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앞바다에 일본은 없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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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삼봉호 등 앞세워 ‘철통 방어’ 준비 끝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이 주먹보다는 말로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본이 독도 인근 한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수로를 측량한다는 계획 때문에 야기된 양국의 긴장은 일본의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이 4월21일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외교적 타결을 모색하게 되었다.

당초 4월20일 측량을 강행할 계획이었던 일본이 주춤한 것은 우리측 대응이 의외로 강력하고 신속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경은 부산과 포항 등에 있던 경비함까지 순차적으로 18척이나 독도 인근 해역에 배치하고 초계기를 띄우는 등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해경이 이번 사태를 맞아 이렇듯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착실히 준비를 해온 덕분이다. 해경은 독도 경비를 담당한 동해해양경찰서에 2003년 7월부터 5천 t급의 삼봉호를 배치했다. 삼봉호는 그동안 기존의 1천5백 t급 경비함 두 척과 더불어 10일씩 교대로 독도 주변 12마일 안쪽 해역을 물샐 틈 없이 지켜왔다.

지난해 9월 현재 삼봉호에는 해경 직원 54명, 전경 34명 모두 88명이 근무했고, 나머지 경비정 두 척에는 그보다 좀 적은 수가 근무해왔으므로 해경은 그동안 독도 전담 경비에 2백명가량 인원을 투입해온 셈이다. 해경은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난폭하기 짝이 없는 중국의 불법 어로 어민들을 상대하며 해상 제압 능력을 키워온 베테랑 특공대들을 동해에 대거 배치하기도 했다.

특공대원들은 경비정이 출동할 때 항시 3~4명씩 동승하며, 나머지는 육상에서 대기하다가 유사시에는 헬기로 즉각 투입된다.
 동해서에 삼봉호를 배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해경은 일본 해상 자위대 순시선들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순시선 중 가장 큰 것이 3천 t급이어서 그동안 1천5백 t급밖에 없었던 우리 해경은 독도 경비에 항상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 그러던 것이 실톤수 6천4백t에 달하는 삼봉호를 갖게 되면서 독도 경비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풍랑주의보에도 아랑곳 않고 연일 비상 출동

 삼봉호는 경찰이 가진 배로는 괴물급에 속한다. 대당 30억원에 달하는 1만2천 마력짜리 엔진을 두 개나 장착하고 있고, 100억원짜리 헬기를 싣고 있다. 헬기 빼고 배 전체 가격이 5백억원에 달한다.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면(100만 리터)  경제속도(15노트)로 하와이까지 왕복할 수 있다. 웬만한 배는 한번 맞으면 침몰해버릴 정도로 강력한 해수 소화포(일명 물대포)와 발칸포를 달고 있다. 시속 22노트(약 40km)까지 나가는 모선보다 두 배나 빠른 고속정도 4대나 장착했다.

 
삼봉호를 비롯한 동해 경비함들과 일본 순시선들은 오래 전부터 독도 해상에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본 순시선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나타나 동해 경비함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사라지곤 했다. 독도 해역에서 우리 경비함들과 일본 순시함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다시피한 상태이다.  일본 순시선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관광선인 또 다른 삼봉호의 항로에 불쑥 나타났던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에서 일본과 비교한다면 북한은 거의 우방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우리 경비함들은 벌써 여러 차례 북한측 양해 하에 북한측 해역에 들어가 구난활동을 벌인 일이 있다. 동해에서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다. 

 동해 경비함들은 비공식적이지만 거의 정기적으로 독도 방어 훈련을 거듭해왔다. 국가안보회의(NSC) 역시 비밀리에 그러나 수시로 독도 방어 태세를 점검해왔다. 해경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해양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고 해경의 장비와 인력 확충에 힘써왔다”고 한다. 최근 일본 외무성이 외교문서에서 ‘노무현 정부가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한·일간에 일부러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도 우연은 아니다.

 독도 경비함과 해군 118전대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며 수행하는 독도 방어는 네단계로 진행된다. 일본의 순시선이나 불순 민간 세력(일본 극우)이 독도 해상 12마일 지점에서 40m 정도 떨어진 곳에 접근하면 본격 전진 탐색추적을 실시하고, 30m 지점에 접근하면 즉각 헬기를 띄운다(1단계). 24m까지 접근하면 1차 저지를 하고(2단계), 15m까지 접근하면 2차 저지 및 차단 경비를 하고(3단계), 12m까지 접근하면 나포할 준비를 하다가 영해 진입 즉시 나포한다(4단계)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덩지가 큰 삼봉호로 밀어내거나, 프로펠러에 로프를 던져 휘감기게 해 무력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일본 측량선이 우리측 EEZ를 침범할 경우에 대비해서도 여러 가지 저지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포 단계까지 가면 그 다음은 특공대 몫이다. 특공대는 섬광탄·섬광폭음탄·3단봉·전기충격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비디오 카메라와 소형 녹음기도 준비하고 있다. 특공대는 일본 배로 들어가 순식간에 제압하고 수갑을 채워 경비함 구치소로 압송하는 훈련을 거듭해왔다.

4월20일 해경 초계기가 찍은 사진을 보면 독도 인근 지역은 하얗게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도가 심하다는 표시이다. 파도가 심할 때면 베테랑 해경 직원들도 하늘이 노랄 때가 많다고 한다. 초계기에서 경비함들을 지켜본 해경 관계자는 “경비함들이 가랑잎처럼 치솟았다가 처박히곤 했다. 저 정도면 식탁도 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4월20일 침범을 강행할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해경 경비함들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나가야 했다. 경비함들은 평소보다 음식과 물을 훨씬 많이 싣고 바다로 향했지만 마음 편히 식사 한끼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동해경찰서 직원들도 나흘째 집에 못 들어갔다고 했다. 동해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흘 밤을 한숨도 못 잤더니 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해경을 직접 지휘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들도 밤을 꼬박 새우기는 마찬가지였다.

독도를 온전히 지켜내려면 앞으로도 철저히 준비하고, 끊임없이 고통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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