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당겨도 충분히 생각한 뒤에
  • 성(산업연구원 소련동구반장)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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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소련 진출에 암초 많아 … 교통 · 통신망 마비, 숙련노동자 확보 어려워

소련의 경제는 상점 앞의 장사진이 대변하고 있다. 가격이 무의미하고 화폐가 종이처럼 굴러다니는 소련에서는 장사진 속에서의 기다림과 공식경제의 절반에 이르는 지하경제망을 통해서 소비물자를 확보할 수 있다. 89년의 경우 소매 판매액에 대한 가계저축의 비율이 겨우 0.84%이다.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사는 데 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소련 노동자들은 “저네들이 돈을 지불하는 체하고 우리는 일하는 체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소련 사회에서 인구의 28%가 공식적인 절대빈곤이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알콜중독으로 인해 소련인의 평균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주택난도 극심해 도시인구의 15T가 부엌과 욕실을 공동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소련의 지도자들은 유례없는 정치·경제·사회적 추진하고 있으며, 9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소련의 개혁운동은 보수~혁신세력의 갈등 속에서 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민족독립운동, 관료주의 타성, 노동자의 파업과 비협조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4~5%의 성장계획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흑자의 말을 빌면, “소련경제는 고르바초프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의  兒가 되어버린 소련은 최신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하여 서방측과의 합작투자를 열망하고 있다.

 소련의 방대한 내수시장과 천연자원은 투자유인으로서 매력적이긴 하지만 정작 소련의 투자환경은 제대로 정비되어 잇지 않다.

 우선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다. 극동지역 東시베리아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BAM철도 및 몇 개의 支  이외에는 철도망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도로는 지형 및 기후조건상 건설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하천수송도 해빙기 한절기만 가능하다. 항만은 하역능력과 특수화물 취급능력이 부족하다. 水資源은 풍부해도 실제 전력이 부족한 지역이 많아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 통신망이 미비되어 소련국내와의 연락이 원활하지 못하다.

 노동력이 부족하고 숙련노동자의 안정적 확보가 어렵다. 주택, 생필품, 교육·의료시설, 위락시설이 부족하여 高 만으로는 노동력을 유치하기 힘들다. 더구나 소련노동자는 나태하며 규율을 잘 지키지 않고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블貨의 非兌換性도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합작기업은 수출을 통하여 자체 소요 외화를 조달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내수기업들은 소요 원자재의 수입이나 과실송금에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합작기업은 보유 루블貨을 설립할 때 소련측의로 소련 상품을 사서 수출할 수도 없다. 소련은 당분간 外貨競賣制를 실시하다가 장기적으로 루블貨에 태환성을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합작기업을 설립할 때 소련측의 토지, 건물 등 현물출자분에 대한      환율적용상의 문제로 출자지분 산정이 어렵다. 소련측 기업과 거래할 때는 외화지불요구, 납품기한 위반, 규격·품질의 기준 미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소련의 관료주의에 마주치게 되면 각종 인허가를 제때에 쉽사리 받아낼 수가 없다. 소련은 우리와 기업관행이 상이하다. 예를 들어 광고비, 접대비 지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제반 제약조건 때문에 실제 소련에서 합작사업등록을 한 외국기업들은 평균 2백만달러 이하의 소액을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합작투자기업의 70% 가량이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발트해 연안 3국에 기업을 설립해놓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이 비교적 사회간접자본, 시장접근, 물자공급 대정부접촉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울한 소련경제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투자환경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자원의 보고인 소련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행동에 앞서 심사숙고가 필요한 지역이 바로 소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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