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삼탕 보도, 의혹 속 ‘흐지부지’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1.09.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흥미만 쫓는 태도… ‘타살설’ ‘세모 ·구원파 배후세력설’ 조장

 지난 20일 오후 대전지검에서 오대양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가 끝나고 담당 검사들과 기자들간에 일문일답이 시작되기 직전 검찰측은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에게 특별주문을 했다. 일문일답 장면 만큼은 카메라에 절대로 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처음에는 반발을 하다가 검찰측에서 워낙 단호하게 나오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카메라를 철수하고 말았다.

 검찰이 기자들에게 카메라를 치워달라고 주문한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자들과 질의 응답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장면이 잡히지 않을까 염려해서이다. 그동안 언론이 오대양사건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워낙 숱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각사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을 것이 예상돼 검찰로서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답변이 궁해 우물쭈물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라도 하면 다시 한번 여론의 호된 시달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일문일답 시간에는 검찰이 염려했던 것과 같은 곤혹스런 장면은 벌어지지 않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담당검사들은 처음에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였으나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부터 매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전지검의 홍종의 검사장은 기자들의 질문 도중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녀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질문하는 걸 보니 그렇지만도 않구만”하고 기자들에게 ‘야유’를 보내기까지 했다. 또다른 한 검사는 기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자 “여러분들이 물어보고 싶은 것은 다 물어볼 때까지 밤새워서라도 답변할 테니 한가지씩만 물어보라”고 느긋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기자들의 질문 가운데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특히 그동안 가장 쟁점이 되어왔던 ‘자살이냐 타살이냐’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자살로 결론을 내린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질문이 사건의 큰 줄기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몇몇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선에 머물렀고 심지어는 기본적인 사실을 잘못 알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박순자가 변사현장인 용인공장에 타고 간 승용차가 세모 유병언 사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의류판매업체 ‘클레오파트라’ 직언 명의로 돼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그 승용차는 오대양 계열사인 공영정밀 소석이었다)라거나 “SM 테스트에서 양성만응을 보인 오대양 사망자 12명 가운데 3명은 결혼도 아한 처녀인데 검찰은 이 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32쪽 보조기사 참조) 하는 식이었다.

 지난 7월10일 전 오대양 직원들이 집단자수함으로써 오대양사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된 이후 40여일 동안 서울의 종합 일간지들이 이 사건에 대해 다룬 기사 건수는 모두 8백여건에 달한다. 이 기사들을 보는 일반 독자들 머리 속에 그려진 등식은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은 영낙없이 타살이며 그 배후에는 세모와 구원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의 머리 속에 이같은 등식이 그려지게 된 까닭은 언론이 처음부터 이 사건의 보도에서 흥미를 반감시킬 만한 요소인 자살 가능성 등은 ㅂ제하고 끊임없이 타살 가능성과 5공 권력자의 개입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종교전문가 등 제보자의 폭로내용은 검증과정을 거치기는커녕 오히려 부풀려져 지면에 반영됐으며 상대적으로 자살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와 오대양의 배후로 지목된 세모와 구원파 관계자들의 반론은 거의 무시됐다. 이번 오대양 보도에서 유난히 오보와 재탕삼탕 기사가 많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많은 언론사에서 일제히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많으며 오대양사건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을 외면하고 흥미만 쫓는 그같은 보도태도로는 오대양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밝혀 낼 수 없을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