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예술’ 2만5천갑 수집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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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이후 한국에서 나온 담배는 몇 종이나 될까. 그 숫자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도 담뱃갑 수집가 陳哲圭씨(47)일 것이다. 대학 1학년 때인 68년부터 담뱃갑을 수집해온 진씨 집에는 45년 전매청에서 최초로 발매한 ‘승리’를 비롯해 국산 담배 1백 60종이 진열되어 있다. 광고나 ‘내 고장 자랑’들을 넣은 담뱃갑을 한 종으로 치면 5천5백종에 이른다. 홍익대 도안과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에 ‘탁자 위의 예술’인 담뱃갑에 관심을 기울여온 진씨가 수집한 외국 담뱃갑은 2만5천종.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담뱃갑의 절반을 모은 셈이다.

  “담뱃갑 다지인을 보면 그 나라의 성격이 드러난다. 가격 인상을 위해 상표를 계속 바꿔온 한국과는 반대로 카멜 같은 담배는 백년 이상 그 디자인을 지켜왔다. 일본 담배가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상표를 가지고 꾸준히 종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진씨는 국내 1일 판매량이 4백만갑이 넘는 ‘배부름’ 때문에 한국 담배인삼공사가 디자인 개발을 등한히 한다고 지적한다.

  ‘신탄진’을 구하기 위해 브라질까지 다녀올 정도로 열성을 보인 진씨는 박물관을 세워 담배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꿈이지만, 우선 ‘담배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수집품을 제공할 듯이 있다고 말했다.
成宇濟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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