 걸쳐 일본의 쌀시장개방을 요구하며 美대통령에게 일본의 쌀수입제한조치를 제소한 바 있는 미국의 全美精米업자협회(RMA)는 작년말부터 일본의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산 쌀 선전공세를 취하며 문호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개방 압력 못지않게 자민당정권과 쌀재배농가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는 것은 국내개방파의 자유화 압력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정책 초점이 생산자 중시에서 소비자 중시로 전환되어가는 가운데 미국산쌀의 4배에 가까운 비싼 쌀값을 치러온 도시근로자들의 불만이 거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1백%자급파는 31%에 불과하였으며 개방파가 63%나 되었다. 또 재계를 중심으로한 소위 국제파라 불리는 그룹들은 세계 최대의 흑자국이며 매년 5백억달러에 달하는 對美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이 쌀한톨도 수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의 개방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정부 및 자민당은 쌀수입개방 문계에 대해 올 여름이나 가을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것은 우루과이 라운드의 농산물무역자유화교섭이 여름부터 본격화되고 가을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어 대일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자민당정권은 가공용쌀 등 일부 용도에 한정시킨 쌀시장 부분개방안과 대외원조용 및 재해원조용으로 용도를 지정하여 수입하는 원조미수입안 등 몇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공약과 외국의 압력 사이에서 정책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일본농정의 elf레머는 우리에게도 '강건너 불'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농산물시장 자유화 요구의 종착역이 일본의 예에서 보듯 쌀문제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언제 우리에게도 쌀시장 개방을 강요해올지 알 수 없는 국제경제정세하에서 우리나라 농정도 쌀 수입개방을 포함한 포괄적 · 장기적인 대책수립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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