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김평일의 앞날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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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인물, 군 인맥 두터워 · · · 3월 핀란드서 귀국후 행적 묘연

김정일이 자신의 체제유지와 관련해 내심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숙부인 김영주도 아니고 계모 김성애도 아니다. 1m80cm의 훤칠한 키에 준수한 용모로 젊은 날의 김일성을 쏙 빼닮았다는 김평일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41세인 김평일은 과거 권력투쟁설이 나돌 때마다 늘 이복형인 김절일의 경쟁자로 떠오른곤 했다. 그는 지난 3일 핀란드 대사로 부임했다가 불과 한달 만에 다시 평양으로 돌아간 뒤 아직 대사 직에 복귀하지 않고 있어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느냐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킨 사노마트>가 지난 5월 초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평일은 핀란드 대사로 취임한 뒤 아티사리 대통령이 외교관들을 위해 베푸는 만찬이 있기 직전 평양으로 돌아갔다. 신임 대사로서 반드시 참석해야 할 외교단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고 서둘러 평양으로 간 것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가 귀국한 시점은 김일성이 아직 생존 해 있던 때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정권을 잡은 현재까지 그가 핀란드에 귀임하지 않았다면 뭔가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억측이 일고 있다. 일설에서는 그가 핀란드 대사 직에서 해임돼 국내 한직으로 전보됐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 김평일은 92년 7월 불가리아 대사를 지내다가 그 해 평양에 일시 귀국한 뒤 5개월간 모습을 감춰 김정일과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불가리아 대사 시절 김정일이 자기 심복을 공관에 심어놓아 김대사의 동향을 일일이 보고하게 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평양 남산고등중학교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김평일은, 김정일에 비해 성격이 원만하고 사고도 합리적이어서 군부 내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폴란드 유학파인 그는 82년에는 부인과 경호원 수명을 데리고 지중해의 몰타에 머무르며 영어 교습을 받기도 했다. 군대에 가본 적이 없는 김정일과는 달리 김평일은 인민무력부 대령 출신으로 해외 주재 북한 공관에서 무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88년 8월 35세에 헝가리 대사로 부임했으나 4개월 만에 본국에 소환됐다가 89년 2월 불가리아 대사로 전보됐다.

 김평일은 김정일의 견제 때문에 모든 공직을 주로 해외(헝가리 · 불가리아 · 핀란드)에서 보내야 했다. 그는 현재 평양에 체류하나 숙청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정일이 권력을 잡은 상황에서 그의 거취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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