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실수할 기회를”
  • 파리 . 양영란 통신원 ()
  • 승인 199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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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펀> 진행자 스피츠 박사 인터뷰

크리스티앙 스피츠 박사는 쇄도하는 청소년들의 전화 문의 및 우편물 때문에 일일이 답변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묶어 최근 《청소년들의 질문》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청소년문제 = 전반적 사회문제’라는 등식을 상기시켜 주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한번쯤 ‘나는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편집자>

검열 파동의 당사자로서 방송윤리위원회의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식적으로 검열이란 용어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저지하고자 하는 행위가 검열이 아니고 무엇인가.

12~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벌써 성행위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12~13세에 성 관계를 갖는 경우는 프랑스에서도 극히 드문 예이며, 17~18세가 첫 경험이 이루어지는 평균 연령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최초의 성 경험이 이루어지는 나이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적 성숙도가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지는 않으니까.

일부에서는 <러브 인 펀> 프로그램을 도색적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포르노그라피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자기 체험을 자기 말로 표현하는 경우에는 그 표현이 아무리 노골적이고 상스러울지라도 외설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성을 농담거리 . 눈요기거리로만 전락시켰을 때 포르노그라피라고 말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부모와는 대화가 안된다면서 펀 라디오로 전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지금 40~50대인 부모는 68년 성 해방을 이룬 신식 부모 아닌가?

68세대니 성 해방이니를 떠나 오늘날의 부모들은 지나치게 엄하거나 지나치게 자유방임적이면서 자식들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현대 사회 구조가 부모 . 자식 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가능한 한 도덕적 가치 판단 없이 이들의 하소연을 우선 들어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공모자가 되려 하지는 않는다.

역설적으로 들린다. 40~50대 부모들이 사춘기 자식들의 유행을 따라 젊게 차려 입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등 자식과 공모자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 같아 보인다.

세대차를 없앰으로써 자식과의 공감대를 넓힌다는 생각은 현대 사회를 병들게 하는 크나큰 오류이다. 청소년들에게 확고한 지표를 제시해 주는 것이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할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사랑 . 성실 . 관용 . 책임감 . 독립심 . 유머 등의 덕목을 물려주면 된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들이 자기네 욕망에 자식들을 끼워 맞추려 해서 탈이다. 하다못해 배우자까지 정해 주려 하지 않는가. 자녀들의 욕망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애정적 위협은 절대로 경계해야 한다. 제발 자식들에게 자기 방식대로 살면서 실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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