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시장은 세계 최대 도박장
  • 남유철 기자 ()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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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자크 아딸리 총재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세계경제가 돈놓고 돈먹는 식의 카지노 판이 되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환투기가 지배하는 국제 외환시장이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하루 평균 무려 1조달러가 넘는 자금이 거래되고 있는 국제 외환시장은 흔히 ‘보이지 않는 세계초대 규모의 카지노’로 비유되곤 한다. 오늘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무역결제와 같은 실질적인 외환 수요에 의한 환거래는 세계전체 거래량의 30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환율변동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을 노리는 순수한 투기성 자금”이라고 씨티은행 외환딜러 趙在敏 부장은 말한다.

 세계의 주요 통화가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게 치솟거나 떨어지는 국제 외환시장은 각국 은행의 외횐딜러들이 전화와 전산망으로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시장이며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이다. 이 거대한 ‘도박장’에서 카지노의 딜러처럼 회환딜러들도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세계의 자본을 매일 이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독일 마르크화의 폭등과 영국 파운드화의 대폭락은 기본적으로 이 두 국가의 경제력을 보는 외환딜러들의 시각과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외환딜러 우호모임인 국제외횐클럽(IFC)의 “한번 딜러는 영원한 딜러”라는 모토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몇초 안에 엄청난 자금을 걸고 도박을 감행해야 하는 ‘냉혹한 승부사’로서의 직업적 자존시을 반영한 것이라고 딜러들은 말한다.

 통합유럽의 단일통화 실현을 위해 제정된 유럽환율체계(ERM)를 영국이 탈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최근 파운드화가 급락한 배경에는 심리적으로 다른 딜러의 거래추이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딜러들의 ‘집단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경제연구소 洪甲秀 선임연구역은 “변동환율제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환투기가 극단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외환거래는 런던 뉴욕 도쿄의 3대 도시를 중심으로 하루 24시간 전세계에서 단 1초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개발되는 새로운 거래기술을 빨리 익히고 이해해야 하는 딜러들에게 상상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과 긴장을 준다.

 ‘경험보다 타고난 직감이 더 중요하다’는 딜러의 세계에서는 오직 이기조 지는 차가운 승부의 결과만이 자신의 실력을 대변한다. 전세계적으로 30대 중반 이상의 외환딜러를 찾아보기 힘든 까닭은 “끊임없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딜러의 직업이 근본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씨티은행 서울지점 조재민 부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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