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할 수 없는 1종법정전염병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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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콜레라 비상’. 8월7일 충남 서천을 시작으로 충남 보령과 전남 육구 일대, 서울 · 인천 등지에서도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자 전국은 한때 두려움으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8월15일부터 기세가 수그러든 콜레라는 8월31일 현재 모두 1백6명의 환자와 4명의 사망자를 내고 잠잠해졌다. 그러나 ‘콜레라 충격’의 여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콜레라는 사망률이 높고 전염속도가 매우 빨라 장티푸스 등과 함게 제1종 법정 전염병으로 묶여있을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국제검역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콜레라를 일으키는 콜레라균은 비브리오균에 속하며 항원구조에 따라 이나바 · 오가와 · 히코지마 3가지 형으로 분류되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집단발병을 일으킨 균은 전염성이 강한 오가와형이었다. 보사부가 발표한 전세계의 콜레라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7월 말 현재 전세계 31개국에서 75만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의 경우 콜레라가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때는 지난 1980년. 1백45명이 발병하여 그 가운데 4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콜레라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崔康元 교수(서울의대 · 감영학)는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력이 큰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확대된 해외여행자율화는 콜레라 예방에 또다른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콜레라는 주로 동남아 등지에서 발생하는데 이 지역과 인적 · 물적교류가 확대되면서 콜레라균이 국내에 유입될 위험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보사부의 申東均 방역과장은 “보균자 검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이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물건을 완벽하게 검역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콜레라와 함께 제1종 법정전염병의 대표적 질환으로 지목되는 장티푸스도 아직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티푸스는 콜레라와 마찬가지로 전염 매개물이 주로 오염된 물이나 식품 등으로, 불결한 곳에서 발생한다. 과거엔 매년 수백명의 사망자를 냈으나 환경위생이 개선되고 치료법도 향상돼 사망률이 격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가 쉽다는 데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클로람페니콜 등 장티푸스 특효약으로 효과가 큰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이들 약품의 남용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균의 내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보균자도 늘어서 질병의 완전퇴치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吳熙哲 교수(예방의학)는 “장티푸스 환자의 약 3%가량이 영구보균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항생제 남용으로 보균자가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밖의 1종전염병으로 페스트 두창 발진티푸스 파라티푸스 디프테리아 세균성 이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두창과 발진티푸스는 거의 사라졌다고 알려졌으며 다른 질병도 감소추세에 있다. 그러나 렙토스피라증 후천선면역결핍증 레지오넬라증 B형간염 등 신종전염병이 늘고 있어 관계법령의 손질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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