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둘러싼 주변국 손익계산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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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이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기정사실로 다가오자 주변국들은 통독과 관련한 손익계산에 다라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전체의 장래가 독일문제에 크게 좌우되며 주변국들은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독이 합쳐지면 인구는 8천만명, 경제력은 머지않아 EC회원국 나머지 11개국 총 생산력의 거의 절반에 맞먹는 실력이 된다. 유럽 최대의 영토에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는 강대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과거 나치즘을 경험한 나라들로서는 불안이 작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프랑스방송위원회가 프랑스 서독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폴란드 소련 등 8개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독일통일을 보는 유럽인들의 심정을 짐작하게 해주고 있다. 이들은 민족자결의 대원칙에 입각해 통독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거대독일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유럽이 새로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험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에 의하면, 독일과 국격을 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이 통일될 때마다 침공을 당한 역사를 갖고 잇는 폴란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일단 독일통일에 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찬성 정도는 나라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인들이 가장 소극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2차대전 때 독일과 한편에 섰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는 26%가 독일통일에 찬성하고 64%가 반대, 통독이 이루어지기 전에 현 국경선 유지를 보장하는 조약을 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흥미있는 결과 중의 하나는 통독에 가장 열광적으로 찬성하는 것이 서독인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극 찬성’ ‘찬성’ ‘반대’ ‘적극 반대’의 네가지로 구성된 이 답변에서 ‘적극 찬성’에 많은 지지를 보낸 나라들은 스페인(48%), 이탈리아(41%)로서 서독(31%)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헝가리(23%), 영국(21%), 프랑스·소련(17%), 폴란드(9%) 순이다. ‘적극 찬성’ ‘찬성’을 포함하면 서독(80%)이 가장 앞서고 있으며 이탈리아(78%), 스페인(73%), 프랑스·헝가리(68%), 영국(61%), 소련(51%), 폴란드(26%) 순이다.

최근 동유럽을 휩쓰는 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설문에서는 폴란드인의 17%만이 유럽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56%가 일련의 갈등에 직면할 위험이 있고, 19%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동유럽 변화가 유럽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적 응답이 36%인 데 반해 진정한 유럽의 긴장완화는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응답이 38%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세계의 새로운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응답 11%를 포함한다면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는 낙관과 비관의 비율이 30대 49.31대 50으로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 유럽질서 재편에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소련에서는 28%가 동유럽 변화가 평화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31%가 갈등의 위험을, 11%가 또 다른 분쟁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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