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 민자당 총재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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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탈당 나한테 유리”




 민자당은 이제 여당이 아니다. 야당은 노대통령의 탈당을 ‘김영삼 대세론’의 허리를 끊는 호기로 삼고 있다. 김영삼 민자당 총재는 단지 다수당의 후보로서 타당의 후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권‘ 경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김총재로서는 노대통령의 중립의지를 높이 사는 한편 대통령과의 우호관계가 불변임을 강조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노대통령과의 갈등설을 부인하고 12월 대통령선거에서의 당선을 “확신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전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까?

 (웃음) 자신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수많은 국민을 상대로 의식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충 국민들의 생각이 정리가 돼 있더라고요. 더구나 여러가지 피부로 느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충격에도 동요하는 조직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실제 내용보다는 언론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별 동요가 없어요.

지금도 과반수 득표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단호하게) 그건 수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만과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오셨는데, 김총재 스스로 자만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여러 선거 경험을 통해서 안 것이지만 자만은 절대 금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양김씨의 지지율은 절반 내외밖에 안됩니다. 제3의 후보가 나타나서 양김씨를 꺾고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전부 가상이지요. 이제 선거가 두달 남짓 남았는데 그게 그렇게 갑자기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왜 김총재께서 꼭 대통령이 돼야 합니까?

 그렇게 굳이 물으면… 사람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나름대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어릴 때, 정부가 수립되기 전부터도 야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25살 최소연소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역대 정권을 겪으면서 참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어요. 야당 총재인데 총재가 아니라는 가처분을 당하기도 하고, 우리 역사에 없는 일인데 야당 총재로서 국회에서 제명을 당하기도 하고, 또 80년대에는 만 2년 이상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지요. 광주의거 2주기을 맞아서는 목숨 걸고 23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3당 통합 이후에도 어려운 고비를 수없이 넘겼어요. 내가 과연 대통령이 되면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미 한국병을 고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정말 헌신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의 탈당으로 민자당과 김총재께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총재의 특표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십니까?

 결과적으로는 저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저는 총재가 됐을 때도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치르겠다, 부정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대통령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오히려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잘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은 과도기적인 일이지요. 앞으로 다시는 대통령이 당적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지요.

노대통령의 탈당 선언 직전 청와대 회동에서 있었던 두분의 대화 내용을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선거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명실공히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건의를 했지요. 그러자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없도록 제 이야기대로 하겠다고 받아들였어요.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중립내각 위에 자신이 있는데 정말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서 당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래서 역사에도 없는 일이고, 다른 나라에도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을 못들어 봤는데…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명예총재만 내놓으시라고 하면서 탈당을 만류했는데, 대통령의 결심이 이미 섰더라고요. 그 문제를 가지고 더 오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정성에 있어서 그것이 더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좋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된거지요. 처음 대통령으로부터 당적을 떠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에 착잡한 무엇이 있었지요.

노대통령이 선거자금 마련에 미온적이기 때문에 김총재께서 평소 큰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노대통령이 선거자금을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상당히 어려운 가운데 선거를 치를 겁니다.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멀리 나가버린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립내각이 구성되게 됐고, 공명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그 회견이 노대통령 탈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그렇게 꼭 생각할 수는 없지요. 그날(9월18일)도 대통령과 아주 분위기가 좋게 이야기된 겁니다. 대통령의 제의로 제 점심 선약까지 취소하면서 같이 식사할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였어요.

노대통령의 암묵적인 협조를 기대하십니까?

 어디까지나 대통령께서 공명정대한 입장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정말로 저한테 도움이 되는 겁니다. 탈당 자체가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는 노대통령의 의지라고 봐야 합니다.

한 전군수의 양심선언은 결과적으로 중립내각 구성, 안기부 정치불간여 선언 등 국정의 개혁을 가져왔습니다. 한 전군수를 석방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대중 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주장을 하시는데… 범죄라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선거부정은 대단히 큰 범죄입니다. 그런 사람을 무죄로 석방시킨다면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가 없지요. 그것도 바로 이야기 한 것이 아니고, 한 6개월 지나서 자기 자리가 없어진 다음에 한 이야기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요. 그것을 동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요.

김중권 청와대 정무수석이 “노대통령보다 김총재가 단체장선거 실시에 대해 더욱 완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는데, 사실입니까?

 김수석이 그러던데, 자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그러던데요.

언론에서 잘못 보도한 겁니다.

사실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그것은 똑같으면 똑같았지, 제가 더 완강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실제가 그렇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토론에도 나가겠다고 하셨는데 후보자 전원이 참석하는 난상토론도 받아들일 겁니까?

 그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단지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지난번 영국의 대처 여사가 방한했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처 여사가 제게 대통령선거에서 텔레비전 토론을 하게 돼 있습니까 라고 묻길래 그런 규정은 아직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자기는 수상을 3번이나 했지만 텔레비전 토론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는 가끔 하는 것을 보는데 그것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왜 잘못됐느냐고 물으니까, 텔레비전이나 대중 앞에서 충분히 정견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데, 짧은 토론시간에 상대방의 실수를 유발시켜 국민이 평가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는 거예요. 그래서 대체 여사는 텔레비전 토론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해요.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더라고요.

현재로선 후보자가 함께 참여하는 텔레비전 토론을 고려치 않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제일 좋은가, 어느 것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말 현명한 방법인가를 말입니다.

이번 대선 역시 지역성으로 특징지워질 것이라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권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상도 출신인 김총재측에서 먼저 지역감정에 불을 지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저도 지역감정의 피해자입니다. 지역감정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국가경영 능력과 관련해 김총재께서는 자질론 시비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80년대 독재시대 10년 동안 언론에서 계속 그렇게 쓴 거지요. 한사람은 공산당, 한사람은 부정부패, 김영삼이는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당시 계엄사령관이 기자회견에서 말했어요. 이것을 신문이 계속 쓴 겁니다. 10년 동안 언론이 그렇게 써줬으니 그것이 아직까지 일반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질론 시비가 돼버린 겁니다. 그런데 딴 사람들 이야기는 없어졌더라고요, 가만 보니까.

경쟁자인 김대중 대표에 대해 평해주시지요.

 상대방에 대해 평하는 것은 좀 우습잖아요. 좌우간 김대중 대표는 과거 민주화를 위해서 싸운 동지이고, 선거 후까지도 협력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 후에도 협력하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거야 정치적인 협력을 말하는 거지요.

김총재께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낙선한 김대중 대표와 공조하겠다는 뜻입니까?

 그거야 뭐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정주영 대표를 평해주시지요.

 정대표는 정치인으로서는 별로 여러번 대하지 못해 잘 모르겠고, 기업인으로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입니까.

 (웃음) 강점이라면 첫째 딴 사람보다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5시에 일어나 4㎞ 정도를 뜁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절대 독재에 굴복해본 적이 없어요. 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 추진해나간다는 점 등이 강점이랄 수 있겠지요. 또 인간인지라 약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 약점을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우습고….

5년 후라고 해봐야 지금 정주영 대표의 나이에 훨씬 못미치는 나이인데, 이번 선거에 진다면 대권에 다시 도전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현재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기는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지만, 진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없어요.

당선되면 임기중에 내각제로 개헌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훨씬 많은 국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봐요. 내각제 개헌은 어렵다고 보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에도 보도됐습니다만, 'YS 언론 장학생‘을 측근이 집중 관리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우리 언론이 참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함부로 쓰는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을 그렇게 쓰는데… 진실이 아닌 걸 가지고 제가 꼭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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