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은 ‘성공’할 것
  • 정리 · 김재일 부장대우 ()
  • 승인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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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 7월 하순으로 잡혀 있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 모두가 기대에 부풀어 있고 정치권이 그 준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보랏빛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첨예하게 걸려 있는 핵투명성 확보라든지 남북한의 법적 지위 문제 등 미묘한 이견이 있고,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고 언제 깨질 것인지, 또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회담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같이 깔려 있습니다.

임채정 : 우려와 조심스런 전망이 있지만, 분단 49년 만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 봅니다. 여러 가지 주 · 객관적인 사정으로 보아 회담이 성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외교적 고립, 경제난, 안보라는 세 가지 문제를 푸는 것이 시급합니다. 회담 내용은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신뢰와 협력 기반은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정치 · 경제 · 군사 · 문화 각 분야에서 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할 수 있겠고, 남북 경협을 위한 문호 개방과 이산가족이 만날 길이 트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할 수 있겠습니다.

통일로 가는 길엔 장애 요인 많아
손 : 어느 때보다 낙관적 기대를 하기에 좋은 때입니다. 그 근거에 대해서도 임의원 말씀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72년 남북공동성명 이래로 남북 관계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하는 사건들이 많았지만, 매번 벽에 부딪쳐서 후퇴하고, 벼랑에 몰려 전쟁 위기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바로 통일로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장애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시각의 문제에 걸려 있습니다. 저는 북한 사회가 위기에 몰려 있다고 봅니다. 경제가 상당히 어렵고 지금까지 김일성을 중심으로 했던 사회적인 공고한 통합이 급격히 와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로서도 이런 와해를 막아야 합니다. 따라서 남북 대화가 순탄하게만 진전될 수는 없습니다. 후퇴 과정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임 : 그것은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말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 국한한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그것이 실패로 끝나거나 성과없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지, 바로 국가연합으로 가거나 신뢰가 구축된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단계까지 가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입니다. 통일까지 평탄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지만, 이번 1차 회담은 상당히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손 : 지금까지 우리는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해 왔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씩 전진해 왔습니다. 정상회담도 그런 맥락에서 그 자체로 커다란 전진이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관계가 이렇게 성숙하고 진전하는데, 남북한 간에 장애 요인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임 : 도처에 장애 요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북쪽은 김주석의 절대적 영향력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북측의 태도와 자세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남쪽은 현 정부가 이회창 총리 문제, 상무대 국정조사,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일관성 결여 등에서 정치적인 약점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희석하는 상징 조작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회담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지나치게 개인적인 치적으로 남기려는 동기에서 시작했다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부 극우 세력들의 방해를 극복하지 않으면 통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므로, 북의 와해나 흡수 통일을 기대하는 극우 세력의 방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손 : 우리는 우리대로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임의원의 견해와는 달리 김영삼 정부가 남북 관계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마음은 없다고 봅니다. 남쪽의 강경파와 극우 보수파의 방해를 우려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분단된 냉전체제에서 살아오면서 대한민국 쪽이 반공 · 안보 의식에 체질화한 측면이 있지요. 이는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정치 문화이지 어느 일부 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 세력을 이끌어가지 않고서는 안보 문제와 북한과의 대화를 순탄하게 풀어낼 수 없습니다.

임 : 장애 요인으로서 북한의 법적 지위는 상당한 관심사입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을 특수한 관계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헌법에 따르면 북한이 괴뢰 정권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 처지에서는 우리 정권이 괴뢰 정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서 쌍방이 서로를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협약을 맺거나 사업을 실천해도 그 성격이 불분명하게 되지요.

손 : 지난번에 남북합의서를 채택했을 때 이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그 때 이 문제가 법적인 문제인지 정치적인 문제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 북한이 국가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든지, 남북합의서에서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일단은 국가 대 국가로 서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가 정상이 만나고 있습니다. 이중 구조, 모순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중 구조가 중요한 장애 요인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측이 교류 협력과 통일 방안에 합의하면 법적 장치에 대한 보완은 응당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가도 인정하고, 그래서 양측에서 체결하는 협약이 조약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간의 특수한 관계는 언제라도 파기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신뢰를 구축하고 이것이 교류 협력으로까지 구체적으로 발전하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양측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도 유엔에 동시 가입하여 일을 해나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남북 간의 문제를 법적인 관계로 정립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가라는 면에서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자율성 인정해야 평화 공존
임 :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정치문화적인 것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보고, 어떤 것이 통일에 유리한 것인가라는 면에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서로 국가간 관계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인정하는 현상태는, 안정성이란 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양측의 지위와 위치가 매우 불안합니다. 통일로 가는 데 과연 무엇이 유리하냐 하는 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때 국가연합으로 간다거나 연방정부로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손 :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체제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평화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고, 통일로 가는 길에서 어떻게 두 체제가 교류 협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지요. 국가 대 국가보다는 체제 간의 연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임 :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적대 관계가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면 북한은 당연히 반국가 단체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법 정부와 반국가 단체가 선린 관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손 :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입니다. 법체계를 고쳐서 상호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법체계를 고친다고 하여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 : 남북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서로 국가로 인정하여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손 :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적인 관계이지 법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국가 안에 체제를 달리하는 연방제도 하나의 국가이지 않습니까. 연방제라는 게 꼭 국가간 연합을 말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국가가 따로 독립하지 않고는 적대적인 관계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는 얘기가 아니지요. 남북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법적 지위에 대한 문제 같은 것은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문제라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또 통일 논의 그 자체가 국민들에 의해 공유되지 않으면 자칫 억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할 겁니다.

임 : 통일이란 정권이나 당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사활 문제입니다. 통일의 주체는 국민이 돼야 합니다. 물론 창구는 정부가 돼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국민이 합의해서 추진하는 방안이 힘을 갖습니다. 저는 특히 국회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면 북측의 최고인민회의와 교류한다든가, 우선 국회의원들이 일정 조건하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든가, 그렇게 다변화해야 합니다. 외교의 자주성, 통일에 관한 자주성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법과 제도 문제입니다. 남북 문제를 미국을 경유해 풀어나가야 하는 서글픈 현실을 타개하고 서로 주체적으로 대화에 의해 조건의 개선과 인식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교 자주성 확보도 숙제
손 : 외교의 자주성 확보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번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에 끌려다닌다, 북한에 끌려다닌다, 그런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민자당과 중국 공산당이 교류하고 있는 마당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각 분야에서 교류가 중구난방 식으로 되면 창구의 다원화가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요. 책임 있는 야당의 경우에는 별로 우려되지 않지만, 주체사상에 기운 학생들이 대표성을 주장하면 곤란합니다.
정리 · 金在日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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