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에서 마찰시대로
  •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 政夫)(게이오대학 조선현대사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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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共 고통점 없어져 단순한 ‘주변국’ 됐다”



 최근의 한·일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악화일로인 것은 사실이다. 즉 과거의 밀월관계에서 본격적인 마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기 이전만 해도 한·일 양국은 '반공'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한·일유착'이라는 비난이 일었을 정도로 다소의 잘못은 서로 눈 감고 용인해 주는 관계였다. 다시 말하면 한·일관계는 양자간의 특수한 관계였다. 그러나 냉전이 종결된 이후 상황은 변했다. 반공이라는 정치적 프리미엄이 소멸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양국 관계는 과거의 특수 관계에서 단순한 '인국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단순한 인국 관계란 일본에게 한국은 수많은 주변국 중의 한나라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있어 일본도 하나의 주변국에 불과하다.

 즉 냉전 하에서는 일본만이 유일한 한국의 주변국이었으나 소련 중국이 한국의 또 다른 주변국으로 등장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과거의 2자 관계에서 다자 관계로 변질되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종군위안부에 대한 개별보상은 인도적 견지에서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이다. 일본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도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된 65년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65년 당시 일본의 경제 규모는 수출액이 20억달러, 외환보유고가 18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국에 유무상 5억달러를 제공했다. 이 금액은 당시의 일본경제 규모로 볼 때 커다란 부담이었다. 5억달러밖에 안되는 돈으로 과거사를 청산하려 했다는 비난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특수 관계가 인국 관계로 바뀌고 있다고 해서 한·일 양국의 우호선린 관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여러 마찰이 일어나는 것 뿐이다. 그 위에 당장 마땅한 특효약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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