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개선, 급할수록 차근차근
  • 안석교 (한양대 교수·경제학)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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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관계 정상화는 한·중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지금까지 중국은 對韓관계에 있어서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면서 주로 경제교류의 강화에 역점을 두어왔다. 한국 역시 두 나라간의 정치적 관계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교류를 통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무역과 직접투자를 통한 접근을 시도해왔다. 그 결과 두 나라간의 무역규모는 지난해 30억달러를 상회함으로써 한국과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총무역액의 80%를 점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두 나라간의 경제교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으로써 협력무드가 고조되던 시기에 발생한 중국의 천안문사태와 그에 따른 강경·보수파의 등장으로 양국관계는 다시 냉각되는 조짐을 보여온 터였다. 나아가서 동유럽 민주화의 도미노현상이 중국·북한관계를 강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함으로써 한·중 관계 개선은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한·소 정상회담은 중국으로 하여금 對韓관계의 자세전환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교노선에 있어서 집요하게 반패권주의를 표방한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소련의 대한·대일(1991년 고르바초프의 일본방문에 의한) 접근에 의한 영향력 강화를 수동적인 방관의 자세로 받아들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화고 최소한 단기적으로 한·중 관계 정상화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이 되는 요인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련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중국보다는 과감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과의 관계정립에 있어서 북한의 저항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국과 소련간에 차이가 잇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북한의 무기현대화와 공업화에 있어서 소련이 결정적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원자력발전 등 상당부분의 ‘노하우??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달리 소련은 對韓접근 과정에서 예상되는 북한의 저항이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둘째, 천안문사태 이후 노장 혁명세대의 영향력이 크게 상승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한관계 역시 혁명세대간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복고적인 혈맹관계??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중국의 외교 부문에 관한 정부의 공작보고에서 과거와는 달리 중국?북한관계가 우선 순위의 첫째자리를 점하게 된 사실은 그러한 양국관계를 잘 반증해주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대만의 경제적 대륙진출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소련과 비교할 때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이 경협을 수단으로 하여 관계정상화를 유도할 수 잇는 행동반경이 상대적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중국 접근에 있어서 위와 같은 객관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북한과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한의 신뢰관계가 성숙되는 데 따라 한·중관계 역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민간차원의 교류확대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무역사무소의 설립 등 단계적 접근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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