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해진 '소비자文盲'퇴치운동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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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비자권리의 날' 즈음 10개 단체 합동 기념세미나 등 각종 교육·토론모임 활기

 ‘세계소비자권리의 날'(3월15일)이 들어 있던 3월은 소비자단체들에게 무척 분주한 달이 었다. 한쪽에서는 외국의 소비자운동 관계자들을 초청,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또 한쪽에서는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소비자관련 뉴스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놓았다. 

  순차적으로 이들 행사를 간추려보면, 우선 국제소비자기구(lOCU) 특별정책담당관 장피에르 알랭씨의 來韓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지난 3월5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주선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IOCU가 설정한 90년대 소비자운동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즉 앞으로는 소비자운동을, 환경보전·인권보호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세계적인 시민운동으로 전개시킬 예정이라는 것. 그는 3월9일 서울시·경제기획원· 공업진흥청 등 소비자문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데 이어 12일 오전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 崔東奎원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오후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실무자들과 모니터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갖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13일 離韓했다. 

  이와는 별도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15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주최한 '세계소비자권리의 날' 기념세미나는 소비자단체들이 모두 참여한 큰 행사였다. 세미나 주제는, 10CU가 올해 '세계소비자권리의 날'의 주제로 소비자교육을 설정한 점을 반영, '소비자권리로서의 소비자교육'이었다. 주제강연은 한국소비자연맹의 鄧光模회장이 했으며 崔業模 문교부 사회과 편수관, 金聖洙 대한YMCA연맹 간사, 劉光弼 매일경제신문사 이사, 張龍振 한국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회장 등이 발제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鄭회장은 "질높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으로 소비자문맹을 퇴치해야 한다"며 "앞으로 소비자교육은 조기에 시작, 학교·가정·소비자단체·기업 등 4자합의에 의한 평생교육으로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 소비자교육의 현황과 우리나라 소비자교육의 실태'에 대해 발표한 崔편수관은 성인 및 학교소비자교육의 개선방안으로, 학생·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 당국의 과감한 재정·행정적 지원, 기업의 적극적인 자료제공 및 지원, 취학전 교육과정에의 소비자관련내용 첨가, 대학교육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 '소비자운동과 소비자교육', '소비자교육과 매스컴의 역할', '기업의 소비자교육'에 대한 강연이 있었으며 강사들은 이를 통해 소비자교육의 소비자운동화, 수준 높아진 소비자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매스컴 인력의 전문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消協 회원 10개 단체는 이날 행사가 끝난 후 소비자들에게 소비자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재천명하고 5개 항목으로 된 건의문을 채택했다. 내용은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개선안을 요약한 것이다. 

  세미나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 한국소비자연맹 강당에서는 좀 색다른 교육이 실시됐다.일본 다이마루백화점 소속 소비자과학연구소 가와시마 소장 초청강연이 바로 그것. 오사까에 위치한 소비사과학연구소가 일본에서는 소비자고발을 가장 과학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국내기업의 소비자·제품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강연의 주제는 '섬유제품과 잡화의 소비자 클레임 처리의 실제'. 가와시마 소장은 강연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저절로 소비자의 가치관변화나 화제거리를 알 수 있고 이를 바로 마케팅전략에 반영하기 때문에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클레임을 수용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현황을 전하고 "귀찮은 고객을 빨리 쫓아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운동 확산·전문성 확보 등 긍정적 효과 

  3월19일 오후 2시30분 변호사회관 강당에서도 한국부인회 주최로 국민 소비자 의식구조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생활과 소비자의식'에 대해 발표한 李允鍾교수(중앙대응용통계학)는 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생활의식 소비구조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 후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시효과에 의한 소비확대 지향적 경향에 휩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의식 구조에 대한 설문조사(한국부인회에서 1월25일~2월25일 20세 이상 남녀 2천5백30명을 대상으로 실시) 결과를 분석한 李京子교수(경희대 신문방송학)는 여기서 제시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소비자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일관성있는 연구가 필요하며 소비자단체들간의 유기적 협력· 전문성 확보를 통한 효율성 증대가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3월20일 오후 2시 전국주부교실중앙회 4층 강당에서 열린 '건전소비생활 실천을 위한 세미나'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발표됐다. 강연자는 李泰健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金祚漢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사무처장 등이었다. 

  李교수는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과소비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대해 설명하고 "불로소득이 가능한 경제구조상의 허점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정책,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국민정신교육 강화, 범사회적인 국산품 애용운동을 통해 건전소비 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李교수는 이어서 "한국의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빛바랜 윤리성을 회복시켜야 하며 이같은 노력을 '알뜰생활운동'과 '저축장려운동'등의 형태로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金사무처장은 '혼수용품 및 혼수비용에 관한 소비자 실태조사'(전국주부교실중앙회에서 90년 2월8일~19일 서울시내에 거주하며 최근 3년 이내에 결혼한 주부 등 8백14명을 대상으로 실시) 결과를 중심으로 '혼수비용 실태 이대로 좋은가'를 발표하고 바람직한 혼수마련방법 7가지를 제시했다. 

  소비자단체들의 교육 및 토론을 위한 이같은 모임들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학술적인 성격을 띤 조사 및 모임이 소비자운동 확산 및 전문화 노력의 일환이란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전문인력 및 재원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소비자단체들인 만큼 상호간에 연구조사과제의 중복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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