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상임이사국’ 야망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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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유엔 중시 외교’를 표방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6년 유엔 가입이 실현된 이래 일본은 ‘서방측의 일원’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미협조 노선과 유엔중심주의를 두개의 축으로 대외외교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일본이 냉전체제와 걸프전쟁 종식을 계기로 다시 ‘유엔중시 외교’를 강조하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사정 때문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집단안보체제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을 중시하는 것이다.

 일본은 작년 10월 유엔총회에서 7번째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었다. 78년의 입후보에서 방글라데시에 패한 굴욕과 86년 당선에 필요한 3분의 2선을 겨우 넘었던 수모를 겪은 일본정부가 총력 외교전을 편 결과였다. 일본은 이로써 브라질을 누르고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최다 피선을 기록했는데 일본이 이처럼 ‘최다 피선’에 집착하는 것은 이 실적을 발판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에 피선되기 위해 일본이 내세우는 명분은 우선 유엔에 내는 분담금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라는 것이다. 92~94 유엔 예산에서 일본은 미국(25%)에 이어 12.45%로 2위를 차지, 러시아의 10.9%를 능가하고 있다.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고 처음 표명한 것은 지난 70년 유엔 창립 25주년 기념총회에서였으나 대다수의 유엔 가맹국에 의해 묵살되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그러께 8월 이탈리아의 안드로레오치 총리가 영국과 프랑스 중 한나라를 제외시켜 유럽공동체를 새로운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든가 아예 두나라를 빼고 유럽공동체와 일본으로 바꾸자“고 주장해 일본 정부를 크게 고무시켰다.

“95년까지 실현” 여부 불투명

 일본 정부는 이탈리아의 엄호사격을 이용해 또다른 유엔외교 현안인 ‘옛 적국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께 9월 당시의 나카야마 일본 외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후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2차대전 때의 樞軸國(독·이·일 등 7개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라며 유엔헌장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와 루마니아는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과 5개 상임이사국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였다. 유엔헌장이 지난 65년 8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대만에서 중국으로 교체하기 위해 한차례 수정된 바 있지만 이 적국조항을 건드리면 유엔이 현안이 한꺼번에 표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선출도 유엔헌장의 개정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얘기이다. 따라서 세계 제2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오는 95년까지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목표는 아직 그 실현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본이 엔화의 위력을 등에 업고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경우 한반도 통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범’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정치대국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유엔중시 외교’가 강 건너 불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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