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가 뚜껑 따자 컴퓨터도 ‘출력’ 개시
  • 하노이ㆍ裵?秀 통신원 ()
  • 승인 199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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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통상제재 해제후 베트남 진출 앞다퉈

지난 2월3일 클린턴 대통령이 대베트남 통상 제재 해제를 발표했을때 가장 빠르게 움직인 회사는 아마도 펩시콜라일 것이다. 통상 제재 해제 발표 두시간 후부터 호치민 시에서 콜라를 생산해서 무료 시음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펩시는 호치민 시에 잇는 ‘국제음료’라는 회사와 계약를 체결하고, 통상 제재가 풀리면 생산을 시작하기로 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던 것이다.

 경쟁자에게 선수를 빼앗긴 코카콜라는 하노이의유서 깊은 시립 대극장 앞에 4m짜리 콜라병을 세우고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베트남 가요 반세기’라는 공연 프로그램에 협찬하여 상당한 광고효과를 거두었다. 이 공연은 4월16일부터 4일간 하노이대극장에서 열렸는데, 일부에서는 코카콜라가 없을 때에도 베트남 가요는 있었다면서 물량 광고를 비판하기도 했다.

 통상 제재가 풀리기 전에도 베트남에는 백여 개의 미국 회사가 직ㆍ간접 활동을 하고 있었다. 주로 시장조사 또는 투자환경조사 차원이었다. 그러다가 통상 제재가 해제되자 본격적인 교역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IBM은 93년 9월 사무소를 설치하고 활동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컴퓨터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지난 4월14일 베트남의 과학기술환경부가 하노이와 호치민에 국가통신기술원을 설립하는데 2백만달러를 지원키로 하였다. 과학기술환경부 관리 록시는 IBM이 앞으로 2000년까지 국민학교에 교육용 컴퓨터를 공급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재너럴 일렉트릭사는 93년 초부터 하노이와 호치민에 지사를 설치하고 의료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호치민 지사장인 쩐 낑 방 방사는 현재가지의 판매량이 20여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하노이지사는 에너지ㆍ통신ㆍ운송 분양 진출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가전제품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회사의 엑스선 기계는 20년전에 생산된 것이 아직도 175군병원과 자딩인민병원에서 이상 없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품질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50년에 사이공(현재의 호치민 시)에 진출한 엘리베이터 업체인 OTIS사는 하노이와 호치민에 사무소 설치 허가를 받고 베트남 기계조립연합과 합작으로 엘리베이터 조립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호치민 시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총 2백여 대인데, 그중에서 백여 대가 OTIS사 제품이라고 한다.

 데마테이스사는 다낭관광공사와 합작으로 다낭의 박미안 관광촌에 1억4천만달러를 투자하여, 다낭해변에 사무실ㆍ호텔ㆍ상가ㆍ해양수족과ㆍ체육시설 건설을 시작했으며, 하노이 서호 주변에 12층짜리 사무실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또 천만달러를 들여 건설부 산하 기계시공연합과 중장비를 공급하는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노선 연장에 눈독
 TRI사는 94년 2월 호치민 시와 시내 중심부에서 사이공 강 밑을 관통하는 지하도로 건설에 관한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이 회사는 현재 1번 국도 개ㆍ보수 공사에 입찰서를 제출해 놓고 있다. 세계은행 차관 2억5천8백50만달러로 이루어지는 1번 국도 공사는 하노이에서 빙까지의 구간과 호치민시에서 껀터까지의 두 구간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는 세계 각국의 74개 건설회사가 입찰 신청을 해놓고 있으며 미국의 건설회사도 10개 사가 참여하고 있다.

 모빌사는 일본 닛쇼이와이 등 3개 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붕따우 해변의 ‘청룡’ 광구 유전 탐사 입찰권을 따냈는데, 모빌은 75년 초 이 광구에 대해 시험적 탐사를 한 바 있다. 이 광구는 매장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졌던 곳이다.

 미국 항공사들도 베트남 취항을 서두르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타이베이를 경유하여 호치민에 이르는 노선을, 노스웨스트 항공은 디트로이트~도쿄~호치민 노선을, 콘티넨털 마이크로네시아 항공은 호놀룰루~괌~베트남 노선을, 델타 항공은 로스앤젤레스~타이베이 노선을 베트남까지 연장하는 것을 미국 정부에 신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나이티드 항공이 86년에 팬암이 갖고 있던 아시아태평양지역 운항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간 무역ㆍ투자 80억달러 예상
 그 외에도 뱅크오브 아메리카ㆍ시티뱅크를 비롯하여 제약ㆍ호텔ㆍ보석가공ㆍ식품ㆍ중장비 등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교포들도 상당수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자기 나라 교포들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 특별한 우대 조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고가 문제와 연관해서 이들 교포 기업들의 활동을 다른 방향에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통상제재는 이제 과거사가 되었다. 그러나 양국이 언제 수교를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레 마이 외무차관은 <뉴욕 타임스> 기자가 수교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하는 질문에 “우리가 미국이 언제 통상 제재를 풀지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양국이 언제 수교하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올 2월28일 양국 대표단은 하노이에서 연락사무소 설치와 재산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ㅆ다. 미국이 압류하고 있는 베트남 재산은 주로 옛 사이공 정부의 예금으로 2억5천만~3억달러 정도이고, 베트남측이 압류한 미국 정부와 각 회사의 재산은 2억~2억3천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는 금액 차이가 많지 않아서 쉽게 타결될 것으로 만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사관 부지 문제는 두 나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하노이 중심지에 가장 큰 대사관을 갖기를 원했는데 베트남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트남이 77년에 미국에 32억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문제가 재론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업계는 앞으로 2년 동안 무역 및 투자금액이 약 26억달러에 이르고, 5년 동안에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곳의 한 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기업은 주로 에너지ㆍ항공ㆍ운송ㆍ석유ㆍ교량ㆍ통신ㆍ저자ㆍ컴퓨터 등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통상 제재 해제를 외국 투자가 활발해지고 각국 은행으로부터 차관 도입이 순조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베트남 상품의 미국 진출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양국 간에 관계 정상호가 이루어지지 않아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간 경제》기자인 마이 흐엉씨는 “경제 요인 외에도 지역 발전과 세력 균형 유지라는 면에서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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