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 복거일 (경제 칼럼니스트·소설가)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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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사라진 ‘보이지 않는 손



 마르크스주의 체제의 갑작스러운, 그러나 필연적으로 판명된 붕괴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아마도 시장경제가 명령경제보다 낫다는 것이다. 몇해 전만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종언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젠 별다른 저항없이 그 교훈을 받아들인다. 그 교훈은 민중주의적 정책을 폈던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의 경험으로 보강된다.

 근본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정부의 간섭이 심했던 나라들이 규제를 풀고 시장에 큰 몫을 맡기는 자유화를 통해 침체했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는 우리에게 더욱 적절한 교훈을 준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시장경제가 우수한 까닭과 그것이 움직이는 모습을 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시민이 대부분 그 교훈을 제대로 익혔고 정부는 경제를 좀더 자유롭게 만들려고 애쓰리라고 상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내 깨닫게 된다.

 자유화의 구호는 요란하지만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외국 기업에 시장을 여는 일은 나라의 이익을 해치는 일로 여기고, 관리들은 서슴없이 그리고 자랑스럽게 ‘선별적’이란 말을 쓴다 (시장의 가격 기구가 아니라 관리들의 선별적 판단이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것은 자유화를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의 큰 해독에 대한 하이에크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정부 부처는 늘어났고 최근의 불경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지출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정부의 지출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독과점 기업과 노동조합들이 가세하여 시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시장경제 우수성 벌써 잊었나

 이런 사정은 산업 기술의 개발에서 잘 드러난다. 산업 기술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모두 정부가 큰 몫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떠받치는 근거는 아주 약하다. 기술은 공공재가 아니므로 정부가 그것의 생산에 나설 논리적 근거는 일반적으로 약하다. 그리고 정부가 개발하는 기술은 대개 큰 기업이 이용하므로 정부의 기술 개발은 형평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논의들이 정부가 기술 개발을 맡거나 주도하리라는 가정 위에서 진행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사회주의적이 되었나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시장경제의 우수성이란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실은 익혔던 교훈을 잊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경제가 감탄할 만큼 발전한 사실을 설명하는 데서 우리 정부의 정책이 시장이 제대로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수출 촉진 정책은 이미 들어선 보호무역 장벽의 수출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만큼 컸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60년대만 하더라도 랑나르 넉시와 같은 비관론자의 주장이 풍미해서 그렇게 대외지향적 정책을 추구한 나라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수출 촉진 정책을 전처럼 추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실질적 보호무역 체제가 들어섰고 수출보다는 내수를 겨냥한 기업들이 늘었다.

 

정부의 ‘보이는 손’ 시장가격 왜곡

 시장의 가장 본질적 특성은 그것이 정보 처리 기구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갖가지 정보를 처리하여 내놓은 가격은 재화들의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한다. 명령경제 체제의 기획 기구가 만든 인위적 가격이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여 큰 낭비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잘 가리키는 것처럼 시장의 가격은 아주 소중한 자료다. 자연히 시장은 자원을 어떤 인위적 기구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배치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가격은 정부의 간섭으로 왜곡되어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그래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할 일을 잃고 사라졌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 문제다.

 경제 활동의 큰 부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교훈은 모든 사람이 아는 다른 교훈과 마찬가지로 잊혀지기 쉽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한번 잊었다. 케인즈의 이론이 풍미한 뒤로 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이 들어왔던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하이에크나 프리드먼과 같은 뛰어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그 사실을 지적하여 경고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상은 훨씬 덜 자유롭고 덜 풍요한 세상일 것이다.

 이제 자유주의자들은 외쳐야 한다. 관료들이 휘젓는 ‘보이는 손’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 위험에 비기면 다른 위험은 비록 큰 것 같아도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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