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대응 필요한 때
  • 이부영 (전 민연추 집행위원장)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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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고르바초프회담은 개방과 동·서 장벽의 붕괴를 실감케 하며 냉전의 최대 유산인 이 한반도에도 결국 화해·군축의 바람이 밀어닥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거의 반세기만에 맞는 대전환을 우리가 진정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우리 겨레는 미·소의 분할정책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르면서 분단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 분단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그 뒤를 이을 질서가 분단의 극복을 낳을 것인지, 분단의 연장을 낳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주체적 대응 여하에 달려 있다 하겠다.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지배해왔던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 중요서을 갖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혁명·민족해방·노동인민의 세계건설을 외치던 사회주의 강대국들도 적나라한 국가이기주의에 따라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불문하고 행동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보호 아래 나라 안에서 권력투쟁만 일삼으면 그만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4대강국의 권력게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끼리 상의하지 못하고 강대국들에게 먼저 알리고 부탁하는 모습이다. 하루 빨리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남북의 당사자들이 외세에 앞서 우리문제를 우리끼리 먼저 해결하는 주체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 2~3년의 대응이 다시 40여년의 운명을 가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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