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다시 사람이다
  • 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대표ㆍ경영학 박사) ()
  • 승인 199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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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제학 교수 폴 크루그먼이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한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국가=기업’이란 등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의 경제성장과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은 생산성에 좌우될 뿐 경쟁이나 무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교한 이론 대문에 국제 경쟁에서 이기거나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나라가 강한 국제 경쟁력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 경쟁력 강화는 올해 국정 목표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하나 이상의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같은 고객을 상대로 같거나 대체적인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으로 하여금 특정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기업이 고객이 기대하는 정도, 또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품질과 기능을 지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시간, 또는 그보다 빠르게 경쟁자와 같거나 더 싼값으로 계속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항상 만족한 상태로 있게 한다면 그 기업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 전쟁에서 국가 경쟁력은 국내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다수 있고, 이들의 국제 경쟁력이 그 국가 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원천에서 비롯될 때 형성된다. 이 원천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다르다. 후진국에서는 물적 자원과 근로자,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영환경과 정치가 및 행정관료, 중진국에서는 관련 산업과 기업가,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국내 수요와 전문 경영자 및 기술자로 볼 수 있다. 국가 사회에서 기업이 갖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가가치 창출이며, 국가의부는 국가에 존재하는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력에 좌우된다. 따라서 국방ㆍ외교 분야에서는 경쟁의 주역이 정부인 데 반해, 경제에서는 정부가 지원자나 감독자 등 조역에 그치게 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인적 자원이 경쟁력 좌우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저임금의 인적 자원을 토대로 한 ‘생산요소 주도 단계’와, 기술도입과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한 ‘투자 주도 단계’를 지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한 ‘혁신 주도 단계’의 문턱에 있다. 가치의 원천이 인간의 지식과 창의력에서 비롯되는 지식 사회ㆍ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인적 자원의 지식ㆍ경험ㆍ자세와 창의력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은 어떻게 하면 우수하고 사기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유지ㆍ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90년에 발간된《국가경쟁우위》에서 혁신주도 단계의 문턱에 있는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로 선진 기술에 대한 투자, 생산성 향상,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 수요 측면 우위 확보, 산업집군 심화, 경쟁 전략 재조정, 관련 다각화 촉구, 경제력 집중 완화, 치열한 국내경쟁 조장, 정부 역할 변화 등 열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조동성 교수(서울대ㆍ경영학)는 산업 구조 고도화, 전문화한 대기업 육성, 기업과 기업주의 구분 및 전문 경영자와 기술자의 등장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개선 시급한 인재 교육ㆍ관리 체계
 경쟁력은 강할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은 국가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서만 가치를 인정 받는다. 그러면 우리가 추구하는 21세기 신한국의 비전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기업 경영의기본 틀을 국가경영에 대입해 본다면 국가의비전은 강한 국가ㆍ좋은 국가ㆍ일류 국가라는 틀로 정리할 수 있다. 강한 국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좋은 국가는 국민 화합과 복지 향상을 통하여, 그리고 일류 국가는 국제 사회의 일류 시민화를 통해 성취된다. 우선 강한 국가가 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지만 세 가지 비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명과 경제구조가 조정되느니 와중에서 비가격 경쟁력 향상, 시장 중시 사고 및 창조적 모방 전략 등 새로운 국제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결국 창의력과 사명감 있는 우수한 인재에 달려 있지만, 이들을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사기를 올려 능력 발휘를 극대화하는 것은 지도자의역량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런 면에서 우리 국민을 교육하는 시스템이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점과, 인재 선발 및 관리 시스템이 전략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못한 점을 고치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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