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 사이’울부짖는 땅
  • 전남 강진.해남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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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곳곳서 가뭄과 악전고투

전남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은 가뭄에 시달리는 강진 들판 농민의  참상을 수많은 시와 경제 평론에 담아냈다. 목민심서는 그 농민의 참상을 ‘물과 불 사이에서 울부짖으며 뒹굴고 있다’라고 기록했다. 이따금씩 시찰을 나오는 ‘군자’들은 입으로만 ‘가뭄 가뭄’하다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돌아간다고 적었다. 지금 다산유배지 앞 강진 들판에서는 정약용이 묘사했던 그 옛날의 고통이 한치의 차이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들은 그야말로 ‘물과 불 사이에서’악전 고투를 하고 있다. 모두 다 버리고 떠난 들녘, 멀지 않아 우루과이 라운드의 파고에 휩쓸려버릴 이 들녘을 그들은 마지막 땀방울이 다하는 순간까지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강진군의 가뭄 피해 면적은 18일 현재 전체 식부 면적 1만7백46ha중 15% 정도인 1천6백21ha. 강진군 김영규 부군수는 “아직 절망할 상태는 아니지만 이대로 열흘만 더 가면 끝장이다”라고 걱정한다.

 가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남 전역에 물대기 비상이 걸렸다. 양수기.송수 호스 심지어 소방차까지 동원해 민.관.군이 함께 방을 새워가며 저수지 물을 퍼올리는가 하면, 굴착기를 지원받아 우물.하천 바닥까지 파내고 있다. 해남군 북일면 주민은 면내 신월저수지에서 경운기 50여 대를 동원한 24시간 양수 작업으로 쉴 틈이 없다. 강진군 칠량면 주민도 면내 장계천에 굴착기로 도랑을 파 고인물을 퍼내느라고 밤낮이 따로 없다.

 최근 날씨는 남부지방으로 내려올 것으로 믿었던 장마까지 끝난 상태여서 지하수도 바닥이 나고 있다. 강진군 칠량면 김종필씨(50)는 “며칠 동안 교대해가며 양수 작업을 벌였지만 더 이상 퍼올릴 물이 없어 작업을 중단할 형편이다”라며 허탈해한다. 땡볕에 그을린 농민들 얼굴에 팬 주름상이 더 깊어 보인다.

전남 강진.해남 朴晟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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