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오래갈 수 없다
  • 편집국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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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5일 본지 秦哲洙 유럽지국장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도미니크 모이지 부소장을 파리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한·소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정세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秦哲洙 지국장 : 샌프란시스코의 한·소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북방외교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되었으며,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 접근에 큰 힘이 되리라는 기대를 걸게 되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궁금한 일이다.
 
모이지 부소장 : 소련이 한국의 제의에 응해 정상회담을 가진 데는 네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남한이 줄 수 있는 경제적인 도움을 1백% 수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이것이 핵심이다. 둘째 북한정권에 대해 소련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평양측에 보낸다는 뜻이 있다. 소련 지도자들 눈에는 ‘만화적인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존재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셋째 일본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새로운 소련에 대한 일본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다. 소련은 일본에 대해 자신이 아시아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넷째 소련은 변화를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전세계적으로 강조하려는 뜻이 있다. 소련은 이데올로기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경제발전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 유럽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개방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이 있다고 본다.

 秦 : 바라건대 중국이 뒷걸음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도 몽고처럼 개방과 민주화의 바람이 불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기생이 별로 나타난 것이 없다. 외교적으로 더욱 궁지에 몰림으로써 오히려 엉뚱한 반발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기우일까?

 모이지 : 먼저 북한의 앞길은 역사에 의해 숙명지워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남북분단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북한은 상황을 동결시켜놓고 있으며, 이것은 북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오래갈 수 없다. 궁지에 몰린 나라가 무모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뜻에서 안보에 대한 배려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시나리오의 실현성은 희박하다. 중국이 무모한 짓을 지지할 리가 없고, 소련은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 : 중국은 천안문사태 이후에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많이 잃고 있다. 민주화·개방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때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일본은 캄보디아 협상에서 중재역을 맡는 등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새로운 소련, 새로운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소화하고 국제적 환경에서 어떤 위치와 역할을 감당할 것인지 한국으로서도 생각할 문제가 많다.

 모이지 : 중국의 내향적 경향, 미국의 영향력 감퇴, 소련의 경제개발 전념 등으로 아시아에서 능동적으로 움질일 수 있는 대국이 자연 일본밖에 없게 되는 현상에 대해서 싱가포르,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러나라 지식인들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국내의 불안정이 하나의 위협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내정에 관해서 깊이 논평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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