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합리적인 결정 돕는 학문
  • 전기정 (의사결정분석학 박사)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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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분석학 : 2차대전후 크게 발전…‘다평가항목효용법’ 애용

 

 

 70년대 초반 미국의 환경과학서비스부는 난처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의 해안지역이 허리케인 때문에 계속해서 큰 피해를 입자 은요오드화합물을 살포해서 허리케인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그 경우 정부는 한가지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약품을 살포해서 피해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은 그것을 믿지 않을지 모른다 오히려 정부가 괜한 일을 해서 피해가 더 늘어났다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의 환경서비스부는 허리케인을 약화시키는 약품을 살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학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인간이 수백년간 발달시켜온 연구에 바탕을 두고, 여러가지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의 의사결정 행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던 이들이다.

 

계량화 힘든 요소도 포함시켜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가진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는 그들의 논리적이며 체계적인 접근방법은 오늘날 ‘의사결정분석학’ 이라는 신생학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학문이 종래의 여러 분야와 다른 것은 사람의 판단이나 선호도 등의 계량화하기 힘든 요소를 의사결정 모델에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이 분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는데, 특히 70년대 중반 미국 국방부의 고급연구용역국은 수백만달러를 지원하여 의사결정분석학의 현실적인 응용방법들을 연구했다. 그후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회과학대학인 런던정경대학(LSE)이나 미국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 남캘리포니아대학, 그리고 두 나라의 몇몇 연구소에서 여러가지 의사결정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구미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다평가항목효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구분한 다음, 그 요소별로 각 대안들을 평가하고 요소들 간의 상대적 중요성을 비교하여 여러 요소들 가운데서 가장 조화를 이루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방법은 비행기 기종과 핵폐기물처리장 부지의 선정 등과 관련된 정부의 중요한 결정이라든가 노사간·국가간 타협에 응용되기도 한다.

 나는 제2이동통신의 사업자 선정이야말로 다평가항목효용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사업자로 낙점되든 탈락 업체들은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데다가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분석학의 장점은 의사결정자의 판단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합리적인 반박 논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흔히 선진 각국 정부가 의사결정 때 이 학문이나 기법에 의존하는 것은 여러 이해집단 간의 서로 부딪히는 이해관계의 조화와 균형이 민주사회의 필수요건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정에는 분명히 이런 ‘과학’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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