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중립내각 총리감 1위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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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3백명 여론조사 / 이한빈·강영훈 順 … “정직성 가장 중요”



 “대통령선거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총리로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가장 적합하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교수 3백명을 대상으로 《시사저널》과 리서치 앤 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립내각 총리감으로 김준엽씨가 가장 높은 지지(21.3%)를 얻었고, 그 다음 이한빈 전 부총리(10.7%), 강영훈 전 총리(6.3%), 조순 전 부총리와 정원식 현 총리(각각 3.3%) 순으로 나왔다.

 김준엽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전라(40.5%)와 대구·경북(36%) 지역에서 가장 많이 지목됐고, 50대(12.1%)보다는 30대(23.4%)와 40대(29.3%) 교수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김씨는 젊은 시절 독립운동을 했고, 교수 시절에는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지조를 지킨 ‘한국의 양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82년 고려대 총장에 취임한 3년 뒤 정부 당국의 압력에 의해 총장직을 사임했다. 당시 고려대 학생들은 ‘김총장 사퇴 결사반대’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그후 6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의 수 차례에 걸친 총리직 수락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한 바 있다. “학계의 원로로 남고 싶다”는 것이 그의 거절 이유였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양김씨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은 정치 상황 속에서 김씨는 대통령후보감으로 세인의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야당이 합의해 중립내각 총리로 그를 추대할 경우, 그가 수락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선거관리 중립내각의 총리라면 김 전 총장이 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지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받는 이한빈씨는 50대 이상 교수들로부터 많이 지목됐다(50대 이상 15.9%, 30대 이하 8.5%, 40대 7.1%). 전공별로는 정치·경제분야 교수들의 지지가 사회·심리 분야 교수들보다 높았다. 이씨는 관계와 학계를 넘나든 다채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후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관계에서 그는 재무부 차관을 거쳐 대사를 지냈고, 10·26 직후에는 부총리를 지냈다.

 스위스·오스트리아·유럽공동체(EC) 대사와 바티칸 공사를 역임한 후 외교관 생활을 마감하고 60년대 초 학계로 돌아온 그는 숭전대 총장과 아주공대 학장을 맡았는데, 재임중에 아주공대를 종합대로 승격시켰다. 그후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온 이씨는 89년 10월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극우와 극좌를 아울러 경계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 ‘자유지성 3백인회’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강영훈 전 총리는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들로부터 많이 지목받았고(30대 8.5%, 40대 8.1%, 50대 2.8%), 특히 정치·행정학 전공 교수들의 지지율(14.1%)이 높았다. 그는 5·16 쿠데타 당시 육사 교장을 맡고 있었는데 ‘혁명 주체 ’ 세력으로부터 육사 생도들의 5·16 지지 행진 요청을 받았을 때 한마디로 거절하는 소신을 보였다. 이 때문에 그는 반혁명 혐의로 구속됐고 강제 예편됐다. 62년 강씨는 거의 강제 출국 형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50세가 되던 72년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77년 귀국한 그는 1년 후 외교안보연구원장을 맡았고, 5공화국에서는 영국·로마교황청 대사를 지냈다. 그는 6공화국 출범 후 민정당 전국구 후보로 국회에 진출했고, 88년 12월 총리에 임명됐다. 그는 총리 재임 2년 동안 “소신 있는 총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총재인 그도 신당의 대통령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김광웅 교수(서울대·행정학)는 “선거를 앞둔 이런 특수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선택할 때 일반인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참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한편 중립내각의 총리감에 대해 “모르겠다” “없다” “말할 수 없다”고 응답한 교수가 55%를 차지해 중립내각에 대한 기대감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거나, 누가 총리직을 맡아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견해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립내각의 총리감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는 정직성이 가장 높은 순위(31.1%)를 차지했고, 그 다음 민주주의 신념(24.7%), 현 정치권과의 무관성(16.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직성을 총리의 덕목으로 지목 한 응답자는 대구·경북(44%)과 부산·경남(32.5%) 지역에서 많았다. 다른 지역은 정직성 다음으로 대부분 민주주의 신념을 꼽고 있으나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는 정직성(29.7%) 다음으로 현 정치권과의 무관성(27%)을 들었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정직성이라는 말에는 공정·중립·평형의 의미가 포함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치권과의 무관성도 중립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들은 민주주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야 선거를 공명하게 치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젊을수록 ‘중립 의지’ 의심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수(45.7%)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수(37.7%)보다 좀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태우 대통령이 ‘9·18 선언’에서 밝힌 중립 의지를 신뢰하는 교수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공보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은 국민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81%)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대통령은 대통령선거를 관리하는 데 있어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와 부담을 갖게 됐다. 노대통령이 중립을 지킬 것으로 믿는 응답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많았고, 지역별로는 강원·제주와 서울, 그리고 대구·경북 순이었다. 대전·충청 지역 응답자는 대통령의 중립 의지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교수는 광주·전라(51.4%)와 인천·경기(50%)지역에서 많았다. 연령별로는 젊은 교수일수록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대통령의 중립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인 바 있는 대전·충청(25.8%) 지역의 경우는 무응답률도 22.3%로 가장 높았다.

단체장선거, 영·호남 견해 차이

 공명선거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필요 없다”는 응답률보다 2배 가량(60.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대통령의 중립 내각 구성의지와는 별개로 공정선거를 위해 단체장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단체장선거 실시 요구가 가장 높고(73%)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역이 가장 낮아(각각 52.5%, 52%) 호남과 영남 지역 응답자의 견해 차이를 보여준다. 영남 지역 응답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이 단체장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젊을수록 단체장선거 실시 요구가 강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대구·경북 지역이 12%로 가장 많았다. 참고로 8월 하순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가 잘못된 결정(37.4%)이라는 응답이 바른결정(19.1%)이라는 응답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중립내각 구성 외에 공명선거를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으로는 안기부 등 정보기관의 정치활동 금지(25.3%)와 정당에 의한 금품살포·흑색선전·지역감정 조장 등 과열 선거운동 금지(23.7%)가 나란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보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제도적 문제로 공무원의 중립(35.8%)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그 다음이 언론의 공정 배분·투개표 제도의 개선 순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행정부 관료와 공무원의 선거개입 금지는 부산·경남, 광주·전라, 대구·경북 순으로 나타났으나 그 차이는 미미해 각 지역에서 비슷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대 이하 젊은 교수는 안기부 등 정보기관의 정치활동 금지(29.8%)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내실시(27.7%), 그리고 정당에 의한 관건 선거운동 금지(19.1%) 순으로 공명선거의 조건을 들었다. 반면 50대 교수는 정당에 의한 과열 선거운동 금지(28%)에 이어 공무원의 선거개입 금지(25.2%), 정보기관의 정치활동금지(21.5%)를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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