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앞날 비단길 아니다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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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 실천 필요…깜짝쇼 가능성



 합당 2년7개월만에 거대 여당의 당권을 거머쥔 민자당 김영삼 대통령후보. 그의 총재직 취임은 곧 그가 여권의 최고 실력자로 등장했음을 뜻한다. 이미 시작된 청와대에서 당으로의 권력이동은 더욱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제 범여권을 지휘하여 대통령직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풀고 넘어야 할 과제와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범여권 결속은 현재 흡족한 수준이 아니다. 그는 과거 30여년 동안 주로 야당에서 뼈가 굵어왔다. 김총재가 여당에 몸을 담았다고 하나 적지 않은 보수세력이 그의 뿌리깊은 야당체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의 총재적 수임은 한마디로 권력투쟁의 소산이다. 그는 합당 이후 바람잘 날 없는 민자당에서 다수 정파를 누르고 대통령후보가 됐다. “빼앗았다”는 말이 정확하다. 김총재측은 이 부분을 그의 탁월한 정치력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분열의 소지가 있는 범여권을 다독거려 결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의 차별화 행보는 관심거리다. 그의 총재취임사 제목 ‘변화의 시대를 연다’는 지금과는 다른 무엇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는 “지금 이대로는 절대로 안되겠다. 이제부터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말하고 “강력한 정부, 강력한 지도력”을 강조했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말이고, 결국 노대통령의 정치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치 관측통들은 이동통신 문제로 감정적인 대립으로까지 발전했던 노대통령과 김총재의 관계가 또 한번 심각한 갈등 관계로 바뀔 가능성에 주목한다. 양측은 차별화 수위를 조절하겠지만 어차피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상무위원회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총재가 한 말은 앞으로 두 권력자 사이에 갈등이 재연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영종도 공항 건설·고속전철 문제 등 대형 사업에 관해서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놔두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여권 내 문제 외에도 그는 당장 단체장선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월까지 치르게 돼 있는 단체장선거를 치르지 않아 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야당은 이 사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여당은 몇 차례 강행처리를 시도했으나 야당의 결사적인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김 회담 결과 ‘국회 정치특위’가 구성됐었으나 여기에서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김영삼 후보가 총재직에 취임하면 광역단체장 선거 실시를 수용할 것이라는 설이 한때 파다했으나 김총재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김총재가 단체장선거를 수용하더라고 막판에 독자적인 결정의 형태를 취해 극적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삼 총재 취임 축하연에는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참석했다. 두 사람이 대선 정국을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고나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거리다. 김총재의 전략은 대선을 양김 구도로 묶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관측통이 앞으로의 정황이 유동적일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보면 김총재의 정국주도 방향은 여전히 주목된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텔레비전 방송 3사가 김영삼 총재 취임식을 생중계한 것을 “공정성을 스스로 저버린 명백한 편파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김총재는 취임사에서 깨끗하고 정직한 지도력을 강조하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나는 상도동에 집 한 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수사”라는 야당의 논평이 잘못임을 입증하기 위해 김총재는 공정 선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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