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받는 일본의'큰나라' 야망
  • 한영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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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불구, 군사대구고하 포기 안해 … 한반도문제 개입은 정치력 강화 첫단계
 지난 68년 서방세계에서 국민총생산(GNP) 제2위를 차지한 뒤 7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은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정치대국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83년 서방7개국 정상회담에서 나카소네총리는 일본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정치적 영향력 증대를 추구할 것을 선언하고, 서방측의 일원으로서 미·일 안보체제하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을 취해나갈 것을 명백히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소련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는 인식하에서 자국의 방위라는 방어목표를 해상교통로 1천해리 방위와 유사시 3해협봉쇄를 추가하고, 이를 위한 방어력을 증강함과 동시에 미·일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갔다. 현재 일본의 방위비는 세계에서 미·소에 다음가는 제3위에 머물고 있으나 일본의 경제력 신장비율과 소련의 경제적 난관을 고려할 때 앞으로 소련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소련의 개혁·개방정책과 유럽에서의 미·소 군축 실현으로 미·소간에 신데탕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동북아에 있어서도 중·소의 화해, 한국의 對蘇관계 정상화 움직임 및 對中교류 증대 등 데탕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련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소련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방영토 반환문제, 그리고 소련과의 기술·경제협력이 일본에 역작용할 가능성(부메랑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소련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감소되고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소련의 극동군사력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작년말 미·일간의 ‘태평양연습??(PACEX)을 북해도 이북과 오호츠크해 앞에서 전후 최대규모로 실시하는 등 미국과의 방위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자세는 탈냉전시대를 맞이하면서도 변화되지 않고 있다. 80년대 일본은 미국의 대소전략에 적극 가담하면서 동시에 자체 방위력의 강화를 추구하여 동북아에서 미국과 대등한 동맹관계로의 정립을 꾀하는 한편 아시아를 대변하는 정치대국으로의 부상을 꾀하여왔다.

 그리고 일본은 정치적 역할증대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한반도문제의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모색해왔다. 한국과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확립하는 한편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 남북한 모두와 국교를 수립한 유일한 국가로서 한반도문제 해결에서의 독자적인 역할을 꾀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6월4일의 한·소 정상회담의 실현으로 소련이 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듯 급변하는 주변정세는 일본으로 하여금 신데탕트시대에 적응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케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질서재편 또한 미·소간의 논의에 합의를 전재로 한다. 미국은 최근 경제력의 상대적 악화로 일본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소련 또한 경제적 곤란 등으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경쟁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56년 일·소 외교관계 수립 당시 미국의 반대로 최종적 해결을 보지 못했던 북방영토 문제가 미·소간의 합의를 전제로 일·소간에 해결될 경우, 일본의 대소관계는 적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북방영토문제의 해결과 소련의 군축 실현은 미·일 안보협력체의 유지 및 일본의 방위력 증강 필요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동북아 신질서의 정립은 일본에 대해 상반되는 2개의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하나는 미·일 안보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을 파트너로 하는 일본의 정치대국화이며, 다른 하나는 미·일 안보조약의 폐기와 함께 일본의 독자적인 역할 증대를 시도하는 것이다. 저자는 소련으로부터의 위협감소라는 배경하에서 미·일 안보체제의 유지에 대한 일본 국내여론의 반발을 받을 것이며, 후자는 일본의 독자적 역할 추구로 인한 군사대국화 가능성의 증대로 일본 주변 여러나라의 우려와 견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일본은 경제력을 통한 정치대국을 지향할 것이며, 미국의 영향력 변화, 주변의 견제세력 유무, 일본의 국내여론 등에 따라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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